제주 축제.행사 대거 '취소', 예산 삭감...문화예술계 반발

"근시안적 행정...지역문화예술 고사를 원하는가"
제주행사대행업 비대위 "행사 전면취소로 도산 위기" 호소

2020-06-11     원성심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음에 따라 지역사회 감염 차단 및 방역.안전 차원에서 올해 하반기 문화예술행사를 대거 취소하는 방법으로 예산을 삭감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자, 지역 문화예술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제주민예총과 제주작가회의, 탐라미술인협회, 탐라사진가협의회, 민요패소리왓, 사우스카니발 등 12개 문화예술단체는 11일 공동 긴급성명을 내고 "문화예술 예산의 전면 삭감 및 행사 취소는 문화예술인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근시안적 행정"이라며 "제주도는 정녕 지역문화예술 생태계 고사를 원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 단체는 "하반기 문화예술행사 전면삭감 방침은 가뜩이나 생존의 위협을 받고있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근시안적 결정"이라며 "제주도는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도 예술단체나 문화예술가들과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 '셧 다운' 수준의 결정을 내리면서도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의견조차 듣지 않은 것은 일방적인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제주형 재난긴급생활지원금 등 재정 지출을 위해 문화예술 관련 행사를 삭감, 취소하겠다는 것은 제주도정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들 단체는 "문화예술 행사에 대한 예산 지원은 일회성이거나 소비적인 지원이 아니다"며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과 도민들의 문화적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공익적 지원이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이다. 일방적인 문화예술 행사 취소와 예산 삭감은 문화 기본법에 규정된 ‘문화권’의 개념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전근대적 문화예술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유명 축제나 문화행사들은 위기상황에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위기의 시대 일수록 문화예술은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특히 예술단체와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역대책 마련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 확산 우려를 위해 문화예술 행사를 전면 취소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제주도의 이러한 결정은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사 위기에 내몰린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 자체가 문제라면 왜 문화예술 관련 행사만 문제 삼는 것인가"면서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대책만 시급한 것이 아니다. 지역문화예술인들에게 무대는 생존이자 생계 그 자체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대가 없어지는 것은 자영업자들에게 점포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상권 자체를 셧 다운 하지 않는 것처럼 지역문화예술 생태계의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서 이번 제주도의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제주에서 행사대행업을 하는 업체들이 참여하는 '제주행사대행업 비상대책위원회'도 긴급 호소문을 통해 "올해 상반기 제주도내 90% 이상의 관련업계 기업 및 종사자들이 대다수의 행사취소로 매출액 0원이라는 도산위기의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면서 문화예술행사의 전면적 취소 검토를 재고해줄 것을 촉구했다.

비상대책위는 "수개월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준비해 왔던 행사들이 불과 수일 만에 축소, 연기, 취소가 돼 버리는 현실에서 관련업계의 기업 및 종사자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 및 연관 단체들은 현재 실업 및 폐업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심각성이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행사는 단순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닌 관련된 산업분야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일반 대중과의 컨택을 관장하는 중요한 생활문화라는 인식의 재확립을 위해 제주도정 차원에서의 재검토와 함께 대안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열고, 구체적인 대안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줄 수 있도록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또 "국가재난발생상황에 있어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예산삭감, 행사취소를 논하는 것 보다 국가재난 대비 문화행사 및 축제행사 운영에 따른 명확한 행정지침과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변경과 삭감의 기준이 무엇인지 확인과 지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주지역 행사대행업은 무대, 음향, 조명, 영상, 디자인, 문화예술인, 아티스트, 공연단체, 제작물, 렌탈 및 항공, 수송, 방송, 광고, 호텔, 전시분야 등 각종 인력고용을 통한 운영 등 낙수효과가 큰 산업으로 고용창출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법인, 소상공인, 1인 기업, 프리랜서 등 약 1000여개의 사업자가 활동 중이고, 이들 업체 종사자만 하더라도 수 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