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야, 미안해"....제주해군기지 공사 속 은어가 확 줄었습니다
은어(銀魚)는 민물고기이다. 등쪽은 푸르지만 배쪽은 은빛이 나 은어라고 한다. 어릴때는 바다에 살다가 봄에는 강에 올라와 살며 가을에는 산란을 위해 하류로 내려가 죽는다. 먹이는 돌에 나는 이끼이며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산다. 은어는 일본 홋카이도, 한반도, 중국, 대만등지에 분포한다. 류큐 제도에 있는 은어는 아종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한반도 어디에나 살고 있다는 은어(銀魚)지만. 제주도 강정마을에도 은어(銀魚)가 산다. 해마다 봄이면 강정천에 올림은어가 올라온다. 봄에 올라온 은어는 여름을 강정천에서 보내고 가을이 되면 다시 내림은어가 되어 바다로 간다. 여담이지만 작년 여름 강정천에서는 물반 고기반이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마다 올라오는 은어가 2012년 올해에는 5월이 되어도 유독히 안 올라왔다. 어떤 이는 윤달이라서 그렇다는 얘기를 하였고, 어떤 이는 은어가 종북좌파여서 못 온다고도 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평안남도 개천시 도화리의 청천강은어를 천연기념물 405호로 지정하고 있다.
은어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사람들에게 은어가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은어가 올라온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한참 철이 지난 5월 중순이었다.

은어가 겨울을 나는 곳은 바로 구럼비 앞바다이다. 그곳은 많은 생명이 자라는 공간이다. 해군은 아무 쓸모없는 공간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그곳에서 어리디 어린 심장을 가지고 있는 은어치어들이 성장을 하고 다시 강정천을 거슬러 올라와 등이 푸르고 배는 은빛이 나는 은어로 생을 마감한다.
그 어린 치어들은 지난 겨울과 봄에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았다. 무지막지한 폭파와 쏟아지는 흙탕물, 그리고 생명의 원천을 위협하는 폭력와 구조물들.

예년보다 20%밖에 안된다고 하지만 그 지독한 환경을 이겨내 준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들에게 고마워해야하고 인간이 가한 폭력을 미안해해야만 한다.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흉물들이 그들이 살아갈 공간을 채워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다. 그 하찮은 은어가 강정천을 1급수로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고, 강정천이 서귀포시민들의 식수원이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수질이 나빠진 강정천 물을 식수로 사용하려면 고도정수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데 그 돈은 국방비에서 나오지 않는다.
최소한 은어들이 겨울을 나는 것이 수천톤짜리 해군함정이 오가는 것보다는 생명이 살아숨쉬는 모습이라는 것인 만큼은 분명하다.
몇 년 전 강정천에 사고가 발생하여 은어가 떼죽음을 당한 적이 있다. 그때 강정천 물이 갑자기 나빠졌다. 은어가 정화작용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어를 다른 곳에서 구해 와서 풀어주었을 때 비로소 수질이 회복되었다. 우리는 은어를 지켜주었고, 은어는 다시 우리를 지켜주었다.
스스로를 구한다는 것은 공존과 공생이다. 우리는 이 간단하지만 기가 막힌 진리를 애써 외면한다. 오죽했으면 서귀포시장이 은어 감소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을까? 하지만 해답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실행할 용기나 배짱이 없는 관계로 담당공무원만 죽어나간다.
이곳 강정에서 사람들은 오늘도 은어를 기다린다. 은어는 생명이자 우리가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런 모습으로...
혹은 이런 모습으로 말이다.


그런 고향. 그런 바다를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등살 푸른 제주바다 맑은 물. 맑은 사람들 값이 일당 얼마인가로 대접받고 싶지 않다. <헤드라인제주>

김국상의 '강정현장 이야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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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주민자치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국상님은 1년넘게 강정마을에 있습니다. 강정을 꼭 지켜야 한다는 그의 희망이 간절합니다.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어합니다. <강정현장 이야기>는 지금 강정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그대로 전하고자 합니다. 이 이야기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또 언제까지 이 이야기가 이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야기의 진행과정과 끝, 그것이 바로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당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