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항 '허구성' 근거제시 성과...이중협약은 '경위확인' 수준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한 일련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23일 증인을 출석시킨 가운데 조사를 벌인 가운데, 이날 조사에서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크루즈항 부분의 '허구성'을 뒷받침하는 조사결과가 제시된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조사에서는 우근민 제주지사 등 증인 및 참고인 16명이 출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2009년 정부와 제주도간에 체결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기본협약서'의 이중 작성 문제, 그리고 협약서에 명시된 15만톤급 크루즈 2척의 동시접안이 가능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중 이중 협약서 작성 부분과 관련해서는 당시 서명에 참여했던 김태환 전 제주지사와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모두 출석하지 않으면서 다소 맥이 빠졌다.
행정사무조사에 나선 의원들은 저마다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도성을 제기했으나, 김대훈 전 제주특별자치도 자치행정과장은 "추호도 도민여론을 호도할 생각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옥신각신 설전은 이뤄졌으나 기본협약서 부분은 이중으로 작성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만 확인했을 뿐, '의도성'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크루즈항의 15톤급 2척 동시접안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부분 공감이 되는 입증조사자료들이 제시됐다.
박원철 의원이 내놓은 조사분석결과 자료가 그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크루즈항 설계도면 상 선회장 직경규모가 520m로 제시된 것은 크루즈선이 아니라 '항공모함'의 입출항을 위한데 맞춰졌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현재 크루즈항 접안에 필요한 선회장이 520m로 지정돼 있으나, 항만법에 의한 항만설계기준에 따라 선회장을 2L(선박 전장의 2배 길이)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선회장 직경은 520m가 아니라 690m로 설계됐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국방군사시설기준에 항공모함을 위한 선회장이 520m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에 근거할 때, 강정 크루즈항의 선회장 규모는 크루즈 입출항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항공모함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항로가 '직각'에 가까워 입.출항 시 안전문제가 따르고, 선회장 규모의 경우 축소설계한 이유가 불분명하며, 시뮬레이션에 대입된 '풍속' 값이 제주도 특성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차우진 제주특별자치도 기획관리실장을 비롯한 현직 관계관들은 "현재 TF팀이 구성돼 이 부분에 대한 자체검증이 이뤄지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 입장표명을 미뤘다.
기본협약서가 체결되기 이전에 최초 해군기지 항만공사 기본계획 설계에 참여했던 G엔진니어링 관계자는 참고인으로 출석해, "(2006-2007년 이뤄진) 최초 기본계획 설계당시에는 15만톤 크루즈 동시접안에 대한 과업지시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실시설계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해 실시설계가 짜여지는 것인데, 기본설계에서는 크루즈항 부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즉, 뒤늦게 실시설계 과정에서 15만톤급 2척의 동시접안이 가능한 크루즈항 부분을 설계했다고 하더라도 서둘러 변경하면서 최소 '부실'했을 수도 있을 것이란 추측을 하게 한다.
사실상 도의회는 동시접안은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현재의 설계는 크루즈가 아니라 항공모함, 즉 군함을 위해 짜여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본협약서 체결당시 관계공무원들의 '책무' 부분도 도마에 올랐다.
기본협약서를 체결한 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설계가 이뤄질 당시 항만설계 부분에 대한 검토가 전혀 없었던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증인으로 출석했던 이종만 전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본부장은 이 부분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이뤄지는 내용이어서 항만설계 부분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도의회가 크게 격분하며, 전임 도정 당시에 행해졌던 일련의 상황을 재점검한 후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나타날 경우 '직무유기'로 민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사를 마친 후 박원철 의원은 "크루즈 선박 2척 동시 접안이 가능한 민항 건설은 애초부터 허구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 오늘 조사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이 문제를 갖고 강력한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전임도정 당시 관계 공무원이 항만 설계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았고,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며 관심조차 없었다는 사실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무유기'로 보고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조사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자료제출 요구를 많이 했는데, 해군이나 국방부가 국방군사시설에 관한 내용이어서 제출할 수 없다며 전혀 협조하지 않았던 점"이라며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하면서,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정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식 의원도 회의가 끝난 후, "크루즈 2척 동시접안은 허구였고, 사실상 크루즈항은 크루즈를 입출항을 위한 항만이 아니라 항공모함을 위한 군항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 큰 성과였다"면서 "이미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허구성은 드러난 것이고, 앞으로 기본협약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묻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사에서 크루즈 2척 동시접안이 어려울 것이란 결론으로 모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박원철 의원이 제시한 조사자료는 지금까지 나온 내용 중 상당부분 근거를 갖고 설명이 이뤄졌으나, 정작 실시설계에 참여했던 관계자나 해군이나 정부당국장의 불출석 등으로 직접적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술적 검토부분에서 정부는 여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의회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설명하고 나설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공사중단을 이끌어내야지요.
무슨 의혹제기 수준에 불과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