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광로 불편사항 개선 후 결정"...사실상 전면 보류
'교통난 오히려 심화', 지방선거 앞두고 부정적 여론 의식한 듯

[종합] 제주특별자치도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제주형 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BRT)'의 도심권 양문형버스 전용 섬식정류장 설치사업이 돌연 중단됐다. 연말까지 동광로(국립박물관~인제사거리~광양사거리) 구간의 BRT체계를 구축해, 이미 개통한 서광로 구간과 연결한다는 계획도 사실상 전면 보류됐다.
제주도는 20일 열린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제443회 임시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동광로 섬식정류장 공사가 보류됐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영길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동광로 섬식정류장 공사 일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상반기에 개통한) 서광로 시범 사업 구간에서 도민들의 지적과 불편사항이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한 다음, 이용 상황을 보며 동광로 공사 시점을 결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광로 불편사항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이용 상황까지 지켜본 후 동광로 공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종전 제주도정이 밝혀온 계획과 방침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크게 다가온다. 제주도는 그동안 서광로 섬식정류장 개통 후 시민사회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동광로 섬식정류장 설치공사를 예정대로 추진할 뜻을 밝혀왔다.
이번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서도 동광로 섬식정류장 설치공사는 10월에 착수해, 12월 완공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동광로 개통 일정과 맞물려 양문형 버스 도입도 추진해 왔다.
제주도는 올해 서광로 3.1km 구간 섬식정류장 설치에 93억원을 투입했다. 이번 동광로 2.1km 구간 공사에는 총 63억원이 소요된다. 올 한 해 동.서광로 섬식정류장 설치에만 150억원이 넘는 재정이 투자되는 것이다.
내년에는 도령로 2.1km 구간에 63억원, 노형로 3.3km 구간에 99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국립제주박물관에서 노형로까지 10.6km 구간을 양문형 버스 전용 섬식정류장으로 연결하는 BRT체계 구축에 소요되는 예산은 총 318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주도는 불과 한두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섬식정류장 설치 후 도심권 버스 주행속도가 43% 빨라져 대중교통 이용 편의가 크게 향상됐고, 제주형 BRT체계가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홍보를 대대적으로 해 왔다.
그러나 서광로에 이어 두번째 단계로 추진되는 동광로 구간 연결공사 착공 직전에 돌연 사업을 전면 보류한 것이다. 정책 철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전 방침에서 한발 뒤로 뺀 것이다.

제주도는 왜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일까.
지방정가에서는 서광로 섬식정류장에서 촉발된 여론 악화로 인해 더 이상 밀어붙이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제주도의회의 한 의원은 "서광로 섬식정류장 개통 후 긍정적 평가는 제주도정에서 나온 '버스 주행속도 향상'이 전부다"면서 "버스 이용자들의 혼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화됐는데, 문제는 도심권 교통상황이 오히려 악화됐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동광로 섬식정류장을 지금 만들기 시작한다면, 당장에 설치공사로 인해 동광로 일대의 교통상황은 악화될 것이고, 올 연말에 완공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1월에는 일반 차로가 줄어드는데 따라 서광로 개통 때와 똑같은 혼선이 나타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서광로에 이어 동광로까지 섬식정류장 만든다면 일반 차량들이 연삼로와 연북로로 몰리는 풍선효과와 같은 부작용은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효과성은 약하고, 일반 차량의 교통흐름은 더 악화시킨다면 시민들로부터 좋은 평가가 나올리 만무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섬식정류장 관련 시민들의 원성, 부정적 여론 확산에 대한 부담은 컸을 것"이라며 "동광로 구간의 보류는 이러한 점 감안해 내린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도의회 분위기는 행정사무감사에서도 그대로 표출됐다.
국민의힘 김황국 의원(용담1.2동)은 "최근 오영훈 지사의 도정 정책과 관련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며 "이와 연계해 생각해보면, 오 지사의 임기 중에는 동광로 (섬식정류장) 공사는 안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일시적 연기가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공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길 국장은 "그런 시점은 정해진 바 없다"며 "저희들은 (서광로 섬식정류장 관련해) 개선해야 될 점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구체적으로 동광로 구간 공사 착수 예상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공사재개 시점이 정해지지도 않았음을, 이번 보류 결정이 '무기한 연기'임을 역설적으로 전하고 있다.
결국 국내 최초로 추진된 제주형 BRT 고급화사업의 섬식중앙차로제 공사는 전체 10.6km 계획 구간 중 서광로 3.1km 구간만 개통한채 중단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또 다른 섬식정류장 구간으로 연결이 끊기게 된 서광로 구간은 교통지옥의 '고립 구간'으로 남게 됐다. <해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