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기기를 선택할 권리, 이동권 보장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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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기기를 선택할 권리, 이동권 보장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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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강숙정/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강숙정/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강숙정/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장애인의 삶에서 이동권은 단순한 편의가 아닌, 일상의 자유와 생존과 직결된 필수적인 권리다. 그중 전동 이동 보조기기는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공적 지원을 통해 보조기기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정부는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전동 이동 보조기기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된 보조기기의 지원은 제한적이다. 이는 장애인이 자신의 신체적 조건과 환경에 맞는 보조기기를 선택하는 데 제약을 주는 문제를 초래한다.

전동 이동 보조기기의 주요 지원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납배터리 장착 전동휠체어 및 의료용 스쿠터와 소모품인 납배터리를 지원하고 있다. 납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우수하지만, 배터리가 장착된 이동 보조기기의 총무게가 100kg 이상으로 매우 무겁고 크기가 커서 공간적•환경적 제약이 많다. 또한 추운 겨울철에는 화학 반응이 느려져 성능이 저하되고, 이동 가능 거리가 감소하는 한계도 있다.

반면, 리튬이온 배터리 보조기기는 경량화된 형태(15~30kg)로, 장애인의 환경적 필요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기존 수동 휠체어에 동력보조장치를 장착해 전동으로 전환하는 바이크형(전방 장착) 또는 꼬리형(후방 장착) 보조장치, 그리고 접이식 전동휠체어 등이 있다. 또한 충전 시간이 짧고, 반복적인 충전과 방전에도 성능 유지율이 높으며 효율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고가이고 고온에 민감하여 *덴드라이트 현상이 발생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경량화와 효율성 측면에서의 장점은 일상생활에서 당사자가 직접 경험하는 이동과 운반 시 개조 특장차가 아닌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이점을 제시한다.

*덴드라이트는 과충전 시 음극 표면에 생기는 결정체로 이것이 축적되어 양극과 접촉할 경우 화재를 유발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보조기기에 대한 공적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근로 장애인과 국가 보훈 대상자는 일부 지원받을 수 있지만, 지원 품목과 대상 조건이 제한적이라 많은 장애인이 제도에서 소외되고 있다. 민간 지원 사업 또한, 소득이나 나이 조건에 따라 일시적인 지원에 그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왜 리튬이온 배터리 보조기기에 대한 공적 지원은 제한적일까?

주된 이유로 화재 위험성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거론된다. 2021년 보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KS(산업표준) 기준에 부합해 안전성이 검증된 품목에만 급여를 적용하고 있으며, 리튬이온배터리가 장착된 보조기기가 식약처의 의료기기 기준을 충족할 때 급여 품목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장애인 당사자와 단체들의 요구가 수년간 이어졌고, 올해 10월 공단 이사장은 보건복지부와 협의할 뜻을 밝혔으나, 아직 실질적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참고: 경기신문(2021.2.19), 에이블뉴스(2024.10.26)

기술 발전에 따라 전기자동차와 상업용 지게차 등에도 리튬이온배터리가 상용화되었으며, 정부는 이를 친환경 기술로 장려하며 상당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이동권과 직결된 보조기기에는 여전히 안전성을 이유로 지원을 제한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정책적 우선순위의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로, 국가가 장애인에게 불공정한 대우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보조기기를 선택할 때 기기 특성, 장애 유형과 정도, 생활 환경, 경제적 상황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따라서, 장애인이 자신의 필요에 가장 적합한 보조기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폭넓은 선택지가 마련되어야 하며,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공적 지원 체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더 이상 안전성 문제를 장애인과 이해관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술 지원과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보조금 지원의 문제가 아닌, 장애인의 선택권 보장과 사회참여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장애인을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하며, 국민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강숙정/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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