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55)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2악장 아다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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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55)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2악장 아다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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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 작곡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듣고 소개하다 보면 많은 색다른 감정들이 떠오른다. 때론 우울해지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차분해지는 경험을 한다. 심지어는 같은 작곡가라도 곡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는 흔히 경험하는 예다. 그런데 어떤 작곡가의 곡은 비록 그 곡이 슬픔을 간직한 비감(feeling of sorrow)의 곡일지라도 마음이 한결 가볍고 빨리 전달하고 싶은 설레임 조차 이는 곡들이 있다. 필자에게 있어 모차르트는 그런 작곡가다.

필자에게는 맏딸인 친정엄마 밑으로 이모가 세 분 있는데 그중에 두 분이 음악과 관련이 있다. 재작년에 구십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큰이모는 서울대 음대 기악과 최초의 여자 클라리넷 주자였고 필자와 아홉 살 밖에 차이 안 나는 막내 이모는 피아노 전공으로 칠십이 넘도록 피아노학원을 운영하셨다. 막내 이모와는 친구처럼, 언니처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피아노학원에 살다시피 했지만, 큰이모와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또 떨어져 산 기간이 길어서 정작 이모의 클라리넷 연주를 들어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꼭 이모의 클라리넷 연주로 들어보고 싶은 곡이 있었는데, 필자로서는 아쉽기 그지 없는 일이다. 그 곡이 바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이다.

모차르트의 사망 2개월 전에 작곡한 곡으로 그의 마지막 곡인 레퀴엠 (K 626)과 거의 동시대에 작곡된 곡이다. 그 시기는 모차르트에게 있어 수난의 시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식들은 나자마자 죽고 아내는 병들고 궁색한 살림은 말이 아니었던 시기다. 당장 먹을 식량도 없을 때 그를 도와준 고마운 친구가 있었다. 딱히 재산이 많았던 친구도 아닌데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모차르트의 생계를 책임져 준 고마운 친구는 다름 아닌 궁정의 클라리넷 주자 안톤 슈타틀러였고 이 고마운 친구를 위해 모차르트는 두 곡의 클라리넷 연주곡을 작곡해 헌사하게 된다. 그 두 곡 중 한 곡이 클라리넷 협주곡이다.(다른 한 곡은 클라리넷 5중주)

끈끈한 우정이 빚어낸 곡이어서 그런지 유난히 애틋함이 묻어나는 이 곡은 모차르트의 협주곡으로는 마지막 곡이 될 수 있다. 모차르트는 생전 50여 곡의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대부분이 피아노협주곡이고 클라리넷협주곡은 관악기를 위한 협주곡 중 그 유명한 4개의 호른협주곡, 오보에협주곡, 바순협주곡, 플륫협주곡 등 몇 안 되는 곡 중 하나다. 중저음의 차분한 클라리넷 음률은 사계절 중 어느 계절 할 것 없이 잘 맞는 음색이다. 어느 해 여름, 뉴욕의 센트랄 파크에서 열렸던 뉴욕필의 공연이 기억난다. 여성적이면서도 남성적인, 중성의 톤을 가진 클라리넷 음률이 여름밤 하늘을 수놓았을 때, 모두가 숙연해지던 그때가 기억난다. 또한 겨울 한 가운데 깊숙이 들어와 있는 때 듣는 클라리넷 음률의 명료함은 싸늘한 공기와 함께 어쩌면 그리도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특히 영화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많은 애호가가 생겨났다. 그래서 지금도 2악장 아다지오를 들으면 얼룩말이 한가로이 뛰노는 아프리카의 대평원이 기억나고 개인 경비행기를 타고 사랑과 인생을 이야기했던 데니스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모두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고,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고’그리고 낡은 축음기에 바늘을 올리고 들으며 함께 춤을 추었던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트가 기억난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는 이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 음악으로 남아 있다. 그 영화에서 영화 전반에 걸쳐 내내 흐르던 곡이 바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이다. 2악장 아다지오의 시작부터 흐르는 클라리넷 독주의 메인 선율은 그윽할 정도로 아름답다. 협주곡의 꽃답게 카텐자의 묘미를 이처럼 정확히 보여주는 곡도 드물 것이다.

클라리넷의 여제로 정평이 난 자비네 마이어(Sabine Meyer)의 독주로 듣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협주곡의 격조를 한층 높인 듣한 느낌 마저 받는다. 독일 태생의 자비네 마이어와 베를린 필과의 인연은 두고두고 음악사에 회자되고 있는 얘기다.

1982년 자비네가 23세 되었을 때 그 당시 베를린 필의 지휘자였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자비네 마이어를 베를린 필로 불러 들이게 된다. 1년 남짓의 수습 기간을 거치고 마침내 단원이 될 즈음, 단원들의 가부를 묻는 투표에서 73대 4라는 큰 표차로 자비네는 탈락하게 된다. 겉으로는 음색이 너무 튄다 등등의 이유를 댔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여자라는 이유였다. 그 당시만 해도 베를린 필은 금녀의 집으로 남성들 만의 굳건한 성으로 무장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 강요에 의해 베를린 필을 나온 자비네 마이어는 솔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그녀의 음악 인생은 오히려 더 성장했다. 마침내  세상에 본인의 이름을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둘 다 클라리넷 주자인 오빠(볼프강 마이어), 남편(라이너 벨러)과 함께 ‘트리오 디 클라로네’를 구성하게 된다. 그후 베를린 필로 부터 러브콜을 받아 협연하는 것은 물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클라리넷의 진수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2악장 아다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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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정은실 칼럼니스트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칼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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