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입찰 후 식재료값 일제히 상승...농가는 '재수 보기' 농사
친환경학교급식에 납품되는 양곡류와 채소류 등의 식재료 값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계약방식'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문제는 식재료 값이 오른 이유가 단순한 소비자 물가 흐름에 따른 것이 아니라, 납품방식의 변경이 결정적이라는데 있다.
양곡류와 채소류 등의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은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학교단위에서 직접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장을 확인하고 계약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6개월 단위, 혹은 1년단위로 계약을 해 납품하도록 하기 때문에 가격의 변동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계약방식이 학교단위가 아니라 제주도교육청 차원의 월단위 '전자입찰' 방식으로 전면 바뀌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식재료 납품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전자입찰 방식을 채택하도록 권고하자, 제주도교육청이 이를 수용하면서 채택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학교급식 식재료값, 도대체 얼마나 올랐나?
전자입찰로 바뀐 후,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식재료값의 상승이다.
실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석문 교육의원실에서 제시한 '친환경학교급식 식재료 납품단가 견적 비교현황표'에 따르면 학교단위로 계약되던 2010년 하반기와 전자입찰 방식으로 전환된 지난해 하반기 두 시점을 비교할 때 1년 사이 큰 변화가 있었다.
양곡류 단가는 무려 50%, 채소류 단가는 26%가 올랐다. 친환경 된장과 재래된장 등 된장값은 평균 37% 올랐다.
곡물가격은 지난해 말 시점을 기준으로 해 2010년 대비 많게는 145%까지 평균 50%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농약 국산콩(서리태)의 경우 2010년 kg당 9400원이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2만3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백미(청초롬)와 현미의 경우 2010년 2300원에서 지난해 3000원으로 30%가, 혼합곡(15곡)도 7600원에서 1만1500원으로 51% 상승했다.
채소값도 피망과 파플리카는 52%, 애호박 40%, 당근 43%, 미나리 34%, 대파(흙대파) 31%, 건표고버섯 35%, 콩나물 38%가 올랐다.
곡류와 채소류에 있어 오르지 않은 품목은 단 하나도 없다.

▲"전자입찰, 농가는 '재수 보기'로 농사해야 합니까?"
도의회와 농가에서는 전자입찰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 식재료값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친환경농산물 생산과 유통을 하는 A씨(47. 제주시)는 "학교급식에 필요한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식재료값의 상승은 자칫 구입량을 축소하는 경우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전자입찰 방식은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친환경 학교급식은 학생들에게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는 취지도 있지만, 친환경농산물의 수급을 통해 생산농가의 안정적 영농을 도모한다는 취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A씨는 "기존에는 학교단위에서 직접 농장현장을 살펴본 후 계약을 맺고 농산물을 공급했기 때문에 농가가 생산해야 할 물량이 정해져 있어 불안감이 없었다"며 "하지만 전자입찰로 바뀐 후에는 납품할 물량을 예측할 수 없어 생산농가는 불안정한 영농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친환경 급식을 도입한 이후 유통업체가 제주산만을 공급할 이유가 없다"며 "제주산이 모자라면 제주 외의 지역에서 농산물을 공급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계약과정에서 제주산을 우선적으로 공급한다고는 했지만, 실제로는 타 지역 농산물을 써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납품 환경에서는 무엇을 재배해야 할지 예측할 수 없어 농가는 불안해 할 수밖에 없고, 농산물 가격 또한 안정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 급식 유통의 투명성과 수월성을 위해 도입한 전자입찰 방식에 대해 제주 농민들은 물론 유통업체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팽배해 있다.
'재수 보기' 입찰방식으로는 친환경농산물의 안정적 영농을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강경식 의원 "친환경급식조례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아"
친환경급식에 있어 생산자단체와의 재배계약을 통한 안정적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은 지난 3월 통합 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친환경우리농산물.무상급식 지원 조례'의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규정에서도 명시하고 있다.
이 조례를 대표발의한 강경식 의원(통합진보당)은 "전자입찰이 투명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제도인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학교급식의 납품은 생산자단체의 계약재배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정된 조례의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식재료 납품방식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분명한 것은 생산자단체와의 재배계약을 체결해 생산계획을 조정하고, 품목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종전에 학교단위에서 계약할 때에는 영양교사 등이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계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혹 학교입장에서는 지금의 전자입찰 제도가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전자입찰 방식으로는 친환경급식의 목적이나 취지에 부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교육청 "전자입찰은 정부 권고사항"...이석문 의원 "계약재배로 바꿔야"
그런데도 제주도교육청은 '전자입찰'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학교급식에 있어 식재료 구입에 대해서는 전자입찰을 통해 하도록 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권고가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석문 교육의원도 '전자입찰'은 답이 될 수 없다며, 조속한 '계약재배'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단순한 무상급식이 아닌 '친환경 직거래 무상급식'이어야 한다"며 "급식의 질을 높여 아이들 건강을 살리는 것은 물론 지역별 급식지원센터 설치로 생산.가공.유통.소비에 이르는 지역순환경제와 친환경농업기반 확대,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는 다각적 의미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급식을 통해 친환경농업 기반을 확대해 나가면서 농가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로컬푸드(Local Food)'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학교에 공급하는 농산물은 전자입찰이 아니라 계약재배를 통해서 안정적인 공급을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의 확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자입찰'이란 제도가 생산자단체와의 원활한 연계에 장애로 대두되고 있는 형국이다. 통합개정 조례에 따라 곧 설치 운영될 학교급식지원센터 준비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김관태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왜 줏대가 없을까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