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확인된 시뮬레이션 자료..."군함도 입출항 어렵다"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한 민항시설의 설계오류 문제가 '양파껍질'처럼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마디로 '갈 수록 태산'인 모양새다.
처음에는 단순한 변수값 설정 상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것이, 해군기지 기능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항만시설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중대한 국면을 맞게됐다.
21일 오전 11시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해군기지 조사소위원회 회의는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이미 항만시설에 대한 '전면 재검증'을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동안 제주도에서 줄곧 제기했던 '민항시설 문제'가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정부나 해군도 인정한 것이다.
# "인정할 수 없다" 부인하던 해군...뒤로 감춰둔 군함 시뮬레이션
약 열흘전까지만 하더라도 해군측은 "시뮬레이션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력하게 반박해 왔다.
지난 10일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열린 국회 예결위 해군기지 소위에서 제주도는 대부분의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의 경우 최대풍속인 26.2m/s를 변수값으로 설정하는데, 해군의 시뮬레이션은 7.717m/s에 불과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평상시에는 선박이 드나드는데 문제가 없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 경우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자리에 있던 구옥회 해군전력기획참모부장(소장)은 "풍속 변수값이 잘못됐다는 점은 인정할 필요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다"며 완강하게 부인했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시뮬레이션의 문제는 단순히 '민항시설'의 하자만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19일 국회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 항만설계 및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검증을 위한 간담회'에서 해군이 15만톤 크루즈 2척 동시접안 시뮬레이션 뿐만 아니라 군함을 대상으로 한 별도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자리에서 밝혀진 군함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의 내용을 보면 민항의 풍속 변수값은 15노트, 군항의 풍속값은 30~40노트를 적용했다.
즉, 민항의 시뮬레이션 검증은 평상시의 상황만을 가정해 대충 넘어갔고, 군함의 시뮬레이션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변수값을 적용한 것이다.
이는 해군이 애초부터 민항시설 보다는 '군항'에만 초점을 두고 설계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크루즈-군함 동시접안 어렵다?...'항공모함'은 뭐야?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일 공개된 해군의 군함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면 문제는 더욱 확산된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제주 해군기지에 크루즈가 접안할 경우 군함도 입출항이 어렵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시뮬레이션이 설명한 주관적 운항난이도 분석결과에 따르면, 대형군함이 항만 내에서 선회할 시 방파제에 15만톤급 여객선이 정박해 있는 경우 군함이 정박하는데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부두와 여객선 사이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과정의 난이도가 '매우 어려움'으로 매겨진 것이다.
이는 민항과 군항의 공존이 어렵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기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아직 그 이유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문건상에는 '항공모함'이란 단어가 적시돼있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항공모함의 보유국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10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항공모함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시뮬레이션에 항공모함 문구가 들어가면서 일각에서는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 해군의 기항지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해군기지 설계상의 오류..."과연 모르고 있었을까?"
최초의 시뮬레이션상의 문제는 '변수값 설정'의 오류에 불과했다. 이는 오류를 인정하지 않은 해군측의 단순한 실수로 치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따로 실시한 군함 시뮬레이션의 결과가 공개된 마당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해군이 사전부터 항만시설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쉬쉬해왔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같은 항만시설의 총체적인 문제에 해군기지는 중대한 국면을 맞게 됐다. 그동안 완강하게 부인해왔던 정부와 해군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부실 설계'의 문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의 '항만설계'는 재검증 절차를 거쳐 전면 재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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