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수렴 공론화 과정 '패스'...道 "여성 전문 연구 필요"
제주지역에 여성 정책과 관련한 연구를 전담하기 위해 '제주여성정책연구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이 공개됐다.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가정 등의 정책을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목적에서다.
그런데, 이 연구원의 설립 과정이 구설수에 올랐다. 이미 존재하는 연구기관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 채, 공론화되지도 않은 새 기관 설립에 막대한 예산을 들인다는 것.
제주도는 급변하는 사회시스템에 대응하고, 여성정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비영리 재단법인 '제주여성가족정책연구원'을 설립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를 위해 제주도와 금융계 등 경제기관으로부터 출연금 30억원을 조성하고, 정책연구개발팀과 성별영향분석센터 등을 갖춰 10명 내외의 연구원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12일에는 '제주여성가족정책연구원 추진위원회' 구성도 끝 마쳤다. 이 위원회에는 여성계, 학계, 법조계 등 15명의 인사가 위촉됐다.
하지만 이 같은 여성정책연구원 설립 계획이 '느닷없다'는 지적을 직면하고 있다. 설립을 위한 공론화의 장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탓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에 있던 연구기관에 대한 개선은 뒷전에 뒀다는 데 있다. 제주발전연구원의 인력을 확충시키는게 먼저 논의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제주발전연구원에는 별도의 '여성정책연구센터'가 조성돼 있다. 그러나 '센터'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담당 연구원은 단 2명에 불과하다. 센터장 1명과 여성학 전문 연구원 1명이다.
업무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환경에 인력 충원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인력을 채워주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30억원이라는 출연금을 마련해야 하는 여성정책연구원의 출범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출연금을 내야 하는 제주도는 일정부분 부담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는 금융계 등의 경제기관이 선뜻 출연금을 내어줄 지도 미지수인데, 그렇다면 제주도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 먼저 연구원을 운영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이 필요할 것이고, 10명 내외의 연구원을 비롯한 행정직 직원들의 급료도 고려해야 한다. 기존 제주발전연구원의 인력을 확충시키는 것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지적은 이 때문이다.
제주도가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설립을 추진하려 한 점도 문제를 사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에 따르면 여성정책연구원 설립 계획은 지난 2010년 민선5기 제주도정 출범 당시부터 제기됐다.
당시 도지사 공약 사업에 '여성정책기능 강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이라는 대목이 있었고, 토론회를 통해 여성가족정책개발원을 설립하는게 어떤가 하는 의견이 오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로 약 2년이 지나는 동안 여성정책개발원 설립에 대한 공식적인 토론의 장은 마련된 바 없다. 관련 공무원들이 부산과 대전, 경기도 등을 오가며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일부 전문가를 방문하는데 그쳤다. 여성정책연구원 설립 계획이 느닷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업적이 '티가 나는' 공약사업을 위해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에 몸통을 불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도 여성가족정책과 관계자는 "그동안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추진이 돼야한다고 지적됐던 사안"이라며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 사회로 제주가 종전과 달라지고 있는데,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여성정책 연구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발전연구원이 있지만, 별도의 기관으로 분리되면 더 심층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토론회 등을 거쳐 도민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