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빠른 도전, '선도적 역할론'...그린수소 사회, 일상 변화
풍력 대규모 개발 부작용은?...환경영향, 주민 수용성 관건
2035년까지 에너지 대전환을 통해 '탄소중립(Net-Zero)'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제주특별자치도의 '2035 탄소중립 비전'은 국내 지자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재난의 시대, 제주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물론 탄소중립 사회를 완성하기 위한 실행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는 이미 지구촌의 최대 과제로 자리잡았고, 문제 해결의 최종 목표점이 바로 탄소중립이다.
산업의 발달과 함께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온도가 1℃ 상승했고,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와 비교해서도 1.45℃ 상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이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전 세계 지표면의 24~34%에서 사막화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도 빈번해지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세계 곳곳에서 폭염이나 폭우, 폭설 등 극단적 기상 이변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 재난의 상황으로 불린다. 2018년 IPCC(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는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이 도달하는 시점을 2040년 전후로 전망하며, 1.5℃ 상승은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기온 상승을 억제시킬 수 있는 처방책은 바로 '온실가스 감축'이다. 세계 각국에서 탄소중립을 목표로 실천적 행동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탄소 중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이 달린 시급한 과제가 된 것이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산림 등으로 흡수, 또는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세계 145개 국가에서 탄소중립 목표 연도를 설정해 공식 선언했다. 대부분 2050년에 맞춰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년) 등을 통해 2050년을 목표점으로 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 제주도 '2035 탄소중립' 선언이 갖는 의미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주도의 '2035 탄소중립' 선언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갖게 한다.
그 첫 번째가 '선도적 역할론'이다.
지난 5월1일 공개한 '제주도 2035 탄소중립 비전'에서 탄소중립 목표 시점은 '2035년'으로 제시됐다. 이는 우리나라와 주요 국가에서 추진하는 프로세스의 목표점보다 15년 빠른 것이다. 한 마디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실제 비전 선포식에서 제주도정은 '아시아 최초 무탄소 도시 도전'과 '대한민국의 에너지 대전환 선도'라는 의미를 전면에 부각시키며, 제주도가 가장 먼저 탄소중립 사회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제주가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문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선도도시가 돼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각오도 천명했다.
이번 '2035 탄소중립' 선언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제주도에서 시작해 세계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볼때 의미가 크다.

두 번째는 에너지 대전환의 구체적 로드맵을 완성시켰다는 점이다.
제1차 제주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한 이번 '2035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재생에너지·청정수소 기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단계별 실행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물론 지난해 1월 발표한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에서도 에너지 전환 계획과 방향성은 제시된 바 있다. 을 통해서도 제시된 바 있다.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이 전력 에너지의 생산·공급·활용 체계를 청정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는 선언적 의미라면, 이번 에너지 대전환 시나리오는 도내 에너지 자립을 넘어 ‘글로벌 청정에너지 사회’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단·중·장기 계획을 통한 실현 방안을 담고 있다.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7기가와트(GW) 이상, 그린수소 연 6만톤 이상 생산체계 구축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2035년 제주지역 탄소배출량은 총 600만 톤으로 추산된다. 다방면의 저감계획을 통해 상쇄해도 470만 톤의 탄소가 남는데, 순배출 ‘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대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 번째는 탄소중립의 산업화 연계이다.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전환의 내용을 단순히 환경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기업과 연계한 경제적 측면에서 산업 확장의 계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2035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위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정부의 무탄소 에너지 이니셔티브와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 목표 달성을 뒷받침하는 한편, 에너지 선도기업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업지역·농공단지·산업단지·항만 등 산업 분야에서도 그린수소·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집적화되도록 공간을 마련해 에너지 전환의 거점 및 산업 기반시설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1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통한 제주형 전력요금 특례를 발굴하고, 통합발전소(VPP) 운영으로 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면 새로운 전력시장이 열리고 에너지 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네 번째, 도정 정책 방향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2035 탄소중립' 비전은 제주도정의 정책 방향에서도 큰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환경정책은 물론 생활 분야와 산업분야까지, 앞으로 모든 정책은 '2035 탄소중립'을 기축으로 해 재편될 수밖에 없다.
환경 관련 보전과 개발의 정책 기조도 중대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맞춰 제주도의 정책방향은 재설계가 불가피해졌다.

다섯 번째는 사회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그린수소 사회, 넷 제로 사회로 가는 길은 시민 일상에도 직접적 영향과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은 사회적 패러다임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대전환의 본격적 시작점에서 시민의 직접적 일상인 대중교통에서부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운송·활용 전(全)주기 생태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주에 구축돼, 지난해 10월부터 그린수소 버스가 제주시내에서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제주도는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 5개소, 2030년까지 수소버스 300대(현재 9대)를 보급하는 등 수소생태계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에 발맞춰 앞으로 내연차량 등록을 규제하고 기존의 전기차 보급정책과 병행해 대형차량의 수소차 전환을 확대해 친환경차로의 전환 정책에도 더욱 속도를 낸다.
또 가정·상업용 난방 에너지를 비롯해 대형 운송 수단, 도심항공교통(UAM) 및 선박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역사회 에너지원을 100%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는 어디서나 전력망과 연결되고, 누구나 남는 전력을 팔고 살 수 있는 '에코 그린에너지 사회'도 조성한다. 말 그대로 '그린수소 사회'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처럼 '2035 탄소중립'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기대감도 갖게 한다.

◇ 에너지 대전환과 탄소중립, 향후 과제는?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에너지 대전환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는지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막대한 재생에너지를 얻기 위해 풍력과 태양광의 대규모 개발이 불가피한데,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35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보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7GW 규모로 확대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그린수소는 6만 톤 이상을 생산해 기저 발전을 화력에서 수소로 100% 전환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7GW는 풍력에서 90% 수준인 5616~6018MW(메가와트), 태양광에서 10% 수준인 1388~1488MW 규모의 설비를 구축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풍력이나 태양광 모두 앞으로 새롭게 구축해야 할 규모가 막대하는 점이다.
관건은 풍력발전의 규모를 5~6GW 이상으로 확대하는게 과연 가능할지 여부다.
풍력발전의 경우 지난 해 12월 기준으로 제주도내 23개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총 설비용량은 314MW(31만4690KW)이다. 현재 인.허가 중인 사업까지 모두 포함하더라도 총용량은 1GW를 넘지 않고 있다. 2035년 계획한 6GW에 도달하려면, 향후 10년 내 지금보다 최소 6배 이상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장기적 과제로 제시한 '3GW급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점을 감안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풍력발전사업은 공공주도 방식으로 전환됐다고 하지만, 현재 분위기에서 개발사업을 대대적으로 늘려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각 사업마다 지역주민 동의가 쉽지 않고, 경관 및 환경 영향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사업도 마찬가지다.
태양광 구축 목표는 1388~1488MW 규모로, 풍력시설 계획과 비교해서는 10%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이 또한 쉽지는 않다.
지난해 12월 기준 제주도내 태양광 발전소의 총 용량은 1625개소 538MW(53만8552KW)이다. 2035년 목표치로 제시한 1388~1488MW 규모를 확보하려면, 현재 개발된 것보다 3배 정도의 추가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태양광 사업은 임야와 농지 등을 잠식하는 문제와 함께, 임야에서는 엄청난 양의 나무를 베어내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돼 환경훼손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것이 결국은 미세먼지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저감할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에도, 산림지대를 파괴하고 나무 수만 그루를 잘라내며 추진하는 태양광 사업은 역설적 현실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탄소중립 정말 우리가 가야 할 길이나, 그렇다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적 모순에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풍력이나 태양광의 개발 규모만 제시되고 있는데, 환경 영향 최소화를 위한 토지 이용계획 등 구체적 대안이 제시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규모 개발에 대한 도민사회 동의, 사회적 합의 과정도 필요하다. 결국 주민 수용성 문제가 최대 관건인 셈이다.

두 번째, 그린수소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생산체계와 저장, 운송의 문제도 과제로 남는다.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비전에서는 수소 버스·청소차가 제주도 전역을 누비게 되고, 발전 설비는 LNG와 그린수소를 혼용(혼소)하면서 단계적으로 수소 발전시설로 전환, 100% 그린수소 발전시설로 바꿔 나간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2035년 탄소중립 도달 시점에서는 그린수소를 6만톤 이상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생산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용량 수소의 저장과 운송 방안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남석우 책임연구원은 최근 제주에서 열린 '에너지 전환 아카데미' 강연에서 "그린수소는 풍력과 태양광,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부터 만든 수소를 말하는데, 현재 수소버스 한대가 (1일) 20kg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면, 10대면 200kg 정도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수소버스 많이 다니게 되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려면 압축기에 저장했다가 옮겨야 하는 과제가 있다"며 "풍력이나 태양광을 통해 만들어지는 재생에너지가 1차 에너지원이고, 수소는 에너지 운반체이다"며 수소가 실제 산업이나 발전, 수송 분야에서 활용되려면 '생산-저장-운송-추출'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소의 저장 및 운송 기술과 관련해, "제주도가 공격적으로 수사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좀더 우리나라에 맞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저장'의 문제는 수소뿐만 아니라, 당장에 출력제어 문제에 봉착한 재생에너지에서도 큰 고민거리다. 앞으로 풍력과 태양광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충을 위해서는 전력계통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

제주도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제주에서 열린 '2024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에서는 핵심 과제인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기반 조성을 위해 수소 생태계의 효율적인 저장과 운송 전략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청정수소의 효과적인 저장과 운송은 수소경제 발전의 핵심 요소로, 각 단계마다 다양한 기술과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양제윤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에 따른 다양한 저장 및 운송 기술을 공유해 지속가능한 수소 생태계 조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청정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청정수소 밸류체인의 전 단계에 걸친 혁신을 통해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로 시민사회 설득도 과제로 남는다.
'2035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발표된 후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에서는 제주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계획의 전면적 수정을 요구했다.
화력발전의 퇴출 계획은 없고 재생에너지, 수소발전 공급계획만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의 핵심과제인 수요저감 및 효율화 정책이 없다는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제주도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반론을 펴고 있다. 이 중 '화력발전 퇴출계획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70% 이상 높이고, 연간 6만톤 이상의 그린수소를 생산해 가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화력발전에서 수소로 100% 전환함으로써 화력발전의 비율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민사회단체는 계획에서 나타난 여러가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탄소 중립'이라는 공통분모의 방향성은 맞았지만, 세부적 내용에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네 번째, 정부의 뒷받침이다. 국가의 정책수단을 통해 탄소 중립을 가속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국가의 R&D를 통한 수소생산의 효율 향상 등으로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선박, 항공 등의 무탄소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가적인 정책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내연차 신규등록 중단 등에 대한 국가 정책방향 설정, 법적 근거가마련되면 선제적으로 추진해 청정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과제들이 있다.
오홍식 제주특별자치도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제주대 교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 과제가 있다"고 피력했다.
오 위원장은 "에너지의 전환에서는 화석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략전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건축물에서 에너지 효율높이기, 에너지의 활용, 그리고 산림.갯벌.습지 등 자연생태계에서 탄소흡수 기능을 강화하도록 하는 생태자원 활용, 물건 재사용 및 폐기물 재활용 확대 등의 재활용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