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 공정률 76% 불구...주상복합용지 매각불발에 발목
매각 14차례 '유찰'...수의계약 전환, 연내 매각 방침이나...
지방재정 악화에도...총사업비 '898억→1342억원' 444억 증액

제주시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주상복합용지(체비지) 매각이 계속해서 불발되면서 사업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업 기간은 또 다시 연장됐다. 그럼에도 사업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업성은 갈수록 악화될 조짐을 보이는데도, 투자는 오히려 대폭적으로 늘리는 의아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는 당초 올해 10월까지로 돼 있던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의 사업기간을 2026년 9월로 11개월 연장한다고 24일 밝혔다.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은 제주시 동부권을 견인할 핵심 거점으로 조성하고, 지역 균형발전과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제주동중학교 북측(화북1동 1400번지 일대) 21만8274㎡ 부지를 상업 중심 시가지로 개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러나 사업은 계속해서 난항을 겪고 있다. 1986년 처음 화북상업지역(토지구획정리사업지역)으로 지정됐고, 2018년 실시계획 인가가 이뤄지며 2019년부터 9월 기반시설 공사에 착공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3년에 완료돼야 했으나, 사업기간을 매해 연기하는 형태로 공사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10월 현재 공정률은 76%로 나타났다.
홍경효 제주시 도시건설국장은 24일 이와 관련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사업기간 연장은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라 도시 기반시설의 기능과 안전성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상업지로 완성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이를 통해 교통·상하수도 등 인프라 간 연계성이 향상되고, 시민 생활 편의 증진과 지역 상권 안정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업기간을 '토지이용계획 변경' 때문에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사업이 계속적으로 지연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주민 의견 등을 반영한 변경 계획으로, 이 자체를 사업기간 연장의 1차적 사유로 제시하는 것은 다소 억지 설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계획변경보다는 '체비지(體備地)'인 주상복합용지 매각이 성사되지 않는 문제가 사업기간 연장의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매각 대상 체비지는 지구 내 일반상업용지 5개 필지 2556.8㎡와 대규모 상업용지 1필지 1015.7㎡, 주상복합용지 1만9432㎡ 등이다.
최초 제주시는 해당 체비지 1만9432㎡ 규모 부지를 '관광호텔' 용도로 설정해 매각을 추진했으나 당시 4차례 유찰되자, '주상복합용지'로 변경했다. 이 결과 2021년 12월 진행된 입찰에서 무려 2660억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사업자가 잔금을 최종 기한까지 납부하지 않아 2024년 2월 계약은 결국 해제됐다.
이 후 온라인 공매시스템 '온비드'를 통해 14차례에 걸쳐 매각 공고를 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현재 15번째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매각 예정금액은 790억원 규모로, 매각이 이뤄져야 화북상업지역 개발사업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다. 이 땅이 팔리지 않을 경우 사업비 충당 문제로 지방재정을 악화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업비 충당의 문제도 있지만, 체비지 매각이 계속해서 유찰되면서 사업 완료가 어렵게 된 점이 큰 문제로 다가온다. 이번에 사업기간을 연기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사업기간을 또 다시 연기는 했지만, 주상복합용지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기간 연장'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홍경효 국장은 "현재 진행 중인 매각 절차에서 다시 유찰이 된다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연내까지는 반드시 매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의계약을 통해서라도 해당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말까지 두 달 남짓 남은 기간에 매각이 예상대로 완료될 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매각이 불발된다면, 내년에도 다시 사업기간을 연장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홍 국장은 "2026년 상반기 조기 준공을 목표로 연내 매각은 반드시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완성도 높은 도시 기반시설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철저한 공정관리와 확정 측량을 병행 추진하고, 보상협의 지연 부분에 대해서는 손실보상 재결 신청 등 가능한 모든 행정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현재 환지예정지 내에 준공 전 건축허가 등의 토지사용 또한 가능한 상황으로 인허가 신청 시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 총사업비 '898억→1342억원', 444억 늘어...지방재정 악화 불가피
이러한 가운데 이번 사업기간 연장 과정에서 총사업비 규모가 대폭적으로 늘려 재설계한 것으로 나타나 의아스러움을 갖게 한다.
제주시의 이번 사업기간 연장 과정에서 설계 및 계획 변경으로 인해 종전 898억원이던 총사업비 규모는 1342억원으로 무려 444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는 사업비가 늘어나게 된 변경계획으로 △공원용지에 도시계획시설 주차장 중복결정 반영 △상수도 공급을 위한 신설 관로 설치 △오수 중계펌프장 설치 및 연계 처리 체계 개선 △원활한 우수 처리를 위한 우수 박스 변경 설치 △교통 여건 개선을 위한 차로 폭·차로 수 조정 및 교통영향평가 결과 반영 등으로 제시했다.
사업기간 연장에 따른 공사비 증가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비 변경의 산출근거를 보면, '444억원'이 늘어나게 된 가장 항목으로는 주상복합용지 계약 해제 관련 소송비용을 비롯한 각종 부담금 및 금융비용을 아우른 '기타 경비' 항목에서 220억원이 증가(총 292억→512억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기반시설 공사 비용으로 173억원이 늘었다(총 449억→623억원).
당초 제주시는 주상복합용지 매각대금으로 총사업비를 상계 처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체비지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제주도가 최소 600억원 이상의 자체 재정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업이 장기화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가뜩이나 지방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체비지 수의계약 전환 매각' 방침과 함께, 설계와 계획 변경을 명목으로 해 총사업비 규모를 돌연 444억원 상향 조정한 것을 두고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업기간 연장, 수의계약 설정, 총사업비 대폭 증액, 제주도정과 제주시에서 특정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의도된 설정'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초 지방비 직접 투자를 최소화하며 체비지 매각 등을 통한 전면 환지방식으로 추진해 온 이 사업은 결국 대규모 투자사업으로 성격이 완전히 변질된 셈이다. <헤드라인제주>
*전면 환지방식 개발 방식'이란...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은 체비지 매각 등을 통한 전면 환지방식으로 추진돼 왔다
환지방식 개발은 현금 대신 땅으로 보상해주는 토지 정리형 개발방식이다. 체비지는 개발에서 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해 남겨놓은 토지를 말한다.
체비지 매각 환지개발은 토지를 현금으로 매입하지 않고 환지로 보상하므로 막대한 보상비 예산을 절감하는 이점이 있다. 재정형편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재정 절감 차원에서도 이러한 방식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화북상업지역 개발에서는 전면 환지방식을 채택했음에도, 총사업비 규모가 과대하게 재편성되면서, 직접 투자가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제주시가 총사업비 재원으로 쓸 수 있는 돈은 주상복합용지 매각대금인데, 앞으로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경우 매각예상대금은 현재 제시된 금액(790억원)보다 훨씬 줄어들게 된다.
총사업비가 1342억원으로 늘어난데 따라, 700억원선에 매각된다 하더라도 차액인 640억원은 제주도에서 직접 투자해야 한다.
이번 총사업비 규모 증액 설정은 화북상업지역 개발사업이 전면 환지방식이 아니라, '환지방식+직접 투자' 방식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한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