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이윤 금지' 전제, 일반관리비 세세한 정산 요구관행 논란
수탁기관들 "비영리에 대한 오해" 격앙...제주도, 어떤 대안 내놓을까

작년 하반기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는 제주도정 민간위탁사업 예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연이어 불거졌다. 민간위탁금 세부 항목 중 '일반관리비’의 적절성을 두고, 활용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면서 비영리 수탁기관의 정상적인 사업 수행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경미 의원도 행정사무감사와 업무보고 자리에서 민간위탁사업의 '일반관리비' 편성. 정산 관행에 대한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제주도정이 일반관리비의 사용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탓에, 정작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법인들이 운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제주도는 복지.·청소년.환경.경제.행정.지역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간지원조직 성격의 각종 센터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상당수 사업은 공모를 통해 비영리법인을 수탁기관으로 선정하는 구조다. 문제는 비영리 수탁기관의 이윤 창출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채, 일반관리비마저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경미 의원이 제기한 문제의식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위탁사업을 수행하더라도 ‘이윤’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엄격하고 세세한 일반관리비 정산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최소한 일반관리비 정도는 수탁기관이 재량을 갖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정산과 관련해 두 가지 측면의 지침 변경 검토를 요구했다. 하나는 일반관리비를 보다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관리비 자체를 수익 성격의 ‘위탁수수료’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이처럼 도의회가 일반관리비 문제에 강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민간에 위탁되는 제주도의 행정사무가 확대되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사회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고, 행정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전문 영역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행정사무에서 효율적인 관리.운영 및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을 전담할 목적의 중간지원조직이 생겨나고 있다. 각종 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은 보통 수탁기관을 선정하는 방법으로,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운영하도록 맡기고 있다.
특이한 점은 공공사무를 위탁하는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수탁기관에 대해서는 수익성이나 이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익성 보장은커녕, 도의회에서 지적했듯 ‘일반관리비’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관리비는 기관을 운영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소요되는 운영비를 말한다. 특정 개별 사업에 직접 투입되는 사업비와 달리, 위탁사업을 운영·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간접경비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 집행 여건은 다르다. 비영리 수탁기관의 일반관리비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계획적으로 집행해야 하며, 정산 또한 매우 엄격하다. 조금이라도 행정기관의 판단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 해당 금액은 환수 대상이 된다.
결국 수익이나 이윤은 물론, 최소한의 운영 자율성마저 보장되지 않은 채 일반관리비조차 수탁기관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제주도내 민간위탁사업에서 일반관리비 규모가 유독 낮게 편성되는 현상 역시 이러한 구조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일반관리비는 통상 총사업비의 5% 내외, 많게는 7~10% 수준에서 편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 편성된 민간위탁사업 예산 내역을 보면 사정은 다르다. A센터 위탁사업의 경우 총사업비 18억 원 가운데 일반관리비는 1200만 원에 그쳤고, B센터 역시 총사업비 8억여 원 중 4000만 원만 일반관리비로 편성됐다. 수탁기관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집행을 허용하지 않는 경직된 정산 관행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행정당국의 시각은 왜 이렇게 형성된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비영리법인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비영리민간단체는 이윤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비영리단체 = 이윤 추구 금지’라는 전제가 지나치게 절대화돼 있는 것이다.
둘째는 위탁의 대가로 이미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위탁사업비에 포함된 인건비는 수탁기관 자체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수탁기관이 운영하는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하는 인력에 지급되는 비용이다. 인건비는 센터 종사자 개인에게 직접 귀속되는 항목임에도, 이를 수탁기관의 인건비로 혼재해 이해하면서 다소 엉뚱한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셋째는 회계나 감사 중심의 접근방식이다. 행정당국은 수탁기관의 탁월한 성과 도출보다는 '잡음 없는' 수행을 더 갈구하는 경향이 있다. 예산 집행 역시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증빙 확보'과 '감사 대응'에 우선순위가 맞춰진다. 사업 성과 역시, 계획서에서 제시됐던 예정된 결과물을 요구할 뿐, 그 이상의 파격적 성과를 독촉하지도 않는다. 결국 행정당국 입장에서는 증빙에 문제가 없고, 감사 지적을 받지 않는 사업 수행이 가장 이상적인 결과가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시각과 관점이 누적되고 고착화되면서, 행정당국과 수탁기관 간 인식의 간극도 점점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중간지원조직을 운영하는 수탁기관들 사이에서는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비영리법인에 대해서만 유독 더 엄격하고 가혹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원성이 크다. 영리법인에 위탁할 때에는 이윤을 인정하고, 공공기관에 위탁할 경우에는 대행 수수료를 보장하면서도, 비영리법인에는 정당한 반대급부 없이 일방적으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비영리법인 = 이윤 금지’라는 통념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영리성이란 법적으로 재산의 귀속과 분배 방식, 즉 해산 시 잔여재산의 공익 귀속이나 정관 목적 외 사용 금지와 관련된 개념이지, 재산의 취득이나 수익의 발생 자체를 금지하는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경미 의원이 제안했던 것처럼, 완전한 이윤 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일반관리비 항목을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예 ‘위탁수수료’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요구가 현장에서 거세지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해 뚜렷한 응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의회 회의 석상에서 전향적인 입장이 나오긴 했다. 제주도 관계관은 김경미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일반관리비를 지금보다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소관 부서와 협의 중이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관련 지침 개정도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두 달이 지났고, 새해 민간위탁사업은 이미 시작됐지만 지침 개정에 대한 후속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제주도정은 왜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것일까.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