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일들로 인하여 소중한 이들 또는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해야 하는 때가 온다.
나는 하루에도 몇 건씩 장례 절차를 치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봉안당과 자연장지, 그리고 공설묘지를 관리하는 서귀포추모공원에 근무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추모문화가 한층 성숙하고 품격 있게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 생각을 전해보고자 한다.
예로부터 우리에게는 산이나 들에서 음식을 먹거나 제를 지낼 때, 주변의 잡신이나 짐승들을 위해 음식을 조금 떼어 던지는 ‘고수레(고시레)’라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나눔의 정이 담긴 전통적인 의식이었지만, 요즘의 현대 사회와 자연 생태계에서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묘지나 자연장지 주변에 뿌려진 음식물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악취는 다른 추모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또한 생화, 조화, 술, 커피, 담배 등 두고 가는 물품들로 인하여 까마귀나 들개,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이 묘역 주변을 파헤쳐 훼손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결국 추모객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게 되어 고인을 기리기 위한 따뜻한 마음이 오히려 묘역 주변 환경을 해치고 있는 셈이 되고 있다.
우리가 제를 지내고 고수레를 하는 본질적인 목적은 결국 고인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주변에 뿌리는 행위보다는 제례 후 고인이 모셔진 자리를 말끔히 정리하고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고인의 생전 모습을 회상하는 것이 훨씬 뜻깊은 추모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캠핑이나 등산 문화에서도 자연을 생각하여 가져온 물건들과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는 ‘흔적 남기지 않는 문화(LNT: Leave No Trace)’가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추모문화 역시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대들! 소중한 이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머무는 소중한 공간, 깨끗한 추모문화가 고인에 대한 깊은 예우라 생각합니다. 고인의 평온한 안식을 위해 가져오신 물품들은 되가져가시고 마음만 남겨주세요!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기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