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포화에 소비세도 둔화..."인건비도 못건진다" 울분

제주산 '월동무' 대란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자 이번에는 '양배추'의 과잉 생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 양배추의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됐지만, 올해 양배추의 시세는 생산비의 절반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폭락한 것이다.
양배추 한 덩어리에 거둬들이는 수익은 100원 정도. 판매하려고 내놓은 양배추보다 밭에서 방치된 양배추의 양이 더 많아지자 지역농가가 울분을 토하고 나섰다.
양배추농가협의회는 24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당국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농민들은 "제주산 양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가 되면서 양배추 시세가 생산비를 절반도 건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그럼에도 제주도와 농협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도매시장에서는 출하자제를 요청하는 상황이고, 양배추의 가격은 폭락했다. 농가는 행정당국의 무사 안일한 태도에 또다시 분노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농민들은 이런 상황이 이미 예견됐음에도 농정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울먹거렸다.
# 양배추 한 덩어리에 100원꼴, "인건비도 안나와"
지난해의 경우 태풍이 오지 않고, 겨울철 날씨가 일찍 풀리면서 양배추 농사가 풍작을 이뤘다. 그러다보니 양배추의 물량이 쏟아졌고 현재 전국 가락시장에서 양배추를 더 이상 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양배추 농가는 "도매시장에서 제발 작업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상황이다. 각 시장마다 80대에서 90대의 차량이 반입되지 못하고 밀려있다"며 "기사들은 더 무리를 하고, 농민들도 돈이 없으니 차에라도 실어서 가져가라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는 양배추의 소비를 더욱 둔화시켰다.
현재 제주지역 양배추는 630만평에서 재배되고 있다. 평당 8kg들이로 3망 정도 나오는 것을 감안했을때 수확량은 24kg정도다.
문제는 양배추의 가격이 한 망에 1500원 가량으로 형성됐다는데 있다. 품질이 좋은 상품은 3500원 정도지만, 한 망에 1500원짜리가 40%, 중급품목이 20%정도다. 그나마 품질이 좋은 양배추만을 수확한 것이라 남아있는 양배추는 가격을 제대로 받을리 만무하다.
이 가격으로라면 농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양배추 한 덩어리에 100원꼴이다.
농민들은 "한 컨테이너 양배추 600개를 담았을 때 서울가면 100만원을 받는다. 여기서 운임이 40만원, 인건비가 28만원이고 하차비용, 수수료 등을 포함하면 한 컨테이너당 작업비가 90만원 정도가 빠진다. 들어오는 돈은 10만원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 "월동채소 단계별 처리 약속 어겨...월동무만 해주고?"
밭에서 수확을 기다리는 양배추는 추위가 닥쳐 앞으로 20여일 정도면 상품가치가 사라진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농민들은 제주도당국이 당초 월동채소의 단계별 유통대책을 약속했음에도 방관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이들은 "제주도청에서는 3-4개월 전에 농민과 약속했었다. 제주도와 농협은 유통 상황실을 설치해 가격안정으로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언론에 발표했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이제와서 이행하지 않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농민들은 "도의회 조례에서도 월동채소가 과잉생산 될 때는 보장한다고 돼 있는데,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거짓 조례밖에 더 되나"라고 분개했다.
이들은 "양배추 수출 물량으로 해결을 하곘다는데, 3개월동안 수출한게 고작 2000톤이다. 제주도 양배추 4월달이면 끝나는데 8000톤을 언제까지 수출할 수 있나. 1년 내내 양배추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도민들은 도지사 수출했다고 박수치고 할텐데, 농민들은 이제 바보가 아니다"라며 "양배추 농가가 대형트럭과 컨테이너로 도청을 봉쇄할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로 안정세에 접어든 월동무 문제와 대비되는 것이 양배추 농가에겐 설움을 더했다.
농민들은 "양배추 농가가 제일 가난한 사람들 아니냐. 다른 사람들은 과수원을 갖고 있던가, 무세척공장을 갖고 있던가 하는데, 농민들 중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 갖고 지원 안해주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 제주도당국 "생산자와 농협 함께 부담 떠안아야"
제주도당국은 확고한 입장이다. 행정만이 아니라 생산자단체와 농협이 함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복수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생산자 단체에서도 대책이 나와야 한다. 생산자들도 일부 부담을 분담해야지 행정에 해달라고만 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월동무의 경우 정부에서 지원해준 것이었는데, 양배추는 정부 지원 품목에 올라가 있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고 국장은 "행정은 언제나 열려있다. 협상테이블은 만들 수 있지만, 공조체제가 이뤄지는게 우선"이라며 "생산자와 농협이 같이 생산해놓고 이제와서 행정이 책임지라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