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뭐예요?”
나는 정리를 하다 신문지에 그려진 설계도면을 보고 남편에게 물었다.
“응 할머니 화장실에 만들어서 놓아 드리려고~”
우리 남편의 취미는 나무를 이용해 뭔가를 만드는 것이다. 결혼 전, 내가 요양원에 근무를 했을 때도 실내화 걸이와 풍선아치용 도구를 만들어 나에게 감동을 준 적이 있다. 그뿐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집 인테리어와 침대, 붙박이장, 화장대 등은 모두가 남편과 목공을 하는 친구 분의 작품들이다.
남편 봉술씨의 외할머니는 지난해에 화장실을 가시다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만 골반 골절을 입었다. 때문에 한쪽 다리로만 의지하며 엉덩이로 움직여 생활하신다. 그 후 외할머니 엉덩이에는 분신처럼 욕창이 따라 다녔고, 욕창은 하루가 멀다 하고 범위가 커져갔다.
“나 이젠 팔에 힘이 어서부난 변기에 올라가지 못하켜~ 어떵하문 좋을꺼니.”
외할머니는 예전에 비해 상체 힘이 점점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그 뒤, 나와 남편은 할머니가 걱정이 되어 쉬는 주말이면 노인용품점을 돌아다니며 마땅한 용품을 찾아 다녔지만, 외할머니 화장실에 맞는 용품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난 뒤, 남편은 쉬는 날을 이용해 친구가 하는 공방에 다니더니 계단식 변기보조의자를 만들어 왔다.
“금옥아~ 한번 뒤로해서 할머니처럼 팔에 힘을 주고 앉아볼래?" 남편은 뿌듯함으로 가득 찬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부탁을 한다.
“내가 무거워서 앉으면 부서져버리지 않을까?” 나는 농담을 건네며 할머니처럼 계단식 보조의자를 이용해 변기에 앉아 보았다.
“와~ 오빠! 변기에 앉을 때 두 번에 나눠 이동을 하니까 팔에 무리가 안가고 좋은데요~ 할머니도 충분히 사용하시겠어요. 합격~” 내말을 들은 남편은 모든 걸 다 얻은 표정을 지으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주말이 되어 외할머니집을 찾았다.
“할머니~ 밥 주십써~” 나는 밖에서 배추를 씻고 계시는 외할머니를 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내가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시곤 “금옥이 넌 어디 가도 굶지는 않고 살 켜~ 겅 해산다잉~” 밥을 먹고 있는 날 보시더니 흐뭇하게 웃으시며 말씀 하시곤 다시 조심스레 엉덩이를 밀며 남은 배추를 씻으러 가셨다.

“할머니~ 이거이시 난 변기에 편안하게 올라가지맨마씨?” 남편은 외할머니의 반응이 무척이나 궁금한 것 같았다.
“막 편안하고 좋아라~ 이거 만들잰 하난, 막 애써신게~ 여기 다니는 어멍도 곱게 잘 만들었댄 해라~” “근디 봉술이는 무사 다시 꺼내 와시니?”
내 남편, 봉술씨가 얼른 대답한다. “할머니~ 저거 물 안 들어가게 하잰 하문 하얀 페인트칠을 해야 합니다~”
그제서야 외할머니는 이해가 되는 듯 마당에 앉아 남편이 하고 있는 작업을 유심히 바라보신다.
“금옥아~ 저거 만들잰허난 돈은 얼마나 들어시니?” 할머니는 늘 내가 집에 갈 때면 다른 사람들이 방문할 때 사온 물건도 그 사람이 부담이 됐을까봐 나에게 꼭 가격을 말해달라고 한다. 그리곤 가격을 들으시면 늘 “아이고~어떵 갚을꺼니~”하시며 미안함이 묻어있는 한숨을 쉬신다.
“할머니! 어떵 오빠 작품을 돈으로 사잰 햄수과~ 하나밖에 어신거난 돈으로 못삽니다. 우리 이거 만들어서 팔아서 밥 먹고 살크메~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 많이 해주십써예~”
외할머니가 미안해하는 마음을 덜어 드리고자 말씀을 드렸는데, 외할머니는 내 얘기를 듣고 배꼽을 잡고 웃으시기만 하신다.
얼마 후 남편은 마무리 작업을 다 끝내고 난 뒤, 화장실에 가서 설치했다.
외할머니는 화장실을 보시곤 너무나 흐뭇한 얼굴로 “봉술아~ 막 속았져잉~막 속아서~” 하시며 주머니에 미리준비하신 돈을 내밀었다. 그리곤 “이거 얼마 안 되난 가서 둘이 맛있는 거 사먹으라 잉~”하시며 주신다. 할머니 성격을 알기에 난 그 돈을 받고 인사를 드린 뒤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 이젠 힘들게 변기에 올라가지 마랑 계단식 보조의자 이용해서 쉽게 올라가십써 예~(^^)”
박금옥 객원필진은...
그 동안 그녀는 제주에서 뿐 아니라 서울, 부산, 경주 등에서 아동, 노인 장애인을 두루 다 경험을 하였고 제주도에 다시 내려 오면서 노인시설에 근무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중증의 어른신들을 모시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서귀포 남원읍 위미에덴요양원에서 3년을 근무한 바 있다. 그곳에 근무하면서 그 곳에 요양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써왔다. 그러다 2009년 4월에 결혼을 하면서 요양원일을 잠시 멈췄다. 더 멋진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간호조무사를 포함해 자격증 도전을 계속 하고 있으며 사회복지관련 공부를 더 하여 사회복지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함께 도움이 되는 세상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며 글을 올리고 있는 '달콤한 신혼기'의 그녀를 통해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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