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오름 불놓기', 산림법 위반 맞다"...누구의 잘못?

감사위 들불축제 감사결과, "'허가받지 않은' 불놓기 위법"
2013년 이후 2회만 관할 읍장 허가...8회는 위법하게 개최
2년 공론화 과정 허사...'불'은 위법한데 대량 화약 '불꽃쇼'는 강행

2025-03-04     윤철수 기자
제주들불축제의

'2025 제주들불축제'가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그동안 열렸던 축제의 프로그램 중 '오름 불놓기'는 산림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축제의 주관기관인 제주시 당국이 허가도 받지 않은채 오름 불놓기를 위법하게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제주녹색당과 정의당 제주도당이 청구한 제주들불축제 허과정의 산림보호법 위반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4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는 지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개최돼 온 제주들불축제 행사 중 8회에 걸쳐 진행된 오름불놓기는 산림보호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산림보호법 제34조 1항은 '산림 또는 산림 인접 지역에서 불을 피우거나 불을 가지고 들어가는 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산림병해충 방제, 학술연구조사, 그 밖에 산불의 확산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도지사 또는 지방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 가능하다'고 돼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사무위임 조례' 제3조 제3항에서는 '산림보호법' 제34조에 따른 ‘불놓기 허가에 관한 사항’은 읍장・면장・동장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돼 있다.

즉, 들불축제에서 오름불놓기를 하고자 할 경우 애월읍장에게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감사에서는 제주시 주관부서에서 애월읍장의 허가를 받았는지 여부, 그리고 '목축문화 방애 재현'이라는 들불축제의 목적이 산림보호법의 단서 조항인 '산림병해충 방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그러나 축제 주관부서인 제주시 관광진흥과는 그동안 진행된 축제 중 2020년과 2023년 두 번만 애월읍장 허가 절차를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가가 이뤄진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축제가 전면 취소됐고, 2023년은 산불경계경보에 따라 오름불놓기 프로그램이 취소됐다.

반면, 실제 오름불놓기가 진행된 2013년 이후 8차례의 행사는 모두 허가를 받지 않은 위법한 행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기관 스스로 법에서 정한 기본적 절차도 따르지 않으면서 행사를 개최해 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제주시 애월읍이 2회에 걸쳐 승인한 사유와 관련해, 내용적 측면에서도 위법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월읍은 허가 사유로 2020년에는 '묵은 억새 태우기를 통한 향후 새별오름 억새 관광자원화'를, 2023년에는 '오름 억새 관광자원화를 위한 묵은 억제 태우기 및 병해충 방제'로 제시했다. 2023년에는 산림법에 명시된 '병해충 방제'라는 부분이 추가된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감사위는 해당 승인 사유의 '병해충 방제'는 산림보호법 및 산림병해충 방제규정에 따른 병해충 방제가 아닌 들불축제 기간 중 ‘방애’를 재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즉, 오름 불놓기는 '방애'의 목적을 재연할 것일뿐, 법에서 정한 실질적 산림병해충 방제의 목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그동안 오름 불놓기를 개최한 것이나, 2회에 걸쳐 허가가 난 사항 모두 위법하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이와함께 감사위는 제주시가 숙의형 정책결정의 원탁회의 운영위원회를 진행하며 '공론조사' 방식으로 정책결정을 한 부분에 대해서도 부적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제주도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에서는 '원탁회의' 방식을 제시했으나, 제주시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의견 제시도 하지 않은 채 공론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감사위는 제주시장에 대해 '주의'를 통보했다. 애월읍장에 대해서도 산림보호법에서 정한 불놓기 허가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을 주문하며 '주의'를 내렸다. 

한편, 제주들불축제는 올해부터는 오름 불놓기가 폐지되는 대신, 빛과 조명 등으로 불을 형상화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개최되나, '이랬다 저랬다' 식 잦은 변경으로 축제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한낱 '디지털 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종전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던 '오름 불놓기'의 폐지가 지난 해 결정된데 이어, 축제 개막 20여 일을 앞두고는 돌연 '달집 태우기'와 '횃불 대행진'도 폐지했다. 올해 이뤄진 두 차례의 계획 변경은 제주시 당국이 일방적으로 행한 것이다. 지난 2년여간 진행해 온 2023년 원탁회의 운영위원회 권고안 및 시민기획단 논의, 수억원을 들인 콘텐츠 발굴 용역 결과 등의 민주적 논의과정은 모두 무시된 셈이다.

제주시는 '불꽃쇼'의 화약 사용량을 최소한한다고 발표했으나, 축제 예산 18억여원 중 화약 및 불꽃제품 제조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인 (주)한화에 4억원의 입찰을 체결해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법 위반 지적을 받았음에도 대량의 화약이 투입되는 '불꽃쇼'는 강행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