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 제2공항 논쟁이 10년을 넘겼다. 2015년 11월 국토교통부가 서귀포시 성산읍을 제2공항 예정지로 발표한 이후, 제주 사회는 찬반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기후위기와 불평등, 지정학적 갈등, 인구 감소, 지역 불균형 등 심각한 내외의 도전에 대응하여 힘을 모아야 할 지역사회의 역량과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이제 마지막 단계인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가 목전에 다가와 있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제2공항 갈등을 어떻게 매듭지을지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최대의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주도민 절대다수는 제2공항 갈등 해결 방안으로 주민투표에 의한 도민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주민투표가 불가하다거나 주민투표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기되고 있는 주민투표 불가론 또는 무용론은 진실을 왜곡하는 궤변에 불과하다. 이제 그 진실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국책사업을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법이 어디 있냐고? 그런 법이 있다!
주민투표 반대론자들이 가장 즐겨 쓰는 논거는 “국책사업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며,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문성유 예비후보는 “현행법상 국가 사무인 제2공항 건설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며 주민투표를 “도민에 대한 희망고문”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도 3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행법상 국가 사무인 제2공항 사업에 대한 주민투표는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라고 비슷한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법전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무지의 소치에 불과하다. 주민투표법 제8조(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치는 경우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역을 변경하거나 주요 시설을 설치하는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해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제2공항과 같은 국가 주요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도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통로가 분명하게 열려 있는 것이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 거창 법조타운(구치소) 건립 등 국책사업을 주민투표로 결정한 사례도 있다. 법은 결코 핑계 거리가 되지 않는다.
중앙정부가 주민투표를 반대할 거라고? 대통령이 도민들이 판단하라는데?
2023년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다수의 도민이 주민투표를 요구했다. 그런데 오영훈 도지사는 당시 중앙정부가 주민투표를 수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주민투표 요구를 거부했다. 당시는 윤석열 정부 시절이고, 제2공항 강행에 앞장섰던 원희룡 전 도지사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이었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는 않았다.
그러나 실은 그것도 핑계에 불과했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도지사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협의권자다. 환경영향평가 협의권을 이용하여 배수진을 치면 중앙정부도 도지사의 요구를 마냥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오영훈 도지사는 도민결정권 공약을 스스로 저버리고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더구나 지금은 상황 자체가 달라졌다. 윤석열이 탄핵되고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3월 30일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분명하게 도민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이 제주도민의 뜻에 따르겠다는데, 제주도지사가 도민의 의사를 묻기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건의할 때 국토교통부가 그것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물론 국토교통부가 ‘주민투표’라는 방식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레 예단해서 포기할 문제는 아니다. 도민의 대표라면 도민 다수가 원하는 주민투표를 강하게 요구하고, 국토교통부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정치적으로 싸워야 할 문제다. 혹여 국토교통부가 주민투표가 어렵다고 버티면 그때 가서 주민투표에 준하는 합리적, 객관적 방식이 무엇인지 협의하면 될 일이다.
주민투표는 갈등을 증폭시킨다? 민주주의와 도민에 대한 불신!
주민투표를 반대하는 또 다른 논거는 주민투표가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증폭시킨다는 논리다. 국민의힘 문성유 예비후보는 "주민투표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제로섬 게임"이며 "투표 결과가 나오는 순간 제주는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제2공항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기 때문에 주민투표 결과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패자가 승복하지 않아서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오영훈 도지사도 2023년 제2공항비상도민회의와의 면담에서 그런 취지로 주민투표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런 주장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황당한 궤변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해관계나 생각에 따라 차이와 대립, 갈등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갈등이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민주적 절차다. 주민투표나 숙의 민주주의 절차는 바로 집단지성의 힘으로 그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주적 절차다.
그리고 그런 민주적 절차가 가장 필요한 순간은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갈등이 첨예할 때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자. 제2공항 사업과 같은 현안에 대해 찬반이 크게 차이가 난다면 굳이 주민투표와 같은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을까? 제2공항 같은 갈등 현안을 두고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면 찬성이든 반대든 도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치열한 논쟁과 활동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주민투표가 시행될 경우 단 1표의 차이라도 승패가 결정되면 그에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다. 이런 절차를 거치고 나서도 남는 부수적인 문제들은 그 방향에서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물론 일부 불복하고 저항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민주적 절차에 의한 결정이 이루어지고 나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투표 결과를 패자가 수용하지 않으면 갈등이 더 커진다"는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면 모든 선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0.73%p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대선도 치렀지만, 선거 결과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투표 결과에 대한 불복이 우려된다고 주민투표를 하지 말자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리 자체에 대한 불신이며 부정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100% 동의”를 얻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 다수가 동의하는 절차”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다. 그 절차가 공정하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과도 수용한다. 현재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결정 방식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민투표는 바로 그 공정한 절차를 제공하는 도구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제2공항에 대한 찬반과 관계없이 80%에 가까운 도민이 주민투표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자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는 설사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복할 의사가 있다는 얘기다. 갈등 격화를 내세운 주민투표 무용론은 제주도민들의 성숙한 민주의식에 대한 불신이며, 도민을 주권자가 아닌 통치 대상으로 보는 권위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거창 구치소 건립 사업의 경우, 반대 주민들이 초등학교 자녀들의 등교까지 거부할 정도로 첨예한 갈등이 있었지만, 주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대부분 승복하면서 갈등이 해소되었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거창 주민들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여주었다”고 극찬했다. 거창 주민들이 보여준 민주주의의 가치를 제주도민들이 실현하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가?
절차상 때를 놓쳤다? 주민투표는 언제라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기에는 이미 때를 놓친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기본계획이 고시되어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사업 계획이 확정되고 환경 영향에 대한 저감방안을 찾는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주민투표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주민투표법에는 주민투표를 어느 단계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토지수용이 진행되고 나면 매몰 비용 문제 때문에 정상적인 결정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거창 구치소 건립 사업의 경우, 토지가 수용되고 착공까지 이루어진 상태에서도 주민투표가 실시되었다. 반면, 제2공항의 경우 아직 한 평의 땅도 수용되지 않은 상태다. 제2공항 건설 여부에 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데 큰 걸림돌은 없다는 얘기다.
절차를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제2공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의 쟁점들은 이미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수요예측 재산정이나 조류 충돌 위험과 서식지 보전의 상충 문제, 숨골의 보전 가치는 단순한 저감방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입지타당성 수준의 문제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서도 이미 숙의형 토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단순히 환경 영향 저감 방안의 타당성 수준을 넘어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입지 타당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판단과 결정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는 전문가나 주민 대표 몇몇의 의견을 듣고 도지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렇게 한다면 갈등은 더 지속되고 격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진정으로 갈등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제2공항과 관련된 중요한 쟁점들에 대해 열어놓고 토론하고 도민의 판단과 결정을 구하는 길밖에 없다.
대의민주주의(선거)로 충분하다?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
끝으로, 정치인들이 제2공항에 대한 찬반 입장을 확실히 밝히고 선거에서 도민의 심판을 받으면 되지 왜 도민들에게 책임을 미루냐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정치인들의 모호한 입장에 대해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선거와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주민투표나 숙의 민주주의의 의미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표자를 뽑는 선거는 특정한 사안에 대한 결정과는 다른 문제다. 선거에서 후보를 선택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며,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표를 준 후보와도 생각이 전혀 다를 수 있다. 더구나 양당 체제가 견고한 상황에서는 선택의 폭이 더 좁아져,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차선이나 차악의 후보를 선택한 것을 그 후보의 모든 정책에 대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바로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주민투표나 숙의형 공론조사와 같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 절차다. 제2공항과 같이 첨예한 갈등 현안의 경우 주권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정치인들의 책임 떠넘기기로만 볼 수는 없다.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면 주권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설사 그것이 잘못된 결정이라 하더라도 주권자들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주권자들의 권한과 책임을 높이는 것이 민주주의의 심화이고, 그렇게 될 때 공동체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민주주의의 토대이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선출된 도지사가 제2공항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제2공항처럼 도민사회에서 논란과 갈등이 이어지는 사안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를 통해 도민의 뜻을 묻는 것이 민주주의에 부합한다. 도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10년의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제주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다.
물론 주민투표도 완벽할 수 없다. 그러나 주민투표 실시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그에 준하는 실질적인 도민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제시하라. 그런 대안 없이 제기되는 주민투표 불가론과 무용론은 도민의 선택을 두려워하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양심이 남아 있다면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당신과 다른 생계에 매일 바쁜 대부분의 도민은 당신의 주장에 관심이 없다.
만약 당신이 십년 이상 줄기차게 주장한 수많은 것들은 이미 허구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 파도는 이미 제주도민 앞에 도착해있다.
제주지역의 경제는 이미 파탄지경이며 젊은이는 모두 떠나고있고 일거리없는 제주도민은 길거리에 나설지경이다.
지금 까지 주장했던 것들이 얼마나 미미하고 하잘것없는 것들인지 이미밝혀졌다
제주도역시 사람이 사는 땅이다. 그잘난 왜곡 선동이 제주도민에게 막대한 손실를 초래해는지 당신 눈으로 보라.
위대하고 무지한 당신의 허구에찬 아집은 제주도와 제주도민의 원성으로 터질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