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보통교부세 '3%' 특례도 실질 재원 감소 가능성
제주도·도의회 “지방재정 안정성·자율성 보장해야...재검토하라"

정부가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미래의 경제·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금 재원 마련 과정에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도정은 물론 제주도의회도 미래대응기금 신설로 지방교부세가 축소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지방재정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금 재원체계를 마련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논란은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미래대응기금 설치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미래대응기금은 올해 반도체 경기 호조 등에 따른 세수 여건 개선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으로, 추가·초과세수 등을 재원으로 미래의 경제·사회적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미래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금 재원으로 제시된 ‘초과세수’는 정부가 당초 예산을 편성할 당시 예상했던 세입보다 실제로 더 많이 걷힌 세수를 의미한다. 반면 ‘추가세수’는 내국세 예산을 짤때 당초 예상했거나 기존에 확보된 세입 외에 새롭게 발생하거나 추가로 확보되는 세수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문제는 정부가 현행 지방교부세율 19.24%의 연동구조는 유지하되, 내국세에서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지방교부세를 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정 교부세율인 19.24% 자체가 유지되더라도 지방교부세를 산정하는 기초금액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실제로 확보하는 재원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금 재원으로 거론되는 ‘추가세수’와 ‘초과세수’의 적용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을 경우, 세입 전망과 지방교부세 규모에 대한 지방정부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국세의 일부가 기금으로 우선 전입될 경우 지방교부세의 산정 기반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보통교부세 총액의 100분의 3을 정률로 교부받는 재정특례가 적용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우려가 더욱 크다.
제주의 재정특례는 단순히 ‘3%’라는 비율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3%가 적용되는 보통교부세 총액의 규모에 따라 실제 재원 규모가 결정된다. 따라서 보통교부세의 산정기반이 축소될 경우 법률상 3%라는 비율이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제주가 확보하는 실제 재원은 감소할 수 있다.
또 다른 쟁점은 미래대응기금을 통한 지방 지원 방식이다. 기금의 지방계정 등을 통해 지방정부를 지원하더라도 지원 방식이 국고보조사업 중심으로 운영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다.
국고보조사업은 사업 목적과 집행 기준 등이 정해져 있고 지방비 부담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같은 자율적인 일반재원은 감소하는 반면, 지방비 부담이 필요한 목적성 재원으로 대체될 경우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 폭이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에서 미래대응기금 재원체계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위성곤 도지사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위 지사는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동의한다”면서도 “제주지역 취득세가 2023년 5000억원대에서 올해 3800억원대로 줄어드는 등 어려워진 지방재정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훈 제주도의회 의장도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6년 제주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미래대응기금 도입 논의 과정에서 지방재정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내국세 감소에 따른 지방교부세 변동을 보완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방미래성장지원금의 일반재원을 확대하는 한편 제주에 최소 3%의 배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송 의장은 지난 2일 열린 제455회 임시회 개회식에서도 이 문제를 재차 언급했다.
그는 “미래를 준비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의 제도 설계대로라면 지방재정의 안정성과 자율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내국세가 감소하더라도 지방교부세 변동을 보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고, 지방이 지역 여건과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일반재원인 지방미래성장지원금도 충분히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가 보통교부세 총액의 3%를 정률로 교부받고 있는 만큼 지방미래성장지원금 역시 최소 3%를 제주에 배분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미래대응기금 재원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회도 이날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미래대응기금 재원체계 개선 및 지방재정 안정성 확보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정부와 국회에 실효성 있는 보완장치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미래 재정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세수 변동에 따른 재정 불확실성을 완화한다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기금 조성이 지방재정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설계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도의회는 건의안에서 “취지의 정당성이 지방재정에 대한 부담 전가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제주도는 보통교부세 총액의 3%를 정률로 교부받고 있으나, 산정 기반이 축소되면 정률이 유지되더라도 실제 확보 재원은 줄어들어 특례의 실질적 가치가 잠식된다”고 지적했다.
또 “보통교부세는 지방이 지역 여건과 주민 수요에 맞게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일반재원”이라고 전제한 뒤, “반면 기금의 지방 지원이 국고보조사업 중심으로 이뤄지면 지방비 부담과 사업상 제약이 뒤따른다”며 “자율재원은 줄이고 제약이 따르는 재원으로 대체하는 것은 지방의 자율적 재정 운용을 위축시키고 지방자치의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래대응기금에 편입되는 추가·초과세수의 적용 범위 명확화 △경기 악화 등으로 내국세와 지방교부세가 감소할 경우 미래대응기금을 활용한 지방교부세 감소분 보완 △미래대응기금이 지방비 부담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일반재원 및 제주도 보통교부세 3% 재정특례를 보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반재원 보장 등을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