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제약 여전..."막대한 지원 무슨 소용?"
# 평소 자가용을 타고 다니던 제주지역 지체장애인 A씨에게 최근 이용했던 '저상버스'는 불쾌한 감정만을 가득 남겼다.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버스'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저상버스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변 장애인 지인들로부터 불편함을 전해들었기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올라탄 저상버스. 그런데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도록 마련된 리프트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몇번의 시도에도 리프트가 움직이지 않자 결국 버스기사와 버스에 타고있던 승객 4~5명이 달라붙어서야 휠체어를 버스 위로 올릴 수 있었다. 하차할때도 비슷한 풍경이 그려졌다.
목적지까지는 갈 수 있었지만 A씨는 바쁜 출근길 버스탑승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감수해야만 했다.
# 목발을 짚고 다니는 장애인 B씨의 뇌리에도 저상버스는 약자를 위한 버스만은 아니었다. 어떤 경우에는 일반버스보다도 이용하기 어려운 것이 저상버스에 대한 그의 이미지다.
턱을 낮춰 탑승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 저상버스의 기본 모토다. 하지만 인도와 멀찌기 떨어져 정차하는 버스에 탑승하기는 턱의 높낮이를 떠나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입구가 좁아 탑승할때 양손으로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일반버스와는 달리, 넓직한 저상버스의 입구는 승차시 손을 기댈 곳이 없다.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에게는 리프트를 내려주지도 않는다. B씨는 "결국 반 기어가다시피 버스에 탈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03년부터 국비 5억8600만원, 지방비 10억6400만원을 투입해 저상버스 10대를 투입했다. 이에 현재 제주시 공영버스 3대, 서귀포시 공영버스 2대, 삼영교통 5대의 저상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그런데, 노약자나 장애인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야심차게 운영하고 있는 저상버스가 정작 장애인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시설만 갖춰놓았을뿐 이에 대한 관리나 사전준비가 소홀하다는 것이다. 장애인 A씨와 B씨의 사례는 이 같은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리프트 등의 기기는 고장나기 일쑤인데다가 장애인이 탑승할 때 쏟아지는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는 버스 이용을 꺼리게 하는 큰 요인이다.
또 일부 운전기사들의 불친절함은 장애인들 사이에서 뒷말이 파다하다. 저상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 A씨는 "저상버스는 당연히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탑승객들은 괜히 일을 복잡하게 하는 눈치를 준다"며 "버스기사라도 친절하게 맞아주면 모를까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휠체어를 멈추지도 않았는데 그냥 출발해버리는 기사들도 있다고 하더라"며 "많은 금액을 지원받으면서 운행되는 저상버스인데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이용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호소했다.
이어 A씨는 "서울같은 경우 어느 노선이든 버스 5대당 1대는 저상버스라고 하더라"며 "제주의 저상버스는 이동할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다"라고 토로했다.
제주도는 장애인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교통약자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명 '장애인 콜택시'라 불리는 승합차량은 장애인들이 원하는 시기에 맞춰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하지만 장애인 콜택시의 경우 희망자가 넘쳐나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갑작스레 이동해야 할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 비용도 버스비보다 비싸 매번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
결국 '장애인 콜택시'는 평소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해주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제주도 교통항공과 관계자는 "교통약자지원센터 등을 통해 장애인들의 교통편의를 지원하고 있지만 저상버스를 완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프트 등의 기기는 주로 외국산이기 때문에 고장났을 경우 부품 조달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최대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초기 저상버스를 도입했을때는 외국산 기기를 사용했는데, 최근 국토해양부가 한국형 저상버스를 개발했다"며 "제주에 LNG기지가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