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시간 턱없이 부족"...본회의장 '숙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에 뇌병변 1급 장애인이 영상으로 출연해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문제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22일 열린 제312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박주희 의원(무소속)은 시작과 동시에 본회의장에 한편의 영상을 소개했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인 30대 후반의 양은선씨와 현장인터뷰를 가진 내용이다.
뇌병변 장애로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탓에 자막이 곁들여진 영상인터뷰에서 양은선씨는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따른 고충을 토로했다.
그에게 주어진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시간은 국가에서 지원되는 월 120시간, 그리고 지자체인 제주도에서 지원하는 20시간을 합해 한달 148시간 정도.
하루 24시간 중 5시간 정도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서비스 이용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지금 자립생활을 준비하고 있는데 주어진 이용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목표한대로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달되는 내내 본회의장은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우근민 제주지사와 이명도 보건복지여성국장도 이 내용을 유심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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뱍주희 의원이 일문일답식 도정질문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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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끝난 후, 박주희 의원은 "인터뷰에 응해주신 양은선씨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보충설명을 곁들였다.
박 의원은 "은선씨의 경우 영상을 보셔서 아셨겠지만, 식사의 경우에만 해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략 한시간정도 걸린다"며 "그렇다면 식사시간만 하루에 세번, 즉 3시간여 걸리는데 현재의 활동보조시간은 고작 5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변처리 등을 생각해 보기만해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다른 시.도에서 은선씨와 같은 장애를 가진 경우 한달 380시간 지원은 기본인데, 제주에서는 턱없이 적다"고 말했다.
◇ "문화.여가 활용 엄두도 못내...주1회 외출도 힘들어"
박 의원은 이어 활동보조서비스와 관련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보이며 실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지난 11월 1일부터 8일까지 제주도내 활동보조서비스 이용대상자 1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이며, 국가에서 제공하는 활동보조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용자들은 일상생활보조 46.6%, 가사활동보조 22.4%로, 대부분 아주 기본적인 식사와 신변처리등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화, 여가를 위해서는 2.6%로, 사실상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추가로 지원되는 월 20시간의 시간은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역시 일상생활보조에 51.7%, 가사활동보조19.0%로 조사됐다. 문화, 여가활동보조에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4.3%에 그쳤다.
박 의원은 "이번 조사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문제 중 하나가 외출문제였다"며 "월 5회이상 외출하는 장애인이 75%를 차지했지만, 월 3-4회미만은 25%나 되었다. 또 일주일에 1번도 외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설령 외출을 한다고 하더라도 32.8%가 병원을 이용하기 위한 외출이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사실 이러한 결과들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며 "이미 여러 해전부터 장애인 관련조사 등을 통해 나타난 결과와 대동소이한 결과로, 집에서 신변처리와 식사등 기본생활과 주로 병원을 이용하기 위한 외출등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 필수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회통합을 얘기하는 복지사회라고는 하지만, 그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만으로도 버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 사회복지예산 '22.4%'?..."제주가 활동시간 부여 최하위"
문제는 제주자치도로 옮겨졌다. 내년 사회복지예산 '22.4%'로 크게 향상됐다고 하는 제주도가 정작 다른 시.도보다도 활동보조 시간을 매우 인색하게 정해놓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박 의원은 "추가로 지원되는 전국 지자체별 현황을 보면, 제주가 가장 낮은 시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예산의 규모역시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도와 비슷한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는 충정남도와 강원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역시 제주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강남, 중구, 영등포구, 성동구, 동작구, 강동구, 은평구, 경기도 고양시, 전라남도와 충청북도 등지에서까지 하루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를 확대 제공하는 점도 설명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장애 등급에 맞게 활동보조시간을 차등부여하는 반면, 제주의 경우 1등급에서 4등급까지 공히 '20시간' 획일적으로 정하면서 양은선씨의 경우처럼 정작 매우 필요한 대상자들이 축소된다는 것이다.
이명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을 발언대로 불러 세운 박 의원은 "이건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고, 사회복지에 대한 공감의 문제"라며 "사회복지예산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주장만 하지 마시고, 정말 필요로 곳에 예산이 투입될 수 있도록 당장 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 제도 외에도 저상버스 문제, 그리고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인 볼라드 설치문제 등에 대한 질문에서도 박 의원은 조목조목 '현장 목소리'와 결부시켜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질문을 이어가, 공감을 얻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