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은 '치외법권 지역'...생태계 영향 조사 실시해야"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 공사장에 설치돼야 할 오탁방지막 등이 크게 훼손되며 다량의 흙탕물이 대거 유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연산호군락지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짐에도 해군측은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책임 추궁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는 12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갖고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하고 생태계 영향 공동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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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방지막이 훼손된 강정마을 앞바다 수중촬영 사진. <사진제공=군사기지범대위,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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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지범대위는 "공사현장인 강정앞바다는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연산호군락지"라며 "문화재청이 허가조건으로 내건 핵심은 연산호 군락의 보호를 위해 오탁방지막 설치와 철저한 운영관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현장조사결과 최근 풍랑에 오탁방지막이 크게 훼손된 것은 물론이고, 그 이전부터 오탁방지막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관리상태나 설치기준이 매우 불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군사기지범대위가 직접 수중 촬영한 사진을 보면 오탁방지막이 갈기갈기 찢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수중의 방지막 기능을 하는 막체가 훼손됐고, 막체 간 간격이 크게 벌어져 오탁수 차단기능을 사실상 잃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막체에는 해조류 번식을 막기 위한 보호막 설치와 주기적인 해조류 제거작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막체의 각종 해조류가 번식해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문제점도 드러냈다.
조류에 의한 막체의 이동을 막기 위해 수중 바닥에 설치된 밧줄도 상당수가 끊어져 있어 오탁방지막을 보수해야 하는 의무사항은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군사기지범대위는 "수십종에 달하는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연산호 군락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작 오탁방지막 설치만을 허가조건으로 한 것도 문제지만, 이마저도 형식적으로 설치한 해군의 행태는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힐난했다.
이들은 "제주도에 이러한 상황을 알리고 즉각적인 시정조치를 요구토록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제주도의 반응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군은 수면 위 오탁방지막 부표만 연결하고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출입을 막아 확인되지 않는 위반사항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군사기지범대위는 "공사과정에서의 위반사항 수위가 높아지는 이유는 '극단적인 폐쇄성' 때문"이라며 "제주해군기지 현장은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이나 다름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해군은 공사를 방대하는 시위자들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항변하겠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며 "공사현장의 위법사항이 제기돼 담당 공무원이 확인 차 방문해도 해군은 이의 방문을 지연하거나 거부한 사례가 숱하다"고 말했다.
군사기지범대위는 해군기지 공사장 내부의 토사 관리가 부실한 것과 부지 내 살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했다. 멸종위기종에 대한 이식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6일 제주에 강풍이 불자 공사장에서 유출된 흙탕물이 강정 앞바다에 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군사기지범대위는 "사업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던 것이 계속 문제되고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해 군사기지범대위는 "제주도는 해군의 불법공사에 대해 즉각 중지 명령을 내리고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현재 제주도가 취하는 태도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또 "해군의 불법공사에 따른 주변 생태계 영향 공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해군이 진행중인 사후환경영향조사와 별개로 강정주민,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조사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사기지범대위는 "해군기지 공사현장의 허가조건 이행사항에 대해서도 합동점검이 진행돼야 한다"며 "이 문제를 미루거나 봐준다면 도정의 의무와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해군의 불법공사 중지명령 등 도정의 책무를 방기한 제주도를 대신해 불법공사를 막기 위한 범대위 차원의 직접행동을 시작하겠다"며 "이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사수하려는 시민들의 자발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사기지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제주도 관계자 등을 만나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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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지범대위는 1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군의 불법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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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