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되니 출퇴근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 앞서며 제주 입도 후 처음 맞은 폭설이 생각난다.
작년 7월 직장 근무지가 제주로 발령 난 후 눈만 뜨면 보이는 바다와 한라산을 만끽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제주 생활이 너무 좋아 육지에 있는 집에 자주 가지 않았다. 그래도 성탄절은 가족과 함께 보내야할 것 같아서 연차를 내고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6시쯤 사택을 나섰다. 컴컴한 밖은 눈이 예사롭지 않게 내렸다. 앱을 켜고 택시를 호출했지만 20분 넘게 잡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눈길에 캐리어를 질질 끌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정류장 온열의자는 누구 아이디어인지 정말 대단한 서비스다. 따뜻한 온열의자에 앉아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던 버스는 다행히 비행기 출발시간에 지장 없이 왔다.
눈이 하얗게 덮인 도로는 사람도, 차도 별로 없었다. 공항에 도착해 짐을 부치고 커피 한잔 사서 탑승구 앞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안내판에 ‘결항’이라는 두 글자가 떴다. 승객들은 거세게 항의를 했지만 할 수 있나, 활주로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뜨지 못한다는 것을…
항공사 직원 안내에 따라 탑승구 밖으로 나가 부쳤던 짐을 찾았다. 사람들은 오후 비행기나 다음날 비행기 표를 다시 구하느라 분주했지만 내리는 눈을 보니 내일도 기약 없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370번 버스를 타고 창밖을 내다봤다. 2시간 전보다 도로에 눈은 더 많이 쌓였고, 스노체인을 장착하지 않은 자동차들은 헛바퀴를 돌며 이리저리 쿵쿵 박기 일쑤였다.
하지만 튼튼한 스노체인을 장착한 우리의 버스는 쭉쭉 앞으로 잘 나갔다. ‘역시 이런 날에는 대중교통이 최고구나.’
민속오일장 쯤 왔을까?
“월랑초등학교 가려면 여기에서 내리면 될까요?”
“네. 맞습니다.”
눈처럼 머리가 하얀 어르신이 버스기사에게 몇 마디 묻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옥신각신한다.
“괜찮습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버스기사는 손 사레를 치며 어르신께 만 원짜리 지폐를 도로 드렸다.
“아닙니다. 공항에서 택시 타려고 했는데, 이렇게 안전하게 버스로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처럼 위험한 날에도 시민들 위해 운전하느라 고생 많으십니다.”라며 어르신은 버스에서 내려 홀연히 사라졌다.
가슴 속에서 따뜻한 뭔가가 올라왔다.
‘나도 저렇게 나이 들어야겠다.’
폭우와 폭설에는 나 자신과 이웃의 안전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이 최고다.
도민들의 발인 제주버스 기사님들!
이번 겨울도 안전운전하십시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민정/한국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 지역본부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