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전교조 "말도 안되는 숙제"...학교 "자연사랑 취지"
여름방학이 막바지에 접어 들어 2학기 개학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지난 24일. 서귀포시 내 모 초등학교에 1학년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A씨는 아이로부터 SOS를 받았다.
방학숙제를 다 하지 못했다는 SOS였는데, 어떤 숙제인지 살펴보니 '지금 전화하자!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도전'이라는 제목이었다.
이 숙제에는 7대경관 문자투표와 전화투표 방법이 적혀 있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투표를 했는지 기입할 수 있도록 표도 함께 담겨 있었다.
"제주가 세계7대 자연경관이 되도록 우리 가족이 전화나 문자투표를 하고 결과를 아래 표에 적어 봅시다. 인터넷 투표는 이메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메일이 있는 학부모님이나 학생이 하면 됩니다"는 설명도 포함돼 있었다.
숙제는 이 학교 학생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에게 해당됐다. 나아가 일부 학년은 '필수 과제'로 7대경관 투표 활동이나 홍보활동을 하고 활동모습, 알게 된 점, 느낀 점 등을 보고서로 작성해 제출하도록 했다.

숙제를 접한 학부모 A씨는 "아이가 방학숙제를 이것만 못했다고 해서 봤는데 7대경관 투표였다"며 "이런 말도 안되는 숙제를 내는 학교가 있느냐"고 성토했다.
그는 "학교나 교육청으로 항의해볼까도 했지만 혹시 애한테 피해가 갈까봐 감히 못하겠다"며 속을 태웠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전교조 제주지부는 7대경관 투표 분위기가 도를 지나쳤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공무원 동원, 아르바이트 동원, 예산 낭비에 이어 이제는 초등학생까지 7대경관 투표로 얼룩지고 있다"며 "이처럼 어이 없는 숙제를 학생들에게 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제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교 관계자는 "단순히 투표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자연사랑을 고취시키고, 투표 참여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숙제를 냈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가 불만을 제기한데 대해서는, "숙제를 내기에 앞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숙제를 내도 되는지 묻기 위한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당시에는 불만이 없었다"며 "왜 이제 와서 불만이 나오는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투표 강요가 아닌 자연사랑 마음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이었다고는 하나, 7대경관 투표에 초등학생들까지 동원하려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