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의장 "많은 고심 끝 결론" vs "왜 협의도 없이?"
올해들어 처음 열린 제303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마지막날인 28일, 의회 내부는 온종일 시끌시끌했다.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주요 쟁점 동의안들이 잇따라 '상정 보류' 됐기 때문이다.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하민철)에서 조건부 통과된 한국공항(주)의 먹는샘물 지하수 증량 동의안, 그리고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역시 조건부 통과된 제주특별자치도 5단계 제도개선 주요과제 동의안 등 2건이 연달아 제동이 걸렸다.
이 2건의 동의안 모두 박희수 의장 직권으로 보류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의원들은 이러한 분위기조차 감잡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서야 알고서는 적지않은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 한국공항 동의안 '보류', 박 의장 "고심 끝에"...해당상임위 '당혹'
첫번째 환경도시위원회가 26일 조건부로 통과한 '한국공항(주)의 지하수 개발이용시설 변경허가 동의안'의 상정보류 분위기는 전날 밤 예고됐다.
27일 밤 도의회가 각 언론에 다음날 박희수 의장이 한국공항 관련 동의안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28일 오전 열린 긴급 기자회견의 내용은 상임위를 통과한 이 동의안을 의장직권으로 보류하겠다는 것이었다.
박 의장은 "설령 한국공항의 증산 허용이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유화를 우려하는 도민사회의 논란이 많아, 도민 공감대 형성 과정이 필요하고, 좀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상정보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저도 많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도 밝혔다.
박 의장의 상정보류 불가피성은 충분한 공감을 갖게 하는 부분이지만, 이 동의안을 수정 의결했던 해당 상임위에서는 크게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당초 한국공항은 현행 1일 100톤(월 3000톤)에서 1일 200톤(월 6000톤)으로 증량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환경도시위는 1일 120톤(월 3600톤) 규모로 수정해 의결했고, 여기에 상당한 '부대조건'을 명시하면서 절충점을 찾았다는 보았으나 본회의 표결조차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민철 위원장은 박 의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적지않은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상임위에서 동의안 수정 가결하기에 앞서 여야 원내대표가 상임위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면서 "하지만 전체의원들의 의사도 들어보지 않고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을 보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전에 의원들과 충분한 협의를 갖지 않고 내렸다는데 대한 불만이다. 또다른 한 의원은 "상임위에서 많은 진통 끝에 마련한 수정안이라면, 응당히 본회의에서 찬반표결을 거치도록 유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해당 상임위원장에게 연락해 이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드렸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 제도개선 '보류'..."도청 간부도, 의원들도 전혀 몰랐다"
크게 술렁거렸던 분위기는 일단 오후 2시 본회의 시작과 함께 잠잠해지는 듯 했다.
이번에는 본회의 막바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볍법 제도개선 주요과제에 대한 동의안'이 전격 보류 결정이 이뤄졌다.
이 동의안은 본회의 26번째 안건으로 잡혀 있었다.
25번째 안건까지 처리한 박 의장은 이 동의안 안건을 상정하기 직전, 박희수 의장은 "본회의 상정안건으로 올라왔으나 다시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한 후 제출하도록 했다. 이 안건은 3월 임시회에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류' 결정은 본회의장에 있었던 우근민 제주지사를 비롯한 집행부측은 물론 의원들조차 전혀 감지를 못했던 듯 크게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이 안건은 전날 행정자치위원회가 6개 특례과제 중 '영어교육도시내 국제학교 이익잉여금 회계간 전출 허용'(과실송금 허용) 특례를 제외해 5개 항으로 해 조건부 동의를 한 바 있다.
조건부 통과된 이 안이 본회의에서 갑작스럽게 의결보류되면서 해당 상임위 의원들은 머쓱해지게 됐다.
제주도의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즉석에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그동안 의장실에서 정책자문위원 등과 함께 이 안을 검토해 왔는데, 73개에 이르는 이 제도개선 목록을 당장에 모두 심도있게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다음회기까지 여유를 갖고 필터링을 하자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본회의 시작과 동시에 강경식 의원(무소속)이 '5분 발언'을 통해 이 안건의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박 의장의 결정과 어떤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을 갖게 했다.
◇ "고심 끝 결정 이해하지만, 전체의원 간담회라도 가졌어야..."
어쨌든 이날 본회의 상정보류는 지난 '이어도의 날 조례'와 마찬가지로 해당 상임위 의원들을 크게 당혹케 했다.
한 의원은 "의장이 많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더라도, 상임위원회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한 사항을 의원들과 충분한 협의없이 '보류' 결정을 해 버리면, 상임위 활동이 허탈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전체 의원간담회라도 갖고 의견을 묻는 수순을 밟았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2건의 동의안이 본회의 상정이 보류된 이날, 많은 논란이 있었던 제주 노루를 오는 7월부터 3년간 유해동물로 관리하는 내용의 조례안은 표결을 통해 가결처리돼 대조를 보였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