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중재원 '사정변경' 인정여부 관건...법적분쟁 불가피
1998년 이후 지속돼 온 제주삼다수의 (주)농심의 독점체제를 깨뜨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농심과의 판매협약 해지를 통보한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19일 (주)농심으로부터 처음 공식 답변을 받았다. 한마디로 개발공사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농심은 그 이유로 △판매협약이 조건부 갱신 계약인 점 △삼다수 판매이익이 개발공사가 농심보다 많은 점 △삼다수 브랜드를 농심이 개발한 점 등을 제시했다.
그동안 제주에서는 이 판매협약이 농심에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계약 만료기한이 없이 영구적으로 가져나갈 수 있는 불공정한 '노예계약'이라는 표현을 써왔으나, 농심의 해석은 아전인수격으로 이뤄졌다.
영구계약이 아니라 '조건부 갱신 계약'이라는 것이다.
2007년 12월15일 체결된 삼다수 판매협약에 관한 계약서에서는 '3년이 지난 다음부터는 구매물량 이행때 1년단위로 연장하기로 하는 조건'이 명시됐다.
"제3조(협약기간) 협약기간은 이전 협약 제3조(협약기간)의 자동연장 조건에 따라 본 협약 체결일로부터 3년간으로 하며, 그 이후에는 제6조(구매물량) (2)항의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될 경우 매년 연장된다."
즉, 계약이 체결된 후 계약물량을 이행하면, 그 다음해 부터는 전년도 구매물량을 이행할 때마다 자동으로 1년단위의 계약이 연장된다는 것이다.
이 규정을 두고, 제주에서는 계약만료기한이 없는 독소조항으로 보고 있는 반면, 농심은 '조건부 계약'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이 조항은 제조사(갑)가 판매사(을)에게 일정량 이상의 판매의무 이행을 계약기간 연장과 결부시킨다는 점에서 판매사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조건인 반면, 제조사에게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요구해 반영된 규정을 지금에 와서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도 반하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농심은 "계약이란 상호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개발공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부정하고 조례 개정을 명분으로 계약을 강제로 종료하려는 배경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도의회가 삼다수 유통과 관련한 조례를 개정해 앞으로 삼다수 판매협약을 체결함에 있어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했다고 해서, 강제로 현재의 판매계약을 종료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농심은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임을 들어 "사적 영역에 속하는 계약을 조례가 개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나아가 개정 조례로 이미 체결된 계약을 무효화시키는 것은 소급 입법으로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말까지 언급했다.
이는 앞으로 개발공사가 강제로 계약을 종료시키려 할 경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개발공사가 취할 수 있는 '카드'가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일단 계약해지 수순을 밟기 위한 '공개경쟁입찰'의 조례개정은 이뤄졌다. 그렇다고 해서 이 조례 개정만을 이유로 해 대한상사중재원이나 민사상 법적 분쟁에서 매우 유리하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더라도 '계약의 불공정성'과 '사정변경'이란 이유는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해지가 인정된 판례가 극히 드물었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사정변경'의 의미가 계약의 기초가 됐던 객관적인 사정을 말하는 것이지, 일방 당사자의 주관적 또는 개인적인 사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조례의 변경이란 '사정 변경'만을 갖고 상사중재원이나 민사소송 등을 검토기에는 역부족인 점이 있다. 농심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계약을 무효화시키기 위한 '소급 입법'으로 판단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례 개정의 이유 외에도, 정확히 '불공정한 계약'이란 점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대응을 하든지 간에 (주)농심이 순순히 기득권을 내어주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계약의 불공정성을 정확히 입증할 수 있는 법률적 검토와 준비가 요구된다.
단순한 논리로 섣불리 대응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가능성이 있다.
충분히 예견됐던 농심의 '거부', 개발공사의 다음 대응 카드는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신청까지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다. 법적분쟁이 불가피한 시점에서 '사정 변경'의 확실한 논리가 필요하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