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의 즐거움과 다양성을 살피는 의미를 느끼게 한 KCTV 합창페스티벌이 열렸다. 2024년 12월 15일 일요일, 오후 네 시, 제주관광대학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기획의도를 듣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첫째, 다양한 연령대의 팀들이 참석할 기회를 만들었다. 어르신팀, 어린이팀, 청년팀, 중년팀 등 나이별로 고르게 초대하였었다. 둘째, 아마츄어팀들과 프로팀들을 같이 모셔서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했다. 프로와 아마츄어가 같이 모인 수준 높은 팀도 초대했다. 높은 수준을 관람한 일반팀들이 배울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같이 발전하는 공진(Coevolution)의 기회가 된 것이다. 셋째, 기존 초대했던 팀들과는 다른 새로운 팀들을 초대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기고자는 중창팀으로 참여하면서도 좋은 합창을 감상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제 의견이 어느 정도 맞았기를 기대해본다.

시니어합창단인 풍경아트합창단이 첫팀으로 무대에 섰다. 양태현 선생님이 지휘했다. 편곡한 ‘어머니 은혜’라는 곡이다. 곡 중에 나레이션을 한다. “모든 것을 다 주고도 미안하다 말씀하시는 어머니~~~”라는 내용에서는 울컥했다. ‘친구여’라는 가요를 합창화한 곡에서는 어르신들의 젊은 마음을 깨워내는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않은 리듬을 잘 따라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색소폰 간주와 리드도 참 좋았다. 충분하지 않은 재원을 가지고, 충분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연출이 훌륭했다.
여성합창단으로 제주보체스콰이어는 박양희 단장님, 김은경 선생님의 지휘였다. 보통 국악버전으로 작곡했다고 말하는‘야누스 데이(Agnus Dei)’곡은 굿거리장단에 선율이 어우러지면서 누가 들어도 ‘자비를 베풀어주소서’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호소와 기도의 지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한 노래였다. ‘아~~~~~~~’라는 음이 길게 연결될 때에는 하느님을 멀리서 깊게, 길게 불러 모심을 표현한 듯한 느낌이었다. “일반합창단일텐데 표현을 잘 하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상우 곡 ‘인생’은 어려운 일 함께 걸으며 참아낸다는 숙연한 노래였다. 이 노래는 제주보체스콰이어가 오래오래 부르면서 즐길 듯하다.


남성앙상블 수오노펠리체는 송동훈 단장님, 김광정 리더로 구성된 중창단이다. 귀에 익은 선율의 노래, 정지용 시 ‘향수’와 아낌없이 주는 나무 팀의 노래 ‘유년시절의 기행’ 두 곡을 불렀다. 남성중창의 느낌으로 귀에 익은 선율들을 불렀다. 두 곡 다 과거로 들어가는 추억의 문을 열어주는 느낌이었고, 중년들이 여유로움과 화음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중년 남성들이 보면 부러워할 그런 분위기라고나 할까?
여성합창부문 맑은소리합창단은 김광석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다양한 버전의 아리랑을 모은‘아리랑 모음곡’을 선보였다. 김선필 단장님, 문순배 지휘자님이 봉사했다. “기교는 두 번째다”라고 주장하는 모습이다. 발성의 순수함, 블랜딩, 벨런스 등에 포커싱했는지, 소리가 편하다. “나중 크게 발전할 합창단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후한 엘토에 맑은 소리의 소프라노가 콜라보하는 느낌을 주는 진행이었다. ‘아리랑 모음곡’에서 국악리듬의 변박과 기존 다른 두 곡의 선율을 동시에 오버랩하여 진행시키는 어려운 부분에서도 편안하게 소화해 불러내는 모습이 좋았다. 연습을 많이 했다는 징표!!

제주학생문화원 제주어 뮤지컬팀인 상상예술마당은 어린이들이 미소의 소중함을 보여주었다. 박제헌 선생님의 지도하에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혼디놀래’와 ‘그 섬이 들려주는 이야기’ 두 곡을 불렀다. 어른의 소리를 흉내내기 보다는 어린이의 소리를 제대로 들려주려고 했다. 인사도 씩씩하게 하고, 같이 함께 놀러가자는 이미지를 확실히 주었다. “바람은 알고 있네, 파도도 알고 있네, 제주에 봄이 온다는 것을~~!!!!” 제주 이제 겨울!! 봄을 생각하게 하는 노래였다.
여성앙상블 메모리아 팀은 프로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여느 프로합창단보다 더 훌륭했다고 본다. 여성합창의 모델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김순영 단장님, 양태현 지휘자님이 봉사했다. 소프라노 파트의 하나 됨과 음의 퀄러티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행복하게 했다. “지휘자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 피는 날’은 젊은 분들이 부르는 합창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소리가 달랐다.
이어서 꽈트로보체와 함께 한 ‘We shall overcome’이라는 합창곡으로 편곡된 팝송에서는 젊은 소리를 보여주었다. 리듬을 만들어내는 소양, 각 음의 악상들을 제대로 소화해내는 표현들은 듣는 이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그냥 부는 것이 합창이 아니라 세부적인 테크닉들을 공부해야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했다.
꽈트로보체는 남성앙상블이면서 프로들 네 명으로 무대를 구성했다. 아마도 프로들이라고 생각된다. 양태현 선생님이 아트 디렉트(Art Director)역할을 한다. 김민정, 서동원, 정호진, 한진혁, 최규현 등이 단원으로 활동하는 팀이다. 제주에도 이런 팀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꽈트로보체의 음악을 현장에서 들으니 참 행복했다. 뮤지컬 영웅 중의 ‘영웅’이라는 부분을 멋들어지게 불러주었다. “타국의 태양, 광할한 대지, 우린 어디에 있나~~~~?”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어머니, 어머니, 서글피 우시던 모습, 날이 새면 만나질까~~~~~?”
마지막 무대는 무대에 올랐던 모두가 출현하는 무대였다. 고향의 봄을 합창했다. 부드러운 리더쉽으로 연합합창을 이끌었다. 부분부분 화음도 만들고, 편안하면서도 노래에 빠져드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글을 마치면서 몇 가지 제안하고 싶다. 내년에는 다문화 합창과 난민 합창이나 중창팀 등에게도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면 어떨까한다. 새터민 합창단이 있다면 그 분들도 모셔서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초, 중, 고등학교, 대학교 등 한 팀씩 초대하는 것은 어떨까한다. 내년에 이 팀들을 모두 초대할 수 없다면 두고 두고, 골고루 초대할 수도 있겠다. 저의 제안이 KCTV합창페스티벌이 추구하는 바와 연결되어 더욱 발전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