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 강정 접수한 해군...어떤 '작전' 폈나?
상태바
순식간 강정 접수한 해군...어떤 '작전' 폈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긴박했던 '3시간', '블럭형 펜스라인'에 상황종료
쇠사슬 농성자 '울분'...'철조망' 중덕해안 사실상 완전 통제

수년째 대치돼 온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 구럼비 해안은 결국 공권력을 앞세운 해군이 장악하게 됐다.

2일 새벽녘 경찰의 공권력 투입은 극도의 보안 속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육지부에서 대거 파견된 서울기동경찰관 등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해군기지 반대진영이 공권력 투입의 움직임을 감지한 것은 새벽 4시께.

경찰이 진압복을 갖춰입고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덕 해안가로 이어지는 농로 삼거리의 밤샘 농성장은 순간 바빠지기 시작했다.

5시를 넘어서자 마자 경찰은 강정마을로 밀고 내려왔다. 마을로 통하는 길목에 대규모 경찰력이 속속 배치됐고 주요 도로 길목을 완전히 통제시키면서 마을은 순식간에 고립됐다.

그리고 농성장에도 경찰력이 투입됐다. 몸에 쇠사슬을 감고 '맨몸 투쟁'을 하던 농성자들은 거대한 공권력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이란 예상은 많았지만, 이처럼 기습적으로 투입될 것이란 예상은 못했던 터였다.

순간 강정마을에는 비상사이렌이 쉴새없이 울려댔고, 마을 방송에서는 "지금 경찰이 강정마을에 들어왔습니다."라는 애절한 방송이 나왔다. 마치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계엄군이 쳐들어온다며 울부짓던 새벽 방송을 연상케 했다.

캄캄한 밤이지만 강정마을 길목에 배치된 경찰력 앞에도 하나둘씩 모여앉아 대치상황을 이루기 시작했다.

문제는 농로 삼거리의 농성장.

모든 경찰이 그곳에 집중돼 있었다. 오전 6시께, 날이 밝아오자 경찰의 작전은 본격화됐다.

해군측 관계자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농성 주민들에게 법적절차에 따라 해군기지 공사를 재개하기 위한 펜스설치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농성장에 있던 주민들과 평화운동가들이 해군측과 경찰에 격렬하게 항의했으나 해군 관계자는 일방적인 통보만 한 후 그대로 돌아갔다.

그러자 경찰은 순식간에 농성주민을 애워싸고 주민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포위된 농성장의 사람은 대략 150명 정도.

진압복을 갖춰입고 완전무장한 1000명이 넘는 대규모 경찰력은 농성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애워싼채 조금씩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투입된 경찰 대부분은 전문 진압경찰인 서울기동경찰관 소속으로 주민들의 저항에도 아랑곳없이 '작전'을 신속하게 이어 나갔다.

오전 7시께, 이윽고 해군측에서 보낸 포클레인이 농성장 뒷쪽을 통해 나타났다.

포클레인을 운전한 기사 역시 강정마을 주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성장은 크게 분주해졌다.

현애자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50여명의 여성 주민들과 회원들은 몸에 쇠사슬을 묶고 농성장에 앉아 "강정마을 살려내자"라는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한쪽은 농성장 옆 가건물 지붕위에서 진압경찰과 주민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자칫 추락해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바로 그 옆 5m 정도 높이의 망루 꼭대기에는 주민 고권일씨가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었다.

사방의 경찰과 대치를 하는 사이 포클레인이 나무들을 밀어내며 공사를 시작했다.  주민들이 다시 포클레인 앞으로 몰려가 결사적으로 막았다. 그러자 곧바로 경찰력이 포클레인 주변을 애워싸며 주민들을 밀쳐내고, 한명한명 연행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상황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최후의 '충돌'을 예상하고 있었다.

제주해군기지 경계구역에 쳐질 펜스는 정확한 구역의 위치대로라면 쇠사슬을 감은 농성자들이 앉아있는 곳, 그리고 옆 가건물을 철거해야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바로 주변에 서울기동경찰관 소속의 여경들이 배치돼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농성 여성들을 모두 끌어내고 옆 가건물을 철거하는 마지막 수순이 남아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 농성자 해산작업이 막바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해군측은 펜스를 직선형으로 설치하다가 농성자가 앉아있는 곳과 가건물 쪽 부분에서는 이 공간을 남겨놓은 채 우회해 블럭 모양을 만들며 설치작업을 벌인 것이다.

결국 농성자들은 한치도 움직이지 않고 자리를 사수했지만 농성장 뒷편으로 해 블럭모양으로 펜스를 설치하면서 농성자들은 중덕해안가 방면이 아니라, 펜스 밖으로 내몰린 형국이 돼 버린 것이다.

이 마지막 펜스가 설치되는 순간, 지난 5년간 해군기지 반대투쟁의 최후 보루였던 구럼비 중덕해안가는 해군의 점유지로 넘어갔다.

3m 정도의 높은 펜스가 강정포구 앞까지 설치되면서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그 농로를 통해 중덕해안가를 갈 수 없게 돼 버렸다.

이를 저지하려던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울분을 터뜨린 것도 이 때문이다. 농성장에 있던 모든 이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이 투입돼 공사를 시작한지 불과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 9시20분께, 무차별 연행속에서 중덕삼거리의 펜스설치 공사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높고 높은 펜스로 둘러싸인 중덕해안가 시설물들은 곧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해군기지 사업구역 내 중덕해안가에는 더 이상 주민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구럼비해안의 아름다운 절경도 이젠 해군의 허락없이는 볼 수 없게 돼 버렸다.

한편에서는 여경들을 앞세워 농성장 주민들을 진압할 것처럼 제스쳐 하면서 농성자들의 시선을 돌린 뒤, 다른 한편으로는 순식간에 블럭형 펜스라인을 만들면서 상황을 종료시킨 해군측의 '작전'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사실상 대부분의 상황이 마무리된 것이다.

이 '기막힌 작전'에 한달 넘게 쇠사슬 투쟁을 벌여온 농성자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앞으로 구럼비 중덕해안가도 마음대로 못가고, 수려한 절경도 더 이상 볼 수 없는 현실에 한결같이 울분을 토해냈다.

당분간 펜스에 둘러쌓인 구럼비 해안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설치된 펜스 위에는 이를 전해주기라도 하듯 철조망이 쳐졌다.

강동균 회장을 대신해 강정마을을 이끌고 있는 조경철 마을회 부회장은 매우 격앙된 목소리로 경찰에 요구했다.

경찰과 해군의 목적이었던 펜스설치가 이뤄졌으니, 당장 철수하라는 외침이다. <헤드라인제주>

새벽 5시쯤, 강정마을로 통하는 길목을 경찰이 전면 통제하고 나서자 경찰대열 앞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같은시각 중덕 삼거리 농성장에는 많은 경찰력이 투입되고 있었다.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공사재개를 위한 펜스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해군 관계자. <헤드라인제주>
5m 높이 망루에 올라가 '고공투쟁'을 벌이고 있는 주민 고권일씨. 그는 끝내 펜스설치가 강행돼 완료되자 오랫동안 망루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헤드라인제주>
농성장 옆 가건물 지붕위에서는 경찰과 주민들이 밀고당기는 아슬아슬한 몸싸움이 1시간 넘게 이뤄졌다. <헤드라인제주>
경찰이 펜스설치 공사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연행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경찰이 펜스설치 공사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연행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한 여성이 경찰에 끌려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한 여성이 경찰에 끌려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경찰이 펜스설치 공사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연행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한 여성이 경찰력 앞에서 무릎을 끓고 간절한 호소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한달 넘게 쇠사슬 투쟁을 벌여온 현애자 전 국회의원이 울부짓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쇠사슬 투쟁에 동참한 여성 참가자들이 펜스설치 공사 강행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조경철 강정마을회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설치된 펜스위에는 누구도 드나들 수 없도록 철조망이 쳐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제주소년 2011-09-02 17:57:53 | 221.***.***.123
독도 해안선이나 어떻게 지킬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나 할것이지.... 개념없는 한국 정부...

제주도에 온 육지인 2011-09-03 16:09:52 | 220.***.***.3
제주도에 늘어나는 골프장과 생태계 파괴..
중국 어선의 피해를 입는 어민들...
제주는 고려 정부의 힘이 약해서.. 100여년 이상 몽골의 지배를 받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 제주도가 다른 나라에 의해 점령 당한 다면 육지 것들 과연 도와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