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흔히 청렴을 ‘그냥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청렴은 당연하다’는 말로 이 문제를 간단히 지나쳐 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청렴을 말할 때, 그저 고백하고 실천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청렴을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시하고 싶은 주제는 다소 특별합니다. "청렴의 첫 번째 걸음은 의심이다."
‘의심’이라고 하면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의심은 ‘불신’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스템과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예를 들어, 일상 속에서 흔히 맞닥뜨리는 '관행'이나 '관례'들. 누군가는 "그냥 그렇게 해왔잖아, 다들 하는 일인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것이 옳은 일일까요? 우리가 자연스럽게 따르는 이 관행은 정말 청렴과 부합하는 것일까요? '다들 하니까'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해왔으니까'라는 이유로 비윤리적이거나 불공정한 행동을 용납하는 것은 아닐까요?
청렴은 ‘불편함’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기보다, 그 속에서 '의심'을 던지고, 그로 인해 얻어진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진정한 청렴의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이 일이 정말 공정한가?", "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가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는 없는가?", "이 작은 편법이 결국 나와 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죠.
이러한 의심을 품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비로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적인 부정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는 단순히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차원을 넘어,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청렴이란 말 그대로 ‘청결하고 깨끗함’을 의미하지만, 그 깨끗함은 단지 표면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청렴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무심코 접하는 부패의 씨앗들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의심'을 품고, 우리 자신이 가장 익숙한 환경에서부터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결국, 청렴은 단순한 덕목이 아닌 지속적인 자아 성찰이요, 스스로를 끊임없이 점검하는 과정입니다. 그 시작은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그 의심을 통해 작은 변화부터 만들어 나가는 것. 그런 청렴한 삶이 쌓여 우리 사회를 더 깨끗하고 투명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가 무의식 중에 선택하고 따르던 습관과 관행 속에 숨겨진 비리와 부정의 씨앗을 인식하고, 그것을 마주하는 용기를 갖는 것. 이것이 청렴의 첫 번째 걸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정헌/서귀포시 남원읍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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