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축제' 2억 감액...민생예산 다 잘려도..왜 'K-POP'만 지키기'?
실패작 K-POP, 그래도 '대성공'이었다?...과감한 '폐지' 결단 내려야
서귀포시의 새해 예산안의 내용은 한 마디로 놀라움 그 자체다. 지역대표 축제육성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칠십리축제 예산을 비롯해 유채꽃 잔치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관련 사업비는 모두 줄줄이 감액 편성됐으나, 유독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POP' 예산은 온전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예산안에 서귀포시 대표축제로 명시되어 있는 칠십리축제보다 두배 이상 많은 금액으로 편성돼 있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예산안을 보면, '2023 서귀포글로컬페스타'라는 명칭으로 올해 처음 개최됐던 K-POP 콘서트 관련 내년 예산은 총 10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와 비교해 단 1원도 감액하지 않은 유일한 문화예술 관련 사업이다.
반면 지역축제 사업비들은 대폭적으로 손질 당했다. '대표축제 육성' 분야에서 칠십리축제 예산은 올해 6억원이던 것이 내년에는 4억원만 편성됐다. 무려 2억원이 감액된 것이다. 무려 33% 줄어든 규모인데, 행사 프로그램은 반토막 수준으로 축소 편성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밖에도 관광 및 문화예술 분야 행사 사업비들도 감액됐다. 새해 첫 행사인 제26회 서귀포 겨울바다 국제 펭귄수영대회는 500만원이 깎여 4000만원만 편성됐다.
제26회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는 1000만원이 깎인 7000만원, 심지어 이 행사를 위해 유채꽃을 파종하는 비용도 500만원 감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채꽃축제 행사비도 2억4000만원으로, 올해보다 1000만원 감액됐다. 올해 '서귀포글로컬페스타'의 일환으로 개최됐던 '서귀포 야해페스티벌' 등도 사업비가 대거 감액됐다.


물론 축제나 행사 관련 사업비들이 감액 조정한 것은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국세 감소로 제주특별자치도의 재정운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올해 예산 중에서도 2328억원이 감액되는 강도높은 세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내년에도 재정상황은 녹록치 못하다.
총액 규모면에서는 올해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인 7조 2104억원이 편성됐으나, 일반회계 예산 규모는 줄었다. 특별회계에서는 조금 늘기는 했으나 불안요인이 많다. 당장에 세입으로 계상된 화북상업지구 주상복합아파트 부지 공매 낙찰비 중 2000억원과 관련해 잔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내년 혹독한 살림살이가 예상되고 있다. 제주도는 세출 예산은 민생 안정에 초점을 두고 편성했다고 하나, 민생 현장에서는 예산 감액 소식에 '곡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라고 한다. 일괄적으로 감액된 예산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어려운 재정상황 때문에 꾹 눌러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15일 시작된 제주도의회 예산안 심의에서는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민선 8기 도정의 정책과 연결된 미래산업 등의 예산은 대부분 온전하게 반영된 것으로 나타나자 '예산 편성이 원칙과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예산 편성에 있어 원칙과 기준을 올곧게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원칙과 기준이 무너지면 제주도정이 도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호소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도의회 예산심의도 바로 이 '원칙과 기준'이란 잣대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서귀포시의 'K-POP' 예산은 이해하기 어렵다. 원칙도 기준도 매우 모호하고, 상식적이지가 않다.
'K-POP' 예산 10억원을 전액 반영하기 위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귀포시의 대표적 지역문화축제 칠십리축제는 반토막을 냈기 때문이다. 내년 축제에서 프로그램 등의 대폭적 축소 조정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역축제를 육성하지는 못할 망정 요식적 행사로 퇴보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역문화.관광 축제나 행사 예산들은 줄줄이 줄이면서 오직 'K-POP' 예산에 '몰방 투자'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
서귀포시 관계부서에서는 "시민들에게 색다른 문화예술 공연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더 제주적인 것, 더 서귀포시적인 것, 지역문화축제는 확대하지 못해도 최소 전년 수준으로 유지했어야 했다.
지역문화 행사에는 강한 칼날을 들이대면서도, 오로지 'K-POP' 하나만을 지켜내겠다며 도의회 설득에 나서고 있는 서귀포시 당국자들의 모습은 참으로 애처롭다. 왜 'K-POP'을 해야 하는지, 명쾌한 설명도 없다. 그저 이 예산을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그들이 진정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진정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진흥인가, 아니면 '시장님 예산'인가.
만약에 'K-POP' 콘서트를 과감하게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칠십리축제를 비롯한 각종 문화예술 행사들의 비용이 감액되지 않았을수도 있다. K-POP에 투자하는 10억원, 이 돈이면 칠십리축제를 하고도 남고, 유채꽃잔치와 국제걷기대회 등등 모두 해도 남을 액수이다.
또 하나, 'K-POP' 콘서트는 이미 실패한 사업이다. 서귀포시의 연례적 행사로 정착시키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행사의 성과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
이종우 서귀포시장은 행사가 끝난 후 "1만2000여명이 방문해 수준높은 공연을 선보인 성공적 행사였다"고 자평했다. 관광객 유치효과도 있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그 많은 예산들을 어디에 썼는지, 행사 당일 1만2000명을 수용하는 입장객 티켓 교환소 부스는 달랑 2개만 설치됐다. 운영 미숙 등을 초래한 근본적 원인이다.
공연의 내용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서귀포시는 출연진도 국내 최정상급 한류스타로 꾸렸다고 했으나 도내 공연기획사에서도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최정상급이었다면 공연 당일 빈자리가 허다하게 보였을리 만무하다.
서귀포시 관계자도 15일 도의회 답변에서 "출연진 전체가 최상위팀이 아닌 것은 사실"이라며 인정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행사는 대성공이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성공'이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당초 서귀포시는 케이팝 공연을 보기 힘든 서귀포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 그리고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보면서 관광객 유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러 제주도를 찾아온 관광객은 과연 몇이니 될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실패작'이다.
서귀포시 당국이 '대성공' 평가의 근거로 제시한 '성황' '만족 반응' 등등은 엄밀히 보면 기대 이상의 질적 성과가 아니라, '12억원'이란 돈을 투입한데 따라 나온 결과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간 기획사에서 하더라도, 10억원 이상의 돈을 투입했다면 그 정도 성과는 충분히 낼 수 있다. 도의회에서 민간 기획사에 맡겨 하는게 낫지 않느냐고 주문한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설령 평가 부분은 서귀포시의 판단이 맞다 하더라도 그렇다. 민생 현장의 어려움을 직시한다면 지금 서귀포시의 'K-POP' 고집은 공감받기 어렵다. 내년 예산이 확 줄어드는 마당에 서귀포시에 정말 필요한게 'K-POP' 뿐이란 말인가. 일회성의 'K-POP' 행사가 과연 칠십리축제와 같은 지역문화행사와 맞바꿀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서귀포시의 대표축제 육성의 실체는 무엇인지 의구심까지 든다.
가뜩이나 재정상황이 어려운데, 지역의 대표적 축제마저 반토막 내면서, 'K-POP'을 마치 서귀포시의 최우선 당면 과제인 것처럼 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 오히려 'K-POP'의 10억원 고집이 예산편성의 원칙과 기준을 무너뜨리고, 형평성 논란에 불을 지피지 않을까 걱정이다, 자칫 민심 이반, '예산 저항'을 불러오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K-POP' 개최를 그토록 갈망하는 배경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도의회 예산안 계수조정에 앞서 서귀포시가 스스로 '과감한 폐지' 결단을 내리는 것이 맞다. <헤드라인제주>
예산낭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