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사인받으며 공권력 행사해?"..."경찰은 해군 하수인인가?"
지난 30일 오후 경찰에 연행된 양윤모 영화평론가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문규현 신부, 제주주민자치연대 소속 송모씨 등 3명.
이들은 연행된 후 경찰 조사를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모두들 잔뜩 화가 나 있다.
유독 전날 상황 때문만이 아니었다. 31일 유치장에 구금돼 있는 이들은 지인들의 면회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얘기했다.
연행된 3명 전날 상황에 대해서는 기가막혀 했다.
양윤모씨는 전날 해군기지사업단 정문으로 들어가려는 공사차량 밑에 들어가 진입을 저지한 혐의로, 문규현 신부 역시 같은 혐의로, 그리고 송모씨는 이 광경을 지켜보다 차량 앞에서 공사중단을 촉구한 혐의로 체포됐다.
▲양윤모씨 "용역 지시받는 경찰 모습 너무 기가막혔다"
지난해 4월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크레인 밑에 들어가 완강히 저항하다 공사방해 혐의로 구속된 후 목숨을 건 옥중투쟁을 벌였던 양윤모씨.
그는 전날 몸이 불편해 숙소에서 쉬다가 오후 4시쯤 되어 천주교 신부들이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153배 기도를 올릴 때 제주해군기지 사업단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미 지난해에도 수없이 경찰에 연행되고 투옥됐던 터라, 이번엔 웬만한 상황에서는 자제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어제는 '관찰자' 입장에서 지켜만 보려고 생각했죠. 해군기지사업단 입구 동쪽 다리 부근에 가만히 앉아있었죠. 몸도 좋지 않아서 상황을 지켜만 보기로 했어요."
그러나 공사장 입구에서 153배가 진행되면서 공사차량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방향을 선회해 제주기지사업단 정문쪽으로 이동해 오면서 이날 상황은 시작됐다.
차량들이 기지사업단으로 들어가려 하자, 여성활동가 2명이 이를 막았는데, 용역들이 달려와 서로 작전을 짜는 것 같더니만 그들이 경찰에게 차량을 통과시키라는 듯한 사인을 보내자, 경찰이 활동가들을 제재하고 나섰다고 했다.
"이건 정말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는 해군과 삼성 공사관계자 등은 뒤로 살짝 빠져있고, 대신 '용역깡패'와 같은 사람들이 앞에 서서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이들 용역들이 경찰에게 사인보내면 움직이고 하는게 말이나 됩니까?"
공사장 정문 앞에 있던 사람들이 기지사업단쪽으로 달려오는 상황이었는데, 차량이 움직일 경우 여성활동가들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가 이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다 달려나가 맨 앞에 있는 공사차량 밑으로 쓰러지듯 들어갔다. 지난해 4월 크레인 밑에 들어가 완강히 저항했던 당시의 상황이 연상되는 순간이었다.
"작년과 같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때는 결단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어제는 일어나는 일이 너무 기가막혀 나타난 분노의 표시였다. 차량 밑에 들어가 10분정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있었다. 그러자 끌어내니까 별 저항없이 끌려나왔다."
▲"왜 묵비권?... 공권력이 막장으로 가고 있다"
경찰에 연행된 후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한마디로 경찰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 강정에는 헌법에 보장된 인권이나 기본권 등과 같은 것이 완전히 훼손되고 유린돼 있다. 통행권마저 자유롭게 보장이 안된다"는 그는 "더욱이 용역과 경찰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이건 '공권력의 막장'이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주민들이 불법공사를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사차량 앞을 가로막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면 경찰은 당연히 레미콘 차량도 안전수칙에 의해 스톱시킬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용역들이 차량을 들여보내라는 사인을 보내면 경찰은 그대로 이행한다. 이런 광경을 보고 분노가 치밀지 않을 사람이 있겠나."
그가 말하는 '용역'은 현재 강정마을 공사장 앞을 가로막고 있는 5-6명쯤 되는 인부들을 말한다. 이들은 주민들이 물어봐도 삼성이나 대림 등 공사업체 관계자도 아니고, 소속도 밝히고 있지 않다고 했다.
작업복 차림이나 업체명이 표시돼 있지 않고, 안전모도 쓰지 않은채 선글라스와 마스코로 얼굴은 완전히 가린 모습이다.
이들이 나타난 후 해군이나 공사업체 관계자들은 웬만해서는 충돌이 발생해도 앞에 나서지 않고 이들 용역들이 모든 상황을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 공권력은 용역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막장으로 가고 있다"는 그는 "주민들이 외치는 불법공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들으려하지 않고 해군과 용역의 얘기만 듣고 하는 경찰의 조사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규현 신부 "경찰은 해군의 하수인이냐?...우린 처절한 절규 하는 것"
양윤모씨에 이어 차량 밑으로 들어가 공사중단 촉구 항의를 하다가 함께 경찰에 연행된 문규현 신부.
지인들을 면회한 자리에서 그는 대뜸 "불법공사인줄 알면서도 중단을 요구하는 사람만 처벌하려 하는 경찰은 해군의 똘마니이냐, 하수인이냐"라며 화를 감추지 못했다.
"물론 우리도 (공사를 방해하는) 불법을 저질렀다고 치자. 그러면 상대도 불법을 하는데, 경찰이 용역말만 듣고 불법공사를 주장하는 쪽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측이 똑같이 불법을 하더라도 경찰은 유독 해군측의 편에 서서 불법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쪽만 처벌하려고 연행하는 일련의 상황에 대한 격한 마음을 쏟아낸 것이다.
문 신부는 이번이 3번째 유치장 신세라고 했다. 문 신부는 전날 공사장 정문 앞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153배를 올리는 중이었다.
"미사하고 153배 할 때 공사차량은 들어갈 수 없으니까 '오늘은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는 그는 "153배를 길게 가져 나가는 순간에 차량들이 기지사업단 쪽으로 향했고, 그곳으로 가 보니 차량이 통과하려 하고 있어 '나라도 막아야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차 밑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문 신부 역시 차량 밑으로 들어간 후 얼마되지 않아 끌려나와 곧바로 경찰에 연행됐다.
"어제 153배 기도할 때, 체포할테면 해라는 마음으로 했다. 우린 절박하니까. 구럼비 해안은 한번 파괴되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것인데, 이것을 양보할 수는 없지 않는가. 공사차량을 일시적으로 막으면서라도 단 30분, 단 며칠이라도 불법공사를 못하게 막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는 "그래도 요즘 1%를 위한 한미FTA를 99%의 힘으로 막는다는 국민적 움직이 있는데, 해군기지도 미국이라는 1%를 위한 것 아니냐"면서 "불법공사를 온몸으로 막는 것은 나머지 99%를 뭉쳐야 한다는 우리의 처절한 절규"라고 말했다.
▲송모씨, "경찰에 불법공사 단속 요구해도, 요구하는 사람만 연행"
양윤모씨와 문규현 신부가 차량 밑에서 시위를 할 때 공사차량 앞에 서서 공사중단을 외치다 연행된 제주주민자치연대 송모씨.
그는 강정에 머물고 있는 활동가들을 위로하기 위해 왔다가 일련의 상황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공사차량 앞에 서서 통행을 막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두분이 차량 밑에 들어가 하고 항의하고 있는데, 용역이 차량 운전자에게 사인을 보내면서 들어오라고 하니까, 제가 나가서 차량 앞을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량 앞을 막아서며 경찰에게 '불법공사이니 내가 이 자리에게 경찰에 고발하겠으니, 단속해달라'고 말했는데, 경찰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말만 하면서 불법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쪽만 연행했다"고 말했다.
이들 3명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전날 상황은 한마디로 용역과 경찰이 무리한 공사차량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묵비권 행사는 경찰이 '불법공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수용하지 않은채 해군측의 요청에 따라 공권력을 행사하는데 따른 분노의 표시라 할 수 있다.
아직 검찰의 지휘가 나오지 않아 이들 3명의 신병처리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불법공사는 반드시 중단시켜야 한다는 이들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헤드라인제주>



정말 수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