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무비자 시대 속 제주관광 경쟁력, 특혜 아닌 전략에서 찾아야 할 때
상태바
전국 무비자 시대 속 제주관광 경쟁력, 특혜 아닌 전략에서 찾아야 할 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박주영 /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
박주영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
박주영 /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

정부가 올 3분기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 허용을 예고했다. 이는 한중 간 관광 교류 회복을 위해서는 환영할 만한 조치이지만, 20여 년간 무비자 제도의 유일한 수혜지였던 제주의 입장에선 결코 반갑기만 한 소식은 아니다.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유일한 한국’. 수많은 중국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나 제도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지금, ‘왜 제주여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의 답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만약 관광객의 선택지가 전국으로 확대된다면 그들은 더 이상 ‘굳이’ 제주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는 방향을 다시 설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왜 다시, 굳이, 꼭 제주여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만 제주 관광은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다. 이제는 ‘제주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새롭게 만들고 제시해 줘야 할 때이다.

잘 들여다보면 제주는 그냥 관광지가 아니다.

도시의 속도와는 또 다른 시간의 흐름이 있고, 눈앞의 풍경만으로도 마음이 달래지는 섬이다. 1시간 안에 바다와 오름, 숲길과 올레가 연결되고, 평온함과 활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국적이면서 한국적 정서가 공존하는 곳. 제주는 다른 어떤 도시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제주가 선택 받기 위해서 이제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홍보나 이미지 마케팅이 아닌 관광 수요를 새롭게 정의하고 STP(Segmentation–Targeting–Positioning) 전략에 기반한 체계적 마케팅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세분화(Segmentation)가 필요하다. 중국 관광객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지 말고 쇼핑 중심 소비형, 자녀 중심 교육형, 가족 단위 휴양형, MZ세대 체험형 등 다양한 수요에 맞춰 유형별로 파악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교한 타깃팅(Targeting)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불특정 다수의 중국 관광객을 타깃으로 했다면 이제는 여행 목적, 여행 형태,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하여 유의미한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고객층을 선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주만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는 과정인 포지셔닝(Positioning)이 필요하다. 전국 어디든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지만 ‘굳이 제주를 선택할 이유는 무엇인가’ 를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 답은 제주라는 관광지가 가진 고유한 문화와 역사, 자연 그리고 활기찬 도시 안에서 몸과 마음이 동시에 쉴 수 있는 정서적 회복력에 있다. 제주는 ‘보는 여행’에서 ‘머무는 여행’으로, ‘소비의 공간’에서 ‘회복의 공간‘으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지금 제주관광은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로에 서 있다.

곧 닥칠 무비자 특혜의 약화는 단기적 위기가 아니라 제주 관광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할 수 있는 뜻밖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제도적 특혜의 경쟁력에서 벗어나, 제주만의 독특한 콘텐츠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선택받는 힘을 길러야 할 때이다.

제주는 다시 ‘선택받는 관광지’가 되어야 한다. 단지 편해서 가는 곳이 아니라, 굳이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곳. 그 시작은 제주에 맞는 고객을 찾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주를 보여줄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다가오는 여름, 명동부터 해운대까지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리는 사이, 제주 곳곳의 텅 빈 거리를 마주한 채, 뒤늦은 대응에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단지 더 많은 홍보가 아니라, 누구에게, 언제, 왜, 무엇을 위해 ‘제주에 굳이 가야 하는가?’라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 할 것이다. <박주영 /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