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 업체간 '담합' 의혹...제주지역 의약업계 마찰 불거져
올해 제주지역 보건소로 납품된 독감 인플루엔자 백신가격을 두고 논란이 일고있다. 제주보건소와 서귀포보건소가 각각 구입한 백신의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다.
제주시보건소는 지난 4일부터 영.유아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독감 인플루엔자 무료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제주시는 무료접종을 위해 2만2000명분의 백신을 정부 조달가인 대당 7380원에 구입했다.
문제시 되는 것은 무료접종이 끝나고 오는 24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유료접종의 백신 가격이다.
제주시보건소는 유료접종 백신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입찰을 거쳐 최저 가격으로 응찰한 제주도내 D약품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백신을 정부 조달가보다 2980원가량 저렴한 1대당 4400원에 구입했다.
서귀포시보건소는 같은 용도로 사용되는 백신 5500인분을 정부 조달가인 7380원보다 30원 저렴한 7350원에 제주도내 H약품사와 계약을 맺었다.
단순 비교했을때 주사기 1대의 가격 차이는 2950원이다. 5500인분의 백신을 구입할 경우 1600여만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 "백신구입 예산 규모가 적어 비싸게 샀다?"
서귀포보건소는 백신 구입 가격차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입찰을 통해 이뤄진 것이기에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즉, 백신 구입을 위한 입찰에 참여한 업체중에서 최저가가 7350원이었기 때문에 업체 중 선정할 뿐이었다는 주장이다.
서귀포보건소 관계자는 "제주시의 백신구입 규모는 서귀포시의 3배 가량이다보니 입찰에 참여하는 의약품 업체도 제주시쪽으로 몰렸다"면서 "서귀포보건소 입찰에는 2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제주시보건소 입찰에는 4개 업체가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또 "서귀포보건소의 입찰에 참여한 업체의 개찰은 제주시보다 2주정도 앞선 지난 9월22일에 이뤄졌고, 제주시는 10월 4일에 이뤄졌다"며 "9월말께 한참 의약품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시기였기에 백신이 비쌀 시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예산규모로 인해 백신을 비싸게 구입했다는 부분은 명쾌한 해명이 되지 않는다.
제주서부보건소의 경우 1500인분의 주사기를 대당 4250원에 구입했고, 제주동부보건소는 2500인분을 대당 4400원에 구입했다. 서귀포시보다 예산 규모가 적음에도 싼 값에 백신을 공급받은 것이다.
백신이 비싼 시기에 구입이 이뤄졌다는 해명에 대해서는 유연성 없는 보건행정에 대한 지적이 인다. 서귀포시의 해명에 따르면 입찰 기간을 조금 더 연장하거나 늦췄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사안이기 때문이다.
# 의약업체간 담합 적발...거품 빠지는 백신가격
백신가격이 널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에 대해 의약품 업체간의 담합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약업체들이 수년간 독감백신의 가격과 수량을 담합해 정부 입찰에 참여한 것을 적발하고 의약품 도매업체 8개 업체에 약 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들 9개 사업자가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질병관리본부가 발주하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입찰하기 전 정부조달 물량과 단가를 미리 알고 업체간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백신 가격은 전국적으로 7000원선을 웃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까지만해도 제주지역 보건소의 독감 백신 조달 구매가격은 4050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6년 백신 조달가격이 7000원으로 훌쩍 뛰어오르더니 이후에는 가격이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제주지역 백신판매 업체들도 의약품 업체간 담합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유추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업체들의 담합으로 정부입찰가의 인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국민들이 낸 세금이 낭비된 결과를 가져왔다"며 "더구나 정부 입찰가가 민간 공급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피해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결국, 대형 의약품 업체간의 담합행위가 밝혀지고 백신의 실가격이 공개되자 의약품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 제주 의약품업계 '마찰'..."상도덕 어겼다" vs "적정가격 입찰은 당연"
그런데, 보건소가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제주지역 의약품 업계에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입찰가를 떨어뜨린 것이 상도덕을 어긴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고, 반대쪽에서는 원가에 맞는 적정가격에 입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입장으로 맞서는 것이다.
한 업체는 "이번 낙찰은 올해가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될 백신을 덤핑한 가격으로 제주시보건소 백신구입 입찰에 참여해 계약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들은 "백신 덤핑은 상거래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라면서 이로 인해 보건소가 기존 거래 업체와의 마찰을 가져올 수 있고, 예산을 적정하게 사용하는데도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원가와 비교할 때 백신의 가격은 4000원대가 적정하나 이를 '덤핑'으로 규정하면서, 오히려 상거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 반대측에서는 상거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지적에 대해 "적정가격으로 구입하고, 적정 가격으로 투찰하는 것이 어떻게 덤핑 입찰이느냐"고 항변하며 "낮은 가격에 입찰한 것은 그만큼 업체의 능력이 있다는 것인데, 무엇이 덤핑구입인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입찰한 백신이 올해가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될 백신이라고 하는데, 원래 백신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올해가 지나면 모든 백신은 폐기된다"며 "당연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부풀린 비방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맞섰다.
# 의약품업계 "입찰 방식으로 제주도가 일괄 구입해야"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의약품업계 내부에서는 정부가 조달해서 백신을 납품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지자체별 보건소가 직접 백신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 업체별로 가격경쟁을 벌임으로써 백신 가격을 훨씬 저렴하게 납품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모든 백신물량을 지자체 구입하는 방식이 어렵다면 최소한 50%이상의 백신은 지자체에서 구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제주시보건소와 서귀포시보건소의 납품가격 차이가 커지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별 보건소가 백신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 보건행정이 일괄적으로 백신을 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별 보건소에서도 크게 동의하는 부분이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제주도가 일괄적으로 백신을 구입해준다면 우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반색했다.
또 지역업체가 담합할 수 없도록 입찰 방식을 일부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각 업체가 제시한 입찰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백신을 싸게 구입해서 남는 예산들은 저소득층 가정 등을 대상으로 무료접종의 이용폭을 높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독감예방백신은 그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발표해 이 예보에 맞춰 백신회사들이 백신을 만드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독감백신원액은 우리나라 녹십자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12개사만 생산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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