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이장으로서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한 걸음 물러서 돌아보니,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처음 이장이라는 자리에 앉았을 때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마을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표선면 가시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주민들께서 보여주신 신뢰와 따뜻한 격려 덕분에 무사히 임기의 막바지를 보내고 있다.
가시리는 단순히 내가 사는 곳이 아니라, 매일이 특별한 추억으로 채워지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봄이 오면 들판 가득 펼쳐지는 유채꽃의 물결은 마치 노란 바다처럼 눈부시다. 많은 관광객이 가시리의 유채꽃길을 걸으며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주민으로서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여름엔 푸르른 오름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곳의 대표 오름인 ‘따라비오름’에 오르면, 가시리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풍경 속에 섞인 바람 소리는 마치 자연이 들려주는 위로처럼 느껴진다.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새벽녘 안개 속에서 억새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그 모습은 정말이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신비로운 장면이다. 겨울이 되면 마을 곳곳의 돌담과 오래된 집들이 만들어내는 고즈넉한 풍경이 오히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임기를 마무리하며 앞으로도 가시리의 주민으로서 이곳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지켜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가시리는 그 이름처럼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가슴 따뜻한 마을’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분이 가시리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고, 돌아갈 때는 마음 한구석에 따뜻한 추억을 담아가길 바란다. <오종수/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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