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수입은 작년보다 줄어…소비자 구매 위축이 주요인 분석
올해 들어 한라봉과 월동온주, 천혜향 등 제주산 만감류 가격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이들 대표적인 품목뿐만 아니라 금감, 청견, 레드향 등의 가격도 하나같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월동온주와 한라봉의 경우 지난 14일까지의 출하량이 전체 생산예상량 가운데 각각 29%, 24%를 기록하면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예사롭지 않다는 우려가 높다.
이 같은 만감류의 동반가격 하락에 대해 일부에서는 수입 오렌지의 영향 등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올해 수입량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1월 이후 오렌지 수입이 늘어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도 증가, 가격 약세가 제주산 만감류의 가격을 끌어내리는 악재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만감류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시각도 많다.
# 한라봉, 월동온주, 천혜향 경락가 ‘동반 하락’ 3월까지 이어져
제주농협 지역본부(본부장 강석률)와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서울 가락동농산물시장에서 거래된 제주산 만감류의 평균 경락가격을 품목별로 보면 월동온주(5㎏ 기준) 1만58원, 한라봉(3㎏ 기준) 1만4602원, 천혜향(3㎏ 기준) 1만6448원 등이다.
이 같은 경락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월동온주는 48.1%(9321원), 한라봉은 14.3%(2438원), 천혜향은 14.3%(2744원)나 하락한 것이다.
이런 흐름은 3월 들어서도 이어지면서 가격 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월동온주의 3월 평균가격은 1만원을 겨우 턱걸이하는 실정이다. 최근의 경락가는 아예 1만원을 밑돌면서 8000원대까지 추락했다. 지난 9일 8800원에서 11, 12일에는 9200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다시 13일에는 8300원, 14, 15일 8400원에 이어 16일에는 8100원까지 떨어져 8000원선 방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산 만감류의 대표주자인 한라봉도 월동온주의 가격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의 평균경락가격이 1만4602원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무너지면서 1만원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내야 하는 분위기다.
지난 일주일 동안의 경락가 추이를 보면 9월 1만100원에서 11일 1만700원, 12일 다시 1만100원으로 힘겹게 1만원대를 지켰지만, 13일에는 9800원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1만원 벽이 허물어졌다. 이어 15일에 다시 1만원대를 회복, 1만200원으로 올라섰지만 주말 경매에서 다시 9800원으로 주저앉았다.
최근 몇 년 새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천혜향 역시 3월 평균 경락가는 1만 3000원대 초반에서 형성되고 있지만 지난 일주일은 1만1800원까지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평균 경락가격이 1만6000~1만8000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차가 많이 벌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아직은 1200톤 규모로 적지만, 매년 생산량이 급증하는 레드향과 금감, 청견 등의 경락가도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어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입 오렌지가 만감류 가격 끌어내리나…올해 수입량은 오히려 감소
그렇다면 이 같은 만감류 가격 하락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제주산 만감류의 대체재로 수입 오렌지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해답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그럴까.
올해 들어 국내에 수입된 외국산 오렌지는 지난 1월 8205t, 2월 1만3059t, 3월(10일까지) 1만4520톤 등 모두 3만5784톤으로 매월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나 감소한 것이다.
수입단가는 ㎏당 평균 1.26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3달러와 비교해 약간 상승했으나 도매가격은 18㎏상자당 평균 4만1819원으로 지난해 4만9397원보다 15.3% 내렸다. 그만큼 수입상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산 만감류와 비슷하게 국내 시판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만감류를 비롯해 국내산 과일류와 경쟁관계인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의 수입도 올해 들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내 수입상들이 큰 재미를 보지 못해 수입물량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결국 최근 국내 과일류 소비시장은 국내산과 외국산 할 것 없이 동반침체라는 국면을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주산 만감류 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얼어붙은 소비자 심리가 문제…경기 불안감 확산돼 과일 구입 꺼려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그만큼 얼어붙었다는 얘기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도 수입 과일 시판가격이 역조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품목의 경우 적자를 보면서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농협 지역본부 관계자도 “제주산 만감류 가격 하락의 주요인을 수입 과일의 영향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과일 구입을 꺼리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하락에 대한 또 다른 분석도 있다. 제주산 만감류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면서 소비자들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가림과 가온 등 시설투자비를 감안하면 일정부분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고급과일’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대중적인 소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최근의 가격 하락은 어쩌면 일종의 ‘조정기’를 거친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공감하는 가격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최근 출하되는 제주산 만감류의 품질은 비교적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매시장에서도 품질에 대한 반응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소비위축으로 물량을 제때 소화하지 못해 구매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미 FTA로 인한 오렌지 수입 관세 인하도 눈여겨 지켜볼 대목이다.
오렌지 수입관세는 지난달까지는 30%였으나 3월부터 8월까지는 25%로 낮아진다. 그만큼 오렌지 수입량이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출하되는 제주산 만감류를 비롯해 다른 국내산 과일의 품질이 떨어질 경우 오렌지 수입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제주산 만감류의 품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좋다는 게 시장 안팎의 시각이다. 따라서 미국산 오렌지의 수입물량이 우려할 만큼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조심스런 전망이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품질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밖에 없다. 수확 단계에서부터 꼼꼼하게 품질을 챙겨 소비자들로부터 변함없는 신뢰를 받아야 한다.
생산자단체와 농정당국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한 몫 거들어야 한다. 소비가 위축될수록 공격적인 홍보 등 판촉활동을 전개해 소비를 되살려야 한다는 말이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아직은 지명도 면에서 미미한 수준이지만 다른 지방에서 생산되는 한라봉 등 만감류도 출하시기를 맞고 있다.
종전에는 거제도 등 일부 남해안에만 머물렀지만, 요즘엔 전북 김제, 경남 의령, 충북 충주 등에서 상품 한라봉이 출하되면서 말 그대로 ‘전국화’가 됐다. 품질도 제주산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는 ‘변수’에 머물고 있지만 앞으로는 제주산과 늘 경쟁관계인 ‘상수’가 된다.
한미 FTA 발효 2년째를 맞으면서 수입 장벽은 본격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제주산 감귤류로서는 생존을 걸고 본격적인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제주산 감귤류가 수입 오렌지와 맞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방법이 무엇인지 앞으로 만감류 시장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신정익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