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어떤 메뉴를 먹을까?”
우리는 익숙한 식당을 떠올리다가도, 새로운 메뉴 앞에서 잠시 망설이곤 한다.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간식을 고르거나 잠시 쉴 곳을 찾는 일, 무엇을 먹을지, 어디로 갈지, 또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와 같은 고민은 일상을 채우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저 오늘을 오늘답게 보내기 위한 소소한 선택들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은 행복한 고민이 아니라, 장애인에게는 여러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된다. 먹고 싶은 메뉴와 가보고 싶은 식당을 고르기 전에 출입구에는 경사로가 있는지, 문턱은 높지 않은지, 화장실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와 같은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제약’들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으며, 이것들은 사람들의 기회의 폭을 좁힌다. 이 같은 장애인의 현실은 우리들의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에서 드러난다.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실시한 편의점 접근성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제주지역 편의점 909곳 중 휠체어 이용자가 접근 가능한 곳은 225곳(24%)에 불과했다. 반면 접근이 어려운 편의점은 601곳(66%)으로 나타났다. 가장 가까운 생활반경이라 여겨지는 편의점조차 장애인에게는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려운 공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당연한 일상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수많은 조건을 따져봐야 하는 높은 문턱이 된다.
위와 같은 현실은 단순히 편의의 문제를 넘어, 일상을 제약하고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진다. 선택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하루를 주도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그만큼 작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당연한 권리이며, 이는 곧 한 개인이 온전히 바로 서는 ‘자립’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자립의 본질은 '나 혼자 하는 것'에 있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에 가깝다. 이러한 권리는 단순히 누군가가 편의를 봐주는 차원을 넘어, 모든 개인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이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역시 ‘장애인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선택하고 참여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별함이 아니라 평범함이 가능해지는 사회, 배려보다는 존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환경. 평범한 하루가 가능해질 때 인권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진정한 삶이 된다.
모든 사람의 존엄과 권리가 존중되는 세상, 그리고 누구나 일상 속에서 작은 선택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작은 선택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