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찬반투표-감독부서 협의 거쳐 전환한 것...자녀특혜 아니다"
재단-도청 절차-공정성 문제 덮어두고....'사과' 한 마디 없이, 반격?
제주신용보증재단이 공개채용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무기계약직 직원 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 감사위원회로부터 '엄중 경고' 처분을 요구받은 것과 관련해, 감독 기관인 제주특별자치도가 감사 결과에 대한 사과 입장은 한 마디 없이 곧바로 정당성을 강조하는 대응 논리 설파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최근 도청 간부공무원 단체대화방(단톡방)에 "최근 공직사회를 겨냥해 제기되고 있는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알려드립니다"라며 제주신용보증재단 채용 관련 논란, 그리고 제주시청 게시판에 올라온 '수의계약' 관련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중 신용보증재단 관련 논란은 매우 의아스럽게 다가왔다. 감사위원회 감사를 통해 재단이나 감독부서인 제주도청 관계부서의 절차 위반 및 공정성 훼손이라는 '잘못'이 확인된 내용임에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방어적 논리'로만 응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톡방 참여자들은 대부분 도청 과장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 감사위 감사 결과는?
지난 19일 공개된 감사위원회의 신용보증재단 감사 결과의 핵심은 무기계약직 직원 2명을 시험 등의 공개채용 절차 없이 막바로 정규직(일반직 7급)으로 전환채용을 한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환채용이 이뤄진 것은 2023년 11월인데, 당초 재단의 '직제 및 정원관리규정'에서는 "채용 당시의 직종은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그런데 전환 채용을 하기 직전인 그해 8월, 재단은 제주특별자치도 관계부서 협의를 거쳐 9월에 해당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에서는 자격요건도 규정하지 않은 채 '일반직 7급'을 신설했다.
이러한 절차를 마친 재단은 그해 10월 홈페이지에 '전담직원에 대한 일반직 직종 전환계획'을 공고한 후, 일반직 신규 채용시 치르는 인성 검사 및 NCS 직업 기초능력 평가 등 필기전형도 거치지 않은 채 전환심의위원회의 면접전형 및 심의 절차만을 거쳐 11월 전환 채용을 확정했다.
재단측은 감사 과정에서 "2020년 10월 노사협의회에서 무기계약직원이 일반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직종 차이로 인해 동일 근속연수의 일반직원과 비교할 때 80% 미만의 보수를 받고 승진체계도 근속 승급만 가능하게 되어 있는 등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으므로 처우 개선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노조에서 찬반투표도 했다"고 어필했다.
또 "노동권을 보호해 나가기 위해 추진한 사항으로, 외부의 압력은 전혀 없었다"며 전환채용이 노조측 요구로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감사위는 재단측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우 차별의 문제에 대한 개선으로 가야 할 사안임에도, 직종 전환으로 이어진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사례는 타 공기관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 출자.출연기관에서 계약직 직원들이 부여받은 업무가 일반직 직원들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를 분담하는 상황인데, 신용보증재단 사례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공기관은 물론 제주도청이나 행정시의 공무직 직원들도 동일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년들에 대한 '공정한 기회'의 보장 원칙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감사위는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에 대한 정당성과 합목적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국정과제 중 '청년에게 공정한 도약의 기회 보장' 과제에 따른 채용 과정의 불공정성 해소 등 공정 문화 확산의 가치가 훼손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재단측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도청 관계부서의 업무협의 관련 문제도 지적됐다.
해당 부서에서는 재단에서 제출한 일반직 전환 채용 계획을 검토하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취지 및 무기계약직 차별 해소 등 사회적 흐름을 고려할 때 직종 전환이 바람직하고, 전환 시 필기시험보다는 인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공기관의 전환채용의 길을 열어주는데 동조한 것이다.
제주도 관계부서가 왜 이토록 신용보증재단 전환채용이 진행되도록 협조하고 나선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이번 감사위의 처분요구는 도내 출자.출연기관 등에 대해 신용보증재단의 전환채용과 같은 사례는 용인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하며, 강력히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단톡방에 오른 '채용 논란' 관련 입장은?
감사 결과만 보면, 제주도 관계부서의 잘못이 명확함에도 정작 간부공무원 단톡방에서는 '방어적 논리'가 일방향적으로 설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공직 내부에서도 말들이 많다.
게시된 글의 내용을 보면,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신용보증재단은 지난 20년 10월 노사협의회에서 처우개선 요구(무기계약직직원이 일반직원과 동일 업무 수행에도 직종 차이로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음)가 제기됐고, 22년 도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에서 '무기계약직 등 내부 만족도 향상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적에 따라 내부 의견(노동조합 찬반 투표)과 도청지도.감독 부서와 협의를 거쳐 무기계약직 2명을 일반직 7급으로 전환한 사안입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전환채용을 한 이유에 대해 노조측의 요구와 감독부서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는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이에 감사위원회는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 할 때는 공개채용 또는 경력경쟁채용의 방식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으로 신용보증재단 경영기획실과 도청 소상공인과에 부서 경고를 내린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정당한 절차로 진행하긴 했으나 공개채용방식을 거치치 않았다는 이유로 '부서경고를 받았을 뿐' 정도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말미에는 "고위공직자 자녀 특혜의혹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감사 결과가 발표된 후, 전환채용의 혜택을 받은 직원 중 공직자 자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의혹도 제기되는데 따른 것이다.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가 아닌, 제주도 차원에서 '특혜의혹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단톡방 게시글은 해당 부서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은채, 특혜의혹 당사자를 대신해 제주도 차원의 방어벽 치기 식 반격에 급급해 하는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 청년센터장 공모 논란에도...김만덕상 수상자 논란에도..."문제 없다"
한편, 제주도는 그동안 시민사회 비판과 논란이 있을 때마다 진솔한 사과보다는 방어적 논리로 상황을 넘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해에는 제주도에 주소를 둔 청년 1만명에 준다던 4만원 상당의 청년문화복지포인트(청년문화패스) 시행됐으나, 해당 정보를 먼저 공유한 공무원들에서 신청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일반 청년들은 신청도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제주도정은 해명으로 일관했다.
지난 해 김만덕상 수상자의 경제범죄 이력이 드러나 논란이 될 때에도 제주도 관계부서는 '결격사유'가 아닌 점에 들면서 응수했다. 제주청년센터장 채용 과정의 적격성 논란이 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정성 내지 적격성 문제는 덮어두고,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논리로 응수했다.
지방정가의 한 인사는 "이러한 문제들은 도덕 불감증으로 비쳐질 수 있도 있는데, 왜 논란이 있을때마다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청년이나 도민들 눈높이와는 맞지 않다. 사과 한번이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