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 음악의 대표적 작곡가를 들라하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또한 각 작곡가마다 그에 맞게 닉네임이 붙어서 그의 작품을 더욱 빛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를 테면 쇼팽을 피아노의 시인, 슈베르트를 가곡의 왕 등으로 호칭하는 것이 그 좋은 예다. 그러면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슈만에 대해서는 어떤 닉네임을 붙일 수 있을까, 슈만이 음악가의 길로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평소의 전공을 살려 법학자나 작가 등 문학과 관련이 있었으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그의 작품에서는 문학적 향기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출판업자인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 받은 탓이지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슈만이다. 14세때 그가 쓴 글이 아버지가 출판한 책에 실렸고 17세때는 시를 썼던 슈만은 10여년 간 ‘신음악지’라는 저널의 편집장으로 있었고 이를 통해 쇼팽, 리스트, 멘델스존 등 내노라하는 많은 음악가들을 잡지를 통해 소개하게 된다. 슈만하면 그의 부인 클라라 슈만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클라라 슈만은 슈만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던 스승,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로 슈만보다 9세 연하였고 이 둘의 사랑은 비크의 결사적인 반대를 무릎쓰고 법정 다툼까지 가면서 얻어낸 사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능한 피아니스트요 작곡가였던 클라라 슈만은 누구의 아내나, 누구의 딸로 알려지기 보다 온전히 그녀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워지길 원했고 이는 그 당시 관습으로 볼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훗날까지도 이런 연유로 그녀를 페미니스트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시대에 따라 달리 조명되었던 예라 할 수 있다.
슈만의 많은 작품 중에서 쟝르별로 나누자면 의외로 피아노모음곡과 연가곡이 많이 있고 또 잘 알려져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교향곡이나 협주곡 또는 실내악곡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피아노모음곡의 유명세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의 피아노모음곡은 재미있게도 각 모음곡마다 부제가 붙어 있고 이는 그의 문학적특성을 다시한번 상기시켜 주는 좋은 경우다. 그의 곡 작품번호1번(op1)이 아베그(Abegg)변주곡인데 스펠그대로 그의 상상속 여인 아베그에 대한 사랑이라던가 또는 다섯개 음표,ABEGG를 가지고 곡을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나비’ ’카니발’ ’꽃의 곡’ ’아라베스크’ ’동양의 그림’ ‘숲의 정경’등 부제가 붙은 모음곡 중에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곡은 단연 ‘어린이의 정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우기 어린이의 정경은 총 13개의 모음곡 중 7번째의 곡,트로이메라이로 인해 더욱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13개의 모음곡을 모두 들어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듣다보면 본인이 좋아하는 부분을 새롭게 알 수 도 있고 또 이를 통해 슈만의 문학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곡은 특히 클라라가 슈만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 중 “나는 당신에게 어린애처럼 보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라는 한 구절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동심의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곡이다. 단조로우면서도 신비하고 환상적이면서도 미래를 꿈꾸는 음률의 이 곡은 1986년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모스크바 연주시 앵콜을 받으며 청중들이 까닭모를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로도 유명한 곡이다.
동심으로 돌아가 우리의 유년을 반추하면서 들으면 어떨까, 괜스레 눈물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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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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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중독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