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체제 개편용역 쏟아진 혹평..."교육감 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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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체제 개편용역 쏟아진 혹평..."교육감 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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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교육위, 현안보고..."어떻게 이런 결과가?" 성토
"진영논리식 개편"..."외국어고 폐지?"...교육청 "의견수렴후 12월 확정"

숱한 논란을 사고 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역점 과제 '고교체제 개편' 방안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9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로부터도 뭇매를 맞았다.

고교체제 개편 연구용역을 수행하기 위해 수천만원을 들였지만 쓸모 없는 결과가 나왔다는 혹평과 더불어 애초부터 용역에 교육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표출됐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오대익)는 이날 오전 '제주특별자치도 고교체제개편 연구용역 결과 및 향후 추진 계획'에 대한 현안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가 9일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고교체제 개편 관련 현안보고를 받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김광수 "교육감 지시 받은 연구용역...진영논리 아니냐"

김광수 교육의원은 고교체제 개편 용역이 이석문 교육감의 '입 맛대로' 도출된 용역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용역팀과 계약을 맺기 전에 교육청에서 한 기자회견을 보면, 그때 발표한 내용 그대로 현재 용역결과가 도출됐다"며 "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내용을 제시해놓고 용역을 맡겼으니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 아니냐. 애초에 교육감 지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제주시내 여중고를 어디로 옮기고 특성화고를 일반고로 하겠다는 내용은 기자회견을 통해 용역 방향을 미리 다 정해놓은 것 아니냐. 읍면지역에 기숙학교를 만든다든지, 가고싶은 학교를 만들어놓으면 오지 말라고 해도 가게 되는데, 이게 무슨 체제 개편이냐"고 몰아붙였다.

박영선 정책기획실장은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용역과 기자회견 내용을 결부해서는 안 될 사항"이라고 답했다.

특히 김 의원은 "전국적으로 전교조 출신의 교육감이 8명인데, 이 분들이 연대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외국어고를 모두 일반고로 만들겠다고 하더라. 일반고 진학을 넓히기 위해서라는 명분은 좋지만 용역을 떠나 잘 운영되고 있는 학교를 흔들어도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체제개편은 그냥 진영논리다라고 주장하고 싶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 8명의 교육감이 똘똘 뭉친 것 같다. 오늘 신문에도 국사 국정교과서 반대한다는 내용이 발표됐는데 언제부터 제주교육이 이렇게 됐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누가봐도 이건 이상하다. 그렇게 용역진에다가 제대로 말해달라, 다시 해달라고 했지만 안 먹혔다. 설문조사를 더 해달라고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용역결과가 다 생각 범위 내에 있는 내용 뿐"이라며 "고교체제 개편 용역을 믿으면 안 된다. 아깝지만 5000여만원 버린 셈치고 새로 하라"고 요구했다.

◇ 부공남 "근거 없는 외국어고의 일반고 전환, 주먹구구식"

부공남 교육의원은 외국어고등학교를 일반고로 전환시키는 데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부 의원은 "제주외고를 제주시동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일반계 평준화고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이다. 제주외고가 특목고로서의 운영이 부실하다던지, 이러한 것들이 있어서 평준화 고교로 전환함이 옳다고 해야 하는데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전환하겠다는 것은 주먹구구식"이라고 비판했다.

부 의원은 "단순히 일반고 선택의 기회를 확대해주기 위해서 외고를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최종보고서는 고교체질 개선을 위한 보고서가 아니라 자세히 살펴보면 평준화 일반고 정원 확대에만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혹평했다.

특히 부 의원은 제주지역 학생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 따라 5년 후 학생수가 1400명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에도 평준화지역 학생정원을 유치하려는데 무리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연구보고서가 오로지 연합고사 지역의 정원만을 확대하는데 치중했다. 교육감 공약에 맞추려는 용역을 수행한 것"이라며 "다소 일정을 늦추더라도 구체화시키고, 체계화시키고 현실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주문했다.

이에 박영선 실장은 "용역 결과는 기초자료로만 쓰는 것이다. 용역에 따른 보고서 내용은 앞으로 참고만 하고 교육청 차원에서 재차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의회 김광수, 부공남, 손유원 의원. <헤드라인제주>

◇ 손유원 "2개 학교로 클러스터 학교 운영? 허무맹랑"

손유원 의원(새누리당)은 농어촌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클러스터 학교를 운영한다는 방침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이제까지는 정부 위주의 정책으로 만들어지다가 교육감 주도 하에 체제 개편이 진행되는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한 마디로 현실성 없는 너무 허무맹랑한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화룡점정이 돼야 하는데, 짧은 4개월 간의 기간동안 다 들으려다보니 백화점 나열식으로 집어놨다"고 혹평했다.

거점학교 문제와 관련해 "제주시 동부지역을 보면 함덕고와 세화고 밖에 없는데 이 가운데 거점학교를 만들고, 예체능 전용 학교를 만든다는게 가능한 것이냐? 2개 학교 밖에 없는데 무슨 클러스터 학교냐"고 몰아세웠다.

또 손 의원은 "제주형 마이스터고 당연히 만들어야겠지만 인구나 사회적 여건으로 봤을 때 무지하게 어렵다. 광주, 대전, 대구도 한 곳 뿐이다. 미래성장동력 학과, 항공정비 학과 등도 제주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냐? 학교도 학생도 없는데 뭘 어떻게 특화시키겠다는 것이냐"고 연구결과의 세부적인 내용의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이 체제개편이 30년간 다듬지 못해 온 것을 이제서야 하고 있는건데, 이 과정에서 도민들의 저항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저항 자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고교체제개편추진지원단이 꾸려져서 의견수렴을 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 강성균 "인원수 늘리기식 연합고사 개편, 학력편차 심화 우려"

강성균 교육의원은 현 계획대로 고교체제 개편이 이뤄진다면 '학력편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강 의원은 "연합고사를 통해 제주시 동지역 학교에 55%, 혹은 60%까지 아이들이 올 수 있게 하겠다고 했는데, 인원수를 늘리는 문제냐, 학력을 늘리는 문제냐"라고 캐물었다.

이에 문영택 제주도교육청 교육과장은 "뚜렷한 답변을 하기는 어렵다. 학력과 함께 진로, 자아존중감을 살리는 문제"라며 "구태여 말한다면 학력도 중요시하고 선택율도 높이려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을거라 이해하는데, 이는 학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걸 높이겠다는 것은 제주시에 내신이 우수한 학생들을 최대한 끌어모으겠다는 이야기의 결론"이라며 "그러면서 읍면지역 학교의 교육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일언반구도 없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풍선이 작은데 바람을 자꾸 넣으면 터진다. 제주도 작은 규모의 지역에서 연합고사만을 개편해 제주시 지역의 학교를 늘리겠다는 것은 상당수 학부모들은 좋아하겠지만, 향후 학교간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과장은 "제주시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심한 경쟁을 완화하면서 지방학교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감안해 지방에 있는 학생들이 전부 제주시로 모인다는 풍토를 벗어나서 30개 학교가 제 각각의 특성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어디든 1시간 거리니까 아무데나 다 갈 수 있지 않느냐 하는데 그러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 우리 아이는 미술에 소질있으니, 살고 있는 곳은 대정인데 성산에 있는 학교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 현실성이 있겠나"라며 "과거 거점학교도 전부 실패했다. 용역의 결과를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읍면지역 학교를 강화해 제주시에 있는 학생들이 애월고, 함덕고, 대정고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어야 고교체제 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오대익 "피눈물 흘리며 유치한 외국어고 뺏겠다? 말도 안되는 소리"

오대익 위원장은 외국어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에 대해 "제주도가 피눈물을 흘려가면서 가져온 외국어고를 생각없이 앗아버리겠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외고를 만들 때 제가 그때 담당 과장이었다. 제주도에 외고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나. 교육감이 계속 싸워서 겨우 따와서 만세를 부른게 제주교육청"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의정활동 전 제주도교육청 교육발전기획실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얼마나 눈물나게 만든 외고인데 이것 다시 앗아버리겠다는 것이냐? 앗았다가 다시 만들려고 하면 돈 몇백을 들여도 못하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역설했다.

오 위원장은 "가장 좋은 용역은 제주시내 동지역에 있는 좋은 학생들이 서귀포나 읍면지역 고등학교로 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결과가 안나오면 쓸모없는 용역"이라며 "막상 보따리를 끌러봤더니 장난감 밖에 없다"며 용역계획을 구체화 할 것을 주문했다.

◇ 교육청 "본격 검토와 의견수렴 거쳐 12월말 최종 확정할 것"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이날 업무추진상황 보고를 통해 이번 용역결과는 아직 제주도교육청의 확정된 정책이 아님을 전제하며, 앞으포 고교체제개편 추진지원단 운영 및 도민의견 수렴을 통해 고교체제 개편 추진계획안을 수립하고 오는 12월말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추진지원단은 교육국장을 단장으로 정책기획과, 학교교육과, 미래인재교육과, 교육행정과의 과장, 장학관, 사무관 등 12명으로 구성돼 학교별 의견 수렴을 통해 읍면지역 일반고와 특성화고 발전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 12월 구성돼 운영되고 있는 '고교체제 개편 심의위원회'도 2018년 2월까지 운영하면서 이번 고교체제 개편 관련 도민의견 수렴 방안 및 추진계획안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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