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시민단체도 "제도적 보완" 요구...제주도 '고심'

지난 17일 제주도에서 무사증으로 입국한 중국인이 성당에서 홀로 기도하던 여성 신자를 살해하는 충격적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추석연휴 직전 제주시 연동 소재 한 음식점에서 일어난 중국인관광객들의 식당 여주인 집단 폭행사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져나온 이번 '묻지마 범죄'는 국민적 공분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인에 대한 배타적 반감 정서도 크게 분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털 등 온라인에서는 이번 기회에 제주도 무사증 제도를 폐지시켜야 한다는 청원운동까지 일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도 무사증 제도 폐지는 아니어도 출입국 심사에 대한 전면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자 없이 들어와 3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제주도 무사증 제도는 중대기로를 맞고 있다.
제주 무사증 제도는 제주도 국제자유도시계획 시행에 맞춰 2002년 5월 처음 도입됐다. 자본.물류.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국제자유도시의 이미지, 그리고 외국인관광객 유치를 극대화시킨다는 것이 도입 취지였다.
2002년 시범도입 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2008년부터는 개별관광객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해 전면 시행됐다.
제주특별법 제197조의 '외국인 입국.체류 특례'에서는 "체류자격 중 관광 등의 목적으로 제주도 공항 또는 항만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사증 없이 입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체류지역은 제주도에 한하고 있다. 즉, 무사증으로 제주도에 입국한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무사증 제도가 시행된 후 당초 기대했던 것처럼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관광객은 급증했다.
항공기를 이용해 비자 없이 제주도에 입국한 외국인은 2006년 1만793명에서 2010년 10만8679명으로 크게 늘었고, 2011년 15만3862명, 2015년 62만9724명, 그리고 올해들어서는 7월까지 54만3613명이 입국하는 등 10년사이 60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모두 무사증으로 입국자로 분류되는 크루즈 관광객들까지 더하면 그 수는 크게 늘어난다. 지난해 크루즈를 타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은 62만2000명, 올해에는 현재까지 77만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제주도의 관광산업측면에서는 무사증 제도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우선 불법체류자가 해를 거듭할 수록 크게 늘고 있다.
제주지역 불법체류자는 2010년 832년에서 2014년에는 1450명, 그리고 올해들어 7월까지는 4353명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관광 목적으로 입국하는 것처럼 속여 무비자로 제주에 들어온 후 불법 취업을 하는 사례다.
올해에는 지난 1월 베트남인 59명이 무사증으로 제주도에 입국한 후 한꺼번에 무단이탈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중 23명은 현재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시.도로 몰래 빠져나가다 적발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타 시.도 무단이탈자의 도주 방법도 화물차 적재함, 승합차 지붕 적재함, 컨테이너 등 갈수록 다양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외국인범죄도 크게 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제주도내 외국인 범죄는 2011년 241명, 2012년 164명, 2013년 299명, 2014년 333명, 2015년 393명, 그리고 올해들어서는 7월까지 347명에 이른다.
무단이탈과 외국인범죄에 연루된 외국인 중 절대다수가 중국인이다.
밀입국자에게 제주도가 경유지로 악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사증 제도가 관광객 유치 등 긍정적 측면의 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나, 그 이면에는 부작용이 커 존폐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성당 여신도 피습사건과 식당 여주인 집단폭행사건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무사증 제도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무사증 제도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경실련은 20일 성명을 통해 "외국인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집단화되면서 '국제안전도시'를 표방한 제주도가 '국제범죄도시'로 전락할 판"이라며 "무사증 입국제도가 악용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 제도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성당 여신도 피습사건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하며 제주도 무비자 제도에 대한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부대표인 오영훈 국회의원(제주시 을)은 20일 열린 더민주당 제16차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제주도내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불법체류자와 외국인 범죄 건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중국인에 의한 범죄행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이번 피살사건으로 외국인 무사증 입국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무사증 입국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이뤄져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 의원은 "제주지역 경제 등에 미칠 영향을 감안할 때 무사증입국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며 "외국인의 입국 시 양쪽 집게손가락의 지문과 얼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말고,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등록외국인의 지문정보 등록의무와 마찬가지로 10지 평면지문에 관한 정보를 확대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즉, 무사증 폐지가 아니라 출입국 심사 강화 등 제도적 보완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만약 이처럼 더 강화된 출입국 심사를 하고도 외국인, 특히 중국인 범죄가 줄지 않는다면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을 개정해 무사증 제주 입국에 대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또 "아울러 법무부·검찰·경찰 등 관계당국은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외사경찰에 대한 인력과 예산 확충, 범죄사각지대에 대한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 등 외국인 흉악범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9일 성당 여신도 피습사건 대책회의 및 20일 열린 주간정책회의에서 도민 안전대책 차원에서 무사증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찰, 출입국관리사무소 등도 무사증 제도와 관련한 외국인범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9일 성당 여신도 피습사건 관련 경찰 등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가진데 이어, 20일 주간정책회의를 통해 외국인 범죄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그러나 무사증 제도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폈다.
원 지사는 "이 문제는 단순하게 파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여러 다른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는 무사증 제도, 운영 내용들을 두루 파악하고 이것이 관광과 경제와 외교에 미치는 전반적인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보안할 수 있는 방법부터 다각도로 검토해야 하지 할 사안"이라고 강조햇다.
원 지사는 "입국 심사 과정이 신속한 입국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보니 출입국 인원들의 정보 확보력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보완할 내용이 많다"며 "이 점에 대해서는 출입국 본부와 법무부 검찰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면서 출입국 심사 및 관리에 대해 보완 대책을 심도있게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련의 논의 상황을 보면 무사증 제도의 경우 '폐지' 보다는 출입국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적 보완'으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묻지마 범죄'의 충격파 속에서 종합대책 마련에 나선 제주특별자치도가 최종적으로 무사증 제도에 대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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