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미디어파사드-불꽃쇼 4억원, 전액 집행 수순?
제주시 "천재지변 상황은 100% 지급"...민간교부금 행사는?
첫날 축제장 참여자 4만4000여명?...실제 계측 맞나?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5 제주들불축제'가 갑작스럽게 몰아친 태풍급 강풍으로 2~3일차 행사가 전면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예산은 대부분 항목에서 예정대로 집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는 사흘 일정 중 이틀이 취소됐지만, 재정은 100% 소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제주시에 따르면, 올해 제주들불축제의 사업비는 총 18억3500만원에 이른다. 읍.면.동 등에서 자생단체 참여 독려나 민속경기 참가비 등을 제외한 제주시에서 집행하게 되는 액수다.

그러나 행사는 첫 날 개막식과 개막공연, 민속경기 등만 진행됐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힌 이틀째 행사, 그리고 마지막 날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특히 이틀째 행사의 취소는 향후 정산 과정에서 많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당초 15일에는 기존 횃불대행진을 대체한 디지털 횃불 이용 희망대행진을 비롯해, 기존 달집 태우기를 대체한 프로그램 '디지털 달집', 그리고 오름불놓기를 대체한 '디지털 불놓기' 등 빛과 조명의 '복합 미디어 아트쇼'가 펼쳐질 예정이었다.
미디어 아트쇼에서는 디지털 불꽃 영상과 레이저 드로잉 등을 통해 빛으로 새별오름을 새롭게 채색하는 동시에 주무대에서는 악가무(樂歌舞)의 화려한 공연이 함께 펼쳐지는 것으로 계획됐다.
많은 화약이 투입되는 불꽃쇼와 미디어 파사드 등에 투입된 예산만 4억원에 달한다. 이 사업은 화약 및 불꽃제품 제조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인 (주)한화에서 입찰을 통해 계약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행사 취소가 결정되면서 이 행사들은 제대로 시연해 보지도 못한채 끝났다.
그렇다면, 행사 비용은 어떻게 정산해야 할까.
18일 제주들불축제 행사 취소 관련 후속으로 '특별공연' 계획 발표 브리핑을 한 제주시 관계부서는 "(계약사항에) 천재지변 등으로 행사를 하지 못하게 될 경우 100% 지급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의 미디어파사드를 꼬집어 설명한 것은 아니나, 이번 축제의 행사 주요 항목에서 계약이 대체로 그렇게 돼 있다는 것을 전한 것이다.
'천재지변' 상황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재정 지출은 100% 가깝게 이뤄질 것으로 전해지면서 많은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제주시 관계부서에서는 현 시점에서는 "계약 조건 등을 모두 살펴보며 정산을 해 나갈 계획"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천재지변 상황'의 계약 조건을 언급한 점을 보면 사실상 상당부분 지출이 불가피함을 역설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읽힌다.
이는 '셀프 정산'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민간단체 주관의 교부금 정산에서는 엄격한 지출근거를 요구하면서, 행정기관 주최 행사에서는 '천재지변의 상황'을 명분으로 계획대로 지출방침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당부서에서는 민간단체에서 주최하는 보조금 행사에서 유사한 상황으로 인해 행사가 취소될 경우 재정집행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민간단체의 경우에도 이미 준비가 이뤄진 상황이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 민간교부금 행사에서는 행사 개최가 무산될 경우 보조금 정산 인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민간단체의 교부금 행사는 행사 일정의 전면 취소보다는 '연기'라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축제 첫 날 방문객이 4만4368명으로 계측됐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1만명이 동일한 장소에 운집하더라도 발디딜틈 없는 인파가 몰린 듯한 상황이 연출되는데도, 이날 운집 상황은 저녁 개막식 때 준비된 의자에 빼곡히 앉아있을 때가 최대치였다. 낮 시간대 민속경기 등에 참여자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나, 여러 각도의 현장 사진 등을 종합하더라도 4만을 웃돈다는 집계는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제주시는 2~3일차 행사가 전면 취소된 공연 프로그램과 관련해, 오는 23일 오후 6시 제주아트센터에서 2025 제주들불축제‘희망, 잇다’ 특별공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했던 축제 2일차 주제공연인 ‘오름향연’이 실내 공간에서 재현될 예정이다.
특이한 점은 이 공연 행사에 한화의 미디어파사드도 실내에서 선보인다는 점이다. 제주시는 한화측의 자발적 참여라고 설명했으나, 다분히 지출 명분을 쌓기 위한 참여로 비쳐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