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물자연휴양림에 발을 들이면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삼나무 숲이 가장 먼저 눈과 코를 사로잡는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줄기, 바람결에 흔들리는 가지와 이파리, 그리고 흙 내음이 섞인 은은한 나무 향. 걷기만 해도 폐 깊숙이 시원해지는 듯한 그 느낌은 많은 사람들에게 회복의 장소로서 절물을 각인시켜왔다.
하지만 이 숲에는 늘 이중적인 시선이 따른다. 삼나무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삼나무는 원래 제주 자생종이 아니다. 1960년대 산림녹화 정책에 따라 일본에서 도입되어 대규모로 조림되었다. 조림 당시 삼나무는 빠른 성장과 직선적인 생장 덕분에 이상적인 수종으로 여겨졌지만, 시간이 흐르며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서서히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다. 삼나무는 이른 봄(2~4월) 강한 바람과 함께 대량의 꽃가루를 퍼뜨리며,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특히 제주의 많은 주민들과 반복적으로 봄철 불편을 겪는 이들에게 삼나무는 ‘자연의 축복’이기보다는 ‘생활 속 위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삼나무 숲은 절물자연휴양림을 독보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수십 년 동안 자라온 삼나무들은 어느덧 제주 자연경관의 일부가 되었고, 그 압도적인 수직성은 숲길을 걷는 이들에게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선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 빛이 떨어지는 시간, 바람에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길게 이어지는 나무 그림자는 우리가 ‘자연과의 거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절물의 삼나무 숲을 둘러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자연이 항상 우리에게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불편과 감탄이 동시에 존재하고, 우리의 시선은 그 복잡함 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절물의 삼나무숲은 그러한 자연의 양면성과 우리 삶의 공존을 상기시키는 장소다. 이 숲은 단순한 볼거리 그 이상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자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떻게 책임지고 갈 것인지를 묻는 하나의 풍경이다.
꽃가루가 흩날리는 어느 봄날, 절물숲을 걸으며 나무와 나 사이의 긴 시간의 흔적을 느껴보길 바란다. 그 아름다움은 찬반의 언어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정성화 / 제주시 절물생태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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