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잘 안 풀리면 '외부세력' 핑계인가?"
지금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주변에는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현수막이나 만장 뿐만이 아니라 찬성 측에서 부착한 현수막들도 존재한다.
이들의 주장을 직접 말로 들을 수는 없지만 다수의 현수막으로 표현된 내용으로 보아서는 대충 '지금까지 모든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외부세력이 나타나서 마을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우리가 해결할 문제이니 물러나라!' 정도인 것 같다.

'외부세력’이라는 단어는 참 편리한 개념이다. 일이 잘 안 풀리면 ‘외부세력’이라는 집단이 개입해서 그렇다는 핑계거리를 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든다. 시위만 하면 '외부세력이 왜 난입해서 사태해결을 어렵게 만드냐' 나 '전문시위꾼들이 또 나선다' 등의 비판을 해주시는 님네들의 사고방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 역시 제주도에서 24대(세가 아니라 분명히 대다)를 살아온 이른바 ‘외부세력’의 일부분이라 이러한 의문점이 든다. 강정에 내려온 지 몇 개월 안 되는 해군장교가 나를 보고 외부세력이고 한다. 갑자기 헷갈린다. 대체 외부세력과 내부세력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이란 말인가?
강정마을에는 현재 이른바 ‘외부세력’들이 넘쳐나고 있다.
자신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강정마을을 지키겠다고 내려온 전직 펀드매니저, 군대가기 전 여행을 떠났다가 입대 전까지 강정마을에 남아있는 청년, 여름휴가를 강정마을로 택한 초등학교 교사, 과제물로 강정에 대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 찾아온 대학생, 선배를 만나러 왔다가 남아있는 영화감독 등등이 이른바 ‘외부세력’의 실체들이다.
이들은 ‘내부세력’이 보기에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질적인 집단이다.
왜 저들은 돈도 필요 없다고 하고, 왜 저들은 남의 동네일에 저리 열심일까? 지들끼리 밥도 해먹고 지들끼리 놀고, 소통하고, 돈 하나 나오지 않는 돌덩어리나 ‘똥깅이’를 소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그 무시무시한 군대와 국가에 주눅들지 않고 당장 사업을 중지시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만나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고, 세상에 대한 따듯한 시선을 가진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보수 언론은 특유의 언어로 ‘외부 세력’에 의한 ‘선동’을 말한다. 그 외부 세력이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 진보적 시민사회 세력, 노동자가족, 진보정당, 진보언론이다.
그러나 이들은 기득권의 시각에서 볼 때 ‘외부’일 뿐, 인간의 시각, 관계의 시각, 역사의 시각에서 볼 때는 엄연한 ‘내부’다. 왜냐하면 이들은 사람답게 사는 세상, 역사 발전을 위해 소통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참된 사람인 한, 원래 우리는 내부도 외부도 아닌 ‘하나’가 아니던가?
사실을 정확히 말하자.
해군이 주장하는 내용대로만 순조롭게 진행되면 일이 잘 풀린 것인가?
'너와 나의 문제가 다르지 않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우리는 강정마을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제주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동네의 문제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오히려 해군기지의 문제가 그토록 갈등의 폭을 넓혀왔던 것은 아닐까?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국내·외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비로소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제주의 근본적인 정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역사에서 흔히 보이는 경우중의 하나가 가족 안에서 통하는 기준과 가족 밖에서 통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자기 사촌형제에게 저질렀다가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 뻔한 속임수를 가족외부의 사람에게는 아무런 양심의 거리낌이 없이 저지를 수 있는 존재가 인간들이다.
리차드 알렉산더라는 사람에 의하면 ‘현대의 가장 큰 윤리적 운제는 집단 간의 증오를 부추기는 집단내의 호의다.’ ( Why we get sick 에서 인용) 라는 주장한다. 아프리카 르완다나 남수단에서 벌어진 종족간의 학살극이 이러한 의식이 표현된 사례이다. 장관후보자의 도덕과 일반서민의 법적용과 도덕기준은 분명히 다르다.
나의 집단에는 용서되지만 외부의 집단은 용서할 수가 없는 것이 존재한다. 이를 ‘외부세력’이러고 지칭한다. 일부 보수언론의 특이한 논조이다.
문제는 이런 특이한 논조가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고, 이런 논조가 벌이는 선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제주사람들은 뼈속 깊이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20세기 전쟁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인류의 공통의 노력이 바로 서로의 경계를 넘어서서 교류하고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세우는 노력이었다.
어찌된 돌아가는 세상인지, 다시 야만과 전쟁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논리가 다시 얘기된다는 사실 때문에 역사 앞에 부끄러울 뿐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은 제주사람들의 미래는 제주사람들이 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사람이 자유롭게 오고 가는 지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강정마을에 다양한 취향과 가치관, 직업을 가진 국내·외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 ‘1인 기업’이라 부를 수 있는 예술가들이 연일 강정마을 안팎에서 도민들과 호흡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지와 지금의 강정마을 모습은 다른 개념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제주에 투자할 자본을 가진 사람만 대접받아야 할 대상으로 본다면 그야말로 단세포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자본을 투입해서 단물을 빨아먹고 철수하는 자본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유롭게 문화적인 공간을 만들어내고, 애정을 가지고 두 번 세 번 찾으면서 아름다움을 지속시키려고 하는 지금 강정의 ‘외부세력’이야 말로 제주가 가야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만히 계산해보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쪽이 큰지는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말한다. 한명의 제주사람으로서 강정마을의 ‘외부세력’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김국상 / 제주주민자치연대 정책실장>
김국상의 '강정현장 이야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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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주주민자치연대 정책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국상님은 몇달째 강정마을에 있습니다. 강정을 꼭 지켜야 한다는 그의 희망이 간절합니다.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어합니다. <강정현장 이야기>는 지금 강정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그대로 전하고자 합니다. 이 이야기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또 언제까지 이 이야기가 이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야기의 진행과정과 끝, 그것이 바로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당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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