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과의 거친 대립서 '상한 감정'...'소통의 부재' 아쉬워
김병립 제주시장이 단단히 뿔이 났다. 최근 한미FTA를 반대하는 농민들과의 면담과정에서 불거진 문제 때문이다.
김 시장은 4일 오전 8시 30분 제주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시위 문제에 "엄정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그는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행정절차를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행정을 무력화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면서 '강경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일부 주민들의 경우 '시청쯤이야'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분위기"라며 "법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엄정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공식석상이기에 정제된 어조로 발언했지만, 상한 감정을 모두 감출 지는 못했다. 과연 김 시장은 무엇에 뿔이 난 것이었을까.
# "시장이 무슨 힘이 있어!" 농민과의 대립에 상한 감정
발단은 지난달 말께 벌어졌던 농민들과의 충돌이다.
지난달 25일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반대하는 제주지역 농민들은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도했지만, 제주시 공무원들은 이를 '불법시위'로 규정, 강제로 시설물을 철거했다.
이에 맨몸으로 밤을 지새운 농민들은 날이 밝자마자 김 시장을 찾아와 항변하기에 이르렀다.
제주시를 찾아온 농민들은 "행정이 농민들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시설물을 강탈해 갈 수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정식적인 절차로 계고장을 발부해 시설물을 설치하지 못하게 하면 될 것을 강제진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항변했다.
이 과정에서 다소 거친말이 오가자 감정이 상한 김 시장도 "우리가 언제 강탈을 했느냐"며 다소 격앙된 어조로 맞섰다. 결국, 면담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급하게 마무리 지어졌다.
공식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었지만 당시 농민들은 "낙하산으로 자리를 꿰찬 시장이 무슨 힘이 있겠느냐"면서 자리를 파했다. 김 시장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대목이었을 터.
이 같은 상황이 김 시장으로 하여금 '엄정한 대처'를 고집하게 한 배경으로 여겨진다.
그는 4일 간부회의에서 당시 철거작업의 선두에 섰던 건설교통국 직원들에게 "고생이 많았다"고 격려하며 "건설교통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부서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농민들의 거센 항의...누구의 잘못인가?
하지만, 김 시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 일부 곱지 않은 시선도 오가고 있다.
시장의 입장에서 농민들의 항변에 대한 '대응'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그렇게까지 항변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제주도청 앞에서 발생한 제주시청 공무원과 농민들간의 충돌은 제주시가 과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인다.
당시 천막설치가 진행되려는 순간부터 수 많은 인원이 달려들어 천막을 철거한 상황부터 시작해 비 가림막, 집기류, 심지어 방석까지 모조리 거둬간데 대한 주장이다.
천막이야 그렇다해도 보온통이나 방석까지 쓸어간 것은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만약 제주시가 정당한 절차로 계고장을 보내는 등의 절차를 밟았다면, 천막을 수거한 후에 농민들의 입장을 헤아려 방석을 수거하는 '무리수'까지 두지 않았다면, 감정을 상하게 할 거친 말이 오갔을지 의문이 들고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 농민들이 길거리에서 농성을 벌이지 않도록 위안을 줄 수 있는 'FTA대책'을 세웠더라면 이 같은 충돌이 발생했을까도 입방아에 오른다.
결국 서로 감정상 대립하게끔 만든 원인제공자가 누구에게 있느냐를 따지고 들었을때, 유독 '소통'을 강조해 왔던 김 시장의 발언은 아쉬움을 더한다.
한켠에서는 김 시장이 취임 초기부터 주창한 소통은 결국 의례적인 발언일 뿐이었다는 탄식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