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폭-시행시기 타당성 논란 속 결론 도출 진통 예상
의견수렴 과정 부정적 시각도 부담...어떤 결론 내릴까

제주지역의 버스 요금을 11년 만에 인상하는 안을 두고 도민사회 의견이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 물가대책위원회가 최종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4월 열리는 물가대책위원회에서 버스요금 조정(안)을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버스요금 인상안은 지난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2월 10일 처음 제시되면서 공론에 부쳐졌다. 현행 간선.지선 기준 1200원(성인 기준, 카드 1150원)인 버스요금을 15% 오른 1500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주도는 당초 버스요금 조정안은 용역 결과에 따라 크게 3가지로 제시됐다. 1안은 16개 시.도 일반 요금 평균인 1500원으로, 현행 대비 25% 인상하는 안이다.
2안은 제주도의 과거 평균 요금 인상률 17.16%를 적용해 1400원으로 조정하는 안이다. 3안은 다른 지방자치단체 최고 요금 수준인 1700원으로 41.67% 인상하는 안이다.
제주도의회에 의견을 요청하면서는 1안(150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제주도는 현재 제주도의 버스요금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데다, 2014년 7월 이후 127개월 동안 버스요금을 동결해 온 점, 다른 지역에서는 그동안 1~3회 요금을 조정한 것과 비교해 장기 동결이 지속된 상황인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유가 상승과 인건비 증가,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운영비용 증가로 재정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안정적인 대중교통 운영을 위해 버스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공론에 부쳐진 후 2월 24일까지 의견수렴 절차가 진행됐다. 지난 달 28일에는 버스요금 체계 개선 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이어 이달 20일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도시위원회에서 '버스요금 조정 의견제시의 건'에 대한 회의가 진행됐다.
의견수렴 관련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이제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만 남겨 놓고 있다.
제주도는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통 인상안이 확정되면, 7월 중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물가대책위에서 최종 결론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상폭과 시행시기를 놓고도 도민사회에서 타당성 논란이 적지 않아,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제시된 부정적 시각 내지 우려의 목소리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공청회와 도의회 회의에서는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게 분출됐다.
12.3 내란사태 이후 계속되는 불안정한 정국 상황, 그리고 가뜩이나 경제위기 상황이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공공요금 인상이 미칠 영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은?
공청회에서는 "탄소중립을 하겠다면서, 인센티브를 받아야 할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페널티를 부여하려 한다.", "인상 이외에 대안 검토가 전혀 없다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이다.", "요금 인상은 대중교통 이용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요금 인상안은 탄소 중립, 에너지 전환, 친환경,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민선 8기 도정의 방향들하고 연결이 되지 않고 배치된다.", "요금 인상은 경영 효율화를 통해서 먼저 줄일 것들을 줄여 놓고 그 다음에 후순위로 고려해야 되는데 그 전제가 충족됐느지 먼저 검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타 시.도에는 지하철도 있고, 다양한 교통 환승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반해, 제주도는 서비스 질이 더 나쁜데도 단순히 타 지역과 비교하며 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맞지 않다.", "요금인상만이 능사가 아니다." 등의 주장도 나왔다.
"2017년 준공영제 도입 후 시민들의 세금이 민간버스 회사들 적자 보전용으로 충당해 주었는데도, 탑승 편의 개선, 운전자의 친절도 향상 등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요금 인상분이 어떻게 쓰일 것인지 투명성이 확보돼야 시민들 동의가 가능하다" 등의 문제 제기도 있었다.
◇ 시민사회단체에서 제시한 의견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침체된 경제상황, 탄소중립 정책과 맞물려 요금 인상의 부당함이 집중 강조됐다.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현재 침체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전제한 후,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도민들에게 오히려 불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에서 정부계획보다 15년 빨리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고 하면서,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부담을 더 지우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동권 보장 등 도민의 기본권 실현을 위해서는 요금 감면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버스 감차를 강행하면서 대중교통의 편의성을 크게 후퇴시켰고, 특히 읍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된 상황인데, 읍면 지역 거주 도민들의 대중교통 불편과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 제주도의회에서 제시한 의견은?
제주도의회에서 의견 제시를 위한 회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다양한 차원에서 언급되기는 했으나, 공통적으로는 "왜 하필 이 시기에..."라는 시기적 문제가 강하게 분출됐다.
인상 자체에는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점이 있으나, 현 경제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도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안정적 버스 운영을 위해선 그동안 점진적으로 요금을 올렸어야 했는데, 갑자기 큰 폭으로 올리면 부담 커질 수밖에 없다".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면 조금씩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준공영제 시행 이후에도 버스 이용률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준공영제 재정부담을 서민에게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표출됐다.
"서비스 개선 대책없이 단순히 절감 목적으로 인상하는 건 도민 동의 어렵다", "버스요금을 올릴 게 아니라 탐나는전을 활용한 요금 할인, 월 정액제 할인을 비롯해 서비스 개선을 통한 대중교통 이용률 향상이 우선이다"는 등의 의견도 제시됐다.

의견서에 적시된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공영주차장 무료 주차시간 연장, 4월 조기 추경에산안 편성, '민생경제 활력 지원단' 출범 등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시점 등 전반적인 사항을 고려해 서민의 발이 되는 대중교통인 버스 요금 인상(안)의 기준요금 및 인상시기 등에 대해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두번째는 "버스요금 인상에 따른 서비스 개선 등의 대안 제시 등 공청회시 제출된 다양한 의견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에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찬.반에 대한 입장보다는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 강구할 것'이라는 주문이 핵심이다. 사실상 '공'을 그대로 제주도정에 넘긴 것이다.
◇ 고심 깊어지는 제주도정..."일단 1500원 안, 물가대책위에 제출할 것"
이러한 가운데, 제주도정은 버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영길 제주도 대중교통과장은 지난 공청회에서 "25% 인상안이 결정된다면 연간 127억 정도의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이 돈으로 버스의 운행 속도를 높이는 데 중점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 대중교통의 최종 목표는 버스의 속도가 승용차의 속도를 추월하는 것이다"면서 "버스요금 인상으로 일시적으로 탑승률에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마, 버스를 이용하기 편리하고 승용차도 더 빨리 가게 해주는 게 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제주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은 있다 하더라도, 현 경제 위기상황에서 요금 인상 강행이 도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태완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4월 열리는 물가대책위원회에는 도의회에 제시한 내용과 마찬가지로 '1500원' 인상안을 그대로 유지해 제출할 계획"이라며 "물가대책위원회에서 조정안에 대한 심의를 거쳐 최종 결론이 나오면 그 내용에 맞춰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