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 첫 주말 전 세계에서 2억 6,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놀란 감독의 역대 최고 글로벌 오프닝 기록이다. 고대 그리스의 영웅이 10년간 바다를 떠돌며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이미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신화가 다시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신화 속 귀향이 아니더라도 귀향은 언제나 고향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 설렘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 속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는 선택지가 아니라 필연이었다. 이타카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그가 세이렌의 노래를 견디고,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와 맞서고, 폭풍과 신들의 분노를 지나면서도 결국 향할 수밖에 없던 곳이었다.
오늘의 제주에서 이타카를 떠올린다. 누군가에게 제주는 이타카처럼 반드시 돌아가야 하는 필연일까, 아니면 여러 선택지 가운데 단지 하나의 공간일까. 예전에는 먼저 제주를 목적지로 정하고 항공료와 숙박비를 알아봤다. 하지만 이제는 비용 대비 가성비를 고려하여 후쿠오카, 오사카, 타이베이 같은 다른 여행지와 제주를 나란히 올려놓는다. 그중 어디가 더 편하고, 싸고, 새롭고, 만족스러운지를 따진 후 목적지를 정한다.
제주는 이제 목적지가 아니라 선택지가 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관광객 수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라는 장소의 매력과 경쟁력의 저변을 보여주는 신호다. 여러 숫자가 보여주는 지표가 이미 그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 제주의 인구는 2023년 이후 계속해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5년 제주 총인구는 69만 3,300명으로 전년보다 5,058명 줄었다. 특히 인구 순이동은 2023년 1,687명 순유출로 돌아선 뒤 2024년 3,361명, 2025년에는 4,273명 순유출로 확대됐다. 제주는 사람이 들어오는 섬에서 사람이 빠져나가는 섬으로 바뀌고 있다.
관광도 예전 같지 않다. 올해 들어 제주 관광은 회복 흐름을 보이다가 4월 이후 둔화하기 시작했고, 항공 공급 감소와 고유가 등 외부 요인까지 겹치면서 증가 폭이 빠르게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물론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크루즈 관광객은 증가하고 있다. 제주 관광 빅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7월 기준 누적 크루즈 입도객은 전년보다 13.6% 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제주 관광 전체의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내국인 관광객에게 제주가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목적지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살펴봐야 한다.
이는 제주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해외여행의 문턱은 낮아졌고, 저비용항공사의 노선은 다양해졌다. 가까운 일본과 대만은 제주가 가진 자연과 도시의 매력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새롭게 포장하고 있다. 반면 제주는 비싼 물가와 렌터카 중심의 이동 구조, 반복되는 관광 코스, 항공료 부담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안고 있다. 2026년 5월 제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3% 올랐다. 관광객에게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 가격을 지불하고도 제주에 갈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과 선택의 문제이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에는 수많은 위험과 과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제주 역시 수많은 과제가 첩첩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지금 제주가 맞닥뜨린 위험은 거대한 개발사업이나 새로운 관광시설을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제주는 이제 ‘왜 제주여야 하는지’를 명확히 만들어나가야 한다. 콘텐츠를 정비하고, 서비스 정신을 새로이 하고, 마을과 문화의 정체성을 다져나가야 한다. 일례로 렌터카를 빌리지 않아도 여행할 수 있는 섬이어야 하고,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동네 골목과 시장 및 마을에서 제주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비싼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콘텐츠 품질이 있어야 하고, 한 번 소비하고 떠나는 관광이 아니라 제주 사람의 삶과 여행자의 경험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도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명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오고 싶고, 오래 머물고 싶고, 아예 머물러 살아보고 싶은 장소가 되는 것이 명소의 척도가 된다.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온갖 어려움을 뚫고 돌아온 것은 이타카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섬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곳에는 사람이 있었고, 삶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제주’도 그런 곳이어야 한다. 관광객에게는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사는 곳이고, 청년에게는 떠났다가도 돌아오고 싶은 곳이며,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계속 살아도 좋겠다는 곳이어야 한다. 이방인에게도 잠시 스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결국 제주가 시급히 대답해야 할 것은 관광객의 숫자가 아니라 제주로 돌아올 이유이다. 선택하는 장소가 아니라 마땅히 다시 돌아가서 만나야 하는 장소,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가 그랬듯 누군가에게 제주도 그런 곳이어야 한다.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라 오직 제주여야 하는 의미를 지닌 곳, 그 의미가 명확히 설 때 제주는 누군가의 이타카가 될 수 있다. <문만석 / 사단법인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
제주의 담론을 잇는 연재 '지역, 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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