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권이야기] 당연한 일상이 모두에게 당연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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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이야기] 당연한 일상이 모두에게 당연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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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림/ 제주장애인주간활동센터
현수림/ 제주장애인주간활동센터
현수림/ 제주장애인주간활동센터

“몇 분이세요?”, “키오스크로 주문해주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식당이나 카페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많은 이들에게 외출과 여가 활동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이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당사자들에게는 이 ‘당연한 일상’이 여전히 높은 문턱으로 다가온다.

비장애인이나 비교적 이동이 자유로운 발달장애인의 경우, SNS 후기나 주변의 추천으로도 장소를 선택하고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휠체어 등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당사자는 훨씬 복잡하고 신중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접근성과 편의시설 유무를 확인하고 다시 전화로 문의해야하는 절차가 필수다.‘어디를 가야겠다’는 장소 선택이 마지막 과정이 아닌‘갈 수 있을까? 이용할 수 있을까?’를 확인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제주장애인주간활동센터(이하 센터)에서도 이용인들과 다양한 지역사회 참여 활동을 계획한다. 그러나 활동 하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건물 입구에 경사로가 있는지, 내부가 휠체어 이동에 적합한지, 장애인 화장실이 실제로 사용 가능한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해야만 한다. 단순한 외출이 아니라, ‘가능한 외출’을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인 셈이다. 이러한 절차가 연결되지 않으면, 계획했던 활동은 대안으로 바꾸거나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개점 이후 SNS에서 큰 화제를 모은 대형 카페를 찾아 검색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사전 홍보와 화려한 후기와 달리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접근이 불가능했다. 결국 ‘대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이곳은 장애인이나 노인 등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제한된 공간일 뿐이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시설의 부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문화여가생활’이라는 개념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배제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센터 이용인들과 영화 관람을 했을 때였다. 함께한 휠체어 이용인은 다섯 명이었지만, 상영관 내 장애인석은 단 한 자리뿐이었다. 결국 이용인들은 통로나 맨 뒤편 여유 공간에 흩어져 앉아야 했다. 이는 특정 영화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대다수 영화관의 장애인석은 1~5석에 불과하고, 최근 늘고 있는 ‘리클라이너관’ 같은 고급 상영관에는 아예 마련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개인이 표를 예매할 때도 해당 상영관이 휠체어 이용에 적합한지 안내가 부족해, 도착 후에야 ‘입장 불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석은 존재하지만, 정작 장애인이 앉을 수 없는 구조. 이것이 오늘날 영화관의 현실이다.

장애인의 공간 접근성 문제는 단순히 좌석 수를 넘어 문화 향유의 평등권을 묻는 문제다. 접근 가능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누구나 문화를 동등하게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의견서는 매우 의미 있는 전환의 징후라 볼 수 있다. 기존 법령(「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은 영화관·공연장 전체 좌석 수의 1% 이상을 장애인석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를 “영화관 전체가 아니라, 개별 상영관마다 장애인 관람석을 1% 이상 마련하라”는 방향으로 바꿀 것을 보건복지부와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에게 권고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상영관마다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도록, 어느 한 곳에만 편의를 몰아주는 방식이 아닌, 공간 구조 전체에 접근성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요구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성은 단지 ‘배려’의 차원이 아니라 하나의 ‘권리’다. 모든 사람이 물리적·사회적 장벽 없이 일상을 누리고 문화를 즐길 수 있을 때, 우리의 문화 공간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사회적 연대와 존중도 자연스레 확장된다. 문화·상업시설 이용을 계획할 때마다 장애인의 접근 여부를 사전에 따로 확인해야 하는 노력 자체가 필요 없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평등 아닐까.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갈 수 있을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불확실성으로 남아있지 않도록. 모두가 이동하고 즐길 수 있는 사회가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현수림/ 제주장애인주간활동센터>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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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2025-09-24 18:03:30 | 118.***.***.4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