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어린이집 보조금시스템...왜 이런 일이?
상태바
구멍난 어린이집 보조금시스템...왜 이런 일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아 한명 없어도 보조금", 수억대 편취 경찰적발
서류만 제출하면 보조금 '척척'...행정당국 "어쩔 수 없는 일"

원아 한명 없는 어린이집까지도 버젓이 보조금을 지원받아 편취하는 등 제주도내 어린이집에서 수억대 편취사건이 발생해 보조금 시스템의 허술한 단면을 드러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일 어린이집 보조금 편취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통해 제주도내 어린이집 30곳과 유치원 3곳 등의 운영자들을 사기 및 영유아보육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수억원대의 보조금이나 특별활동비 등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수사결과를 밝혀진 횡령규모는 보조금 편취 사례가 모두 7곳에 2억1000만원이다.

'특별활동비'를 가로챈 곳이 30곳에 5억4700만원 등 모두 7억5700여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귀포시에 있는 H어린이집 원장인 김모씨(49)는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실제 고용하지도 않은 보육교사와 운전기사를 고용한 것처럼 허위 신고해, 시청으로부터 인건비 보조금 538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H 어린이집 이외에도 지난 2005년부터 자신이 별도로 운영하던 J 어린이집의 원생이 2008년부터 한명도 없게 됐는데도 폐원신고를 하지 않고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교사와 원생을 허위로 등록해 2009년 4월까지 보조금 4700만원을 비롯한 1억144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어린이집 6곳은 실제 고용하지 않은 운전기사 및 취사인력을 고용한 것처럼 꾸미거나 교재교구 및 식자재를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해 보조금 1억856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교재업체와 짜고 특별활동비를 부풀린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제주시의 J 어린이집 원장인 또다른 김모씨(41)는 지난 2010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교재 및 강사 공급업체들과 짜고 1인당 1만4263원인 영어특별활동비를 2만원에, 4000원인 과학특별활동비를 5000원으로 각각 부풀려, 차액을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1664만원 가량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보조금을 빼돌린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모두 30곳으로, 편취액수만도 5억3000만원에 달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과 결탁한 공급업체만도 92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찰이 이들 업체에 대한 계좌추적 등의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어 최종 수사 결과에 따라 횡령금액은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

경찰은 이번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보조금을 편취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 대해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명단을 통보해 환수조치토록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비양심적'인 어린이집 원장에 의해 이러한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경찰이 이번에 적발하기 전까지 행정당국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데 있다.

제주도와 행정시에서는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시스템적으로 일일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어린이집 보조금은 행정시에서 관리하나, 직원 한두명에 불과하고, 보조금을 지원받는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법인 어린이집이 각 21개와 77개에 이르고, 전체적으로는 600여개에 달해 일일이 관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관리해야 할 어린이집은 많고 직원은 적어 (보조금 신청을 해올 때) 서류상으로만 맞으면 어쩔 수 없이 양심을 믿고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또 "어린이집의 속성이나 현황을 잘 알고 있는 담당직원의 경우에도 인사 때 교체되는 경우가 있어 관리에 힘든 점이 있다"며 "도의회에서 제시했던 전문성 있는 직원들로 '지도감독 기구'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행정당국은 현재 인력부족 등의 문제로 보조금에 대한 철저한 실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심'을 믿고 서류에 의존하는 방법으로는 이번과 같은 보조금 편취사례를 방지하기 어려워, 이에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 경찰관계자도 "어린이집 보조금 관리시스템에 '구멍'이 확인된 만큼, 제도적 보완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고재일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지나가다 한마디 2014-01-03 10:32:49 | 1.***.***.212
특별히 그 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눈치 챈 사실을 당국만 몰랐군요.. 눈뜬 장님이 따로 없네... 어린이집 운영하는 원장들 양심적으로 운영하는경우 많이 못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