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18일과 19일, 제주아트센터 로비무대에서는 제주합창제가 열렸다. 무대가 만들어지고, 무려 18개의 합창단들이 이틀간에 걸쳐 장기자랑을 한 것이다. 서로 인사하고, 격려하는 분위기의 축제였다. 제주아트센터가 큰 역할을 했다. 어떻게 보면 제대로 역할을 한 것이다. 소리도 옆으로 세지 않고, 울림도 좋고, 동선도 자연스럽고, 획일적이거나 엄격하지 않으면서도 퀄러티가 떨어지지 않는 그런 무대를 제공해주었다. 실제 음악이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아트센터 로비와 맞게 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아트센터 커피숍에서 메모를 했다. 예행연습 하는 팀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행복했다. “글은 나이들수록 젊어진다”고 하는데, 음악까지 들으면서 글을 준비하니 더더욱 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제주 합창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합창연합회제주지회(양태현 회장)에 격려와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고문을 쓴다.
기록에 남기고자 참여팀들의 합창을 듣고, 느낀 점들을 간단하게 올린다.
첫날, 첫째팀은 “서귀포아트콰이어 합창단”이다. ‘흰수염 고래’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불렀다. 흥겨웠다. 테너의 화음이 좋았다. 중후하면서도 안정된 베이스 파트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노래를 배우는 즐거움을 즐기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같이 부르는 즐거움, 층층히 쌓아올리는 화음의 즐거움을 맛보는 합창단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팀은 “맑은소리 합창단”이다. ‘인생’이란 곡과 ‘Yesterday once more’라는 곡을 올렸다. ‘인생’이란 곡에서 엘토의 굶음이 가사와 연결되면서 안정감과 극복의 의미를 연결시키는 데에 적합성 최고였다. 제주여성이 부르는 ‘인생’이라는 노래에 우리 어머니들의 고생이 오버랩되는 느낌을 받았다. 둘째곡 Yesterday once more’에서는 김산하 양의 곡 중 솔로를 했다. 관중석에서 ‘와!!~~~’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울린다. 첫날 공연의 백미였다.
셋째팀은 “제주보체스콰이어 합창단”이다. ‘인생’과 ‘아름다운 음악(Thank you for the music)’이다. 보체스콰이어 합창단의 ‘인생’은 밝은 버전이다. 밝게 만든 것이다. 파트별 균형과 선율연결이 좋다. 선율연결이 잘되는 팀을 보면 ‘멜리스마’(하나의 음을 길게 유지하면서 가사를 전달하는 기법)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보체스콰이어가 저에게 그 단어를 생각나게 해주었다. 단원들의 소양이 고르다. 리듬과 표정이 좋다. 둘째곡은 동작, 퍼포먼스도 좋았다. 기획과 구성이 관객을 고려하는 모습이었다.
넷째팀은 “애월합창단”이다. ‘Memory’와 ‘하쿠나마타타’이다. 지휘자가 지도를 잘 하시는 합창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연습을 자주 하시고 서로의 화음을 맞추는 노력이 많은 팀이라는 점을 짐작케 해준다. 고운 화음, 곡을 어렵지 않게 불러낸다. 편안하다. 둘째곡에서는“욕심을 버리면 즐거워라!”라는 가사가 들린다. 곡 선정도 잘 하신 팀이었다.
다섯째팀은 “제주굿보이스콰이어”이다. ‘William Tell Overture(윌리엄 텔 서곡)’와 ‘지금 이순간(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중)’이다. 목소리만 서로 다를 뿐 소양에는 우월이 없음을 뽐내는 합창단이다. 무반주곡으로 윌리엄 텔 서곡을 합창으로 밝고, 선명하게 기악적으로 표현했다. 지휘자의 움직임과 호흡 하나하나가 단원들의 얼굴표정과 몸의 리듬으로 커플링되어 나타난다. 결과가 훌륭하다. 그러니 단원들 하나하나가 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합창단이었다.
여섯째팀은 “오현OB합창단”이다. ‘노예들의 합창’과 ‘경복궁타령’을 불러주었다. 묵직하고, 중후하다. 도내 남자고등학교 고교동문합창단의 모범을 보이는 합창단이다. 조용히 부르는 경쾌함과 볼륨을 즐기는 화려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신나는 합창에 토요일 합창에서 박수를 제일 많이 받은 합창단이었다.
일곱째팀은 “칼리오페 합창단”이다. ‘보리밭’과 ‘세계민요메들리’를 무대에 올렸다. 각기 다른 색의 자킷의 단복으로 무지개색 무대를 만들어 이목을 끈 합창단이다. 무반주 ‘보리밭’은 화음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뽐냈다. 펼친 화음에서 저 밑의 베이스, 제일 높은 곳의 소프라노를 동시에 넓혀서 화음의 지평을 맘껏 넓게 퍼뜨리는 공연을 했다. ‘세계민요메들리’라는 곡은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끼를 보여주는 곡이었다. 첫날 마지막 곡으로 안성맞춤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둘째날 공연팀과 간단한 느낌을 적었다.
첫째팀은 “광명사연화합창단”이다. ‘인연’과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합창이다. 하나로 모아내는 편하게 부르면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합창이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곡에서는 소녀들의 감성을 맘껏 뿜어내었다. 곡 중 무반주 부분에서 편하게 들리고, 잘 부르신다는 느낌을 가지게 했다.
둘째팀은 “제주가톨릭 합창단”이다. ‘제주수선화’와 ‘Gloria’곡을 올렸다. 겨울을 지나 초봄에 피는,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꽃의 내용으로 제주 조상들이 아픔을 이겨낸 역사와 연결하여 동일시 하는 듯한 노래이다. ‘Gloria’는 가톨릭 미사 중 불리우는 곡의 형태로써 원어로 클래식하게 불러주었다. 화려한 리듬과 화음,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담아내는 노래였다.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였다.
셋째팀은 “아라여성합창단”이다. ‘나는 반딧불’과 ‘별빛같은 나의 사랑아’ 두 곡을 올렸다. 마을단위 합창단의 장점과 특징을 맘껏 발휘했다. 협력! 성찰! 젊음! 등을 키워드로 하는 느낌이 들었다. 목소리도 젊었고, 구성도 밝고 흥미로왔다. 마을단위로도 나름의 독창적인 합창을 충분히 잘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넷째팀은 “4.3평화합창단”이다. ‘도라지꽃’과 ‘사랑으로’라는 곡을 올렸다. 과거와 현재의 정신과 영혼을 연결하는 노력을 하는 합창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분들이 부르시는 합창단이지만 화음과 합창의 매력을 잘 표현해냈다. 모든 관중들의 존경을 받는 합창단의 모습이었다. ‘사랑으로’라는 곡에서는 관객들이 호응을 하고 ‘같이 하나되는’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따라하시는 분들이 곳곳에 있었다. 제주합창축제의 본질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모습이었다.
다섯째팀은 “돌체우먼합창단”이다.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와 ‘터’라는 두 곡을 합창했다.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곡에서는 서두부분을 박목월 시인의 이별의 아픔을 시로 쓴‘이별노래’로 장식하고, 이어서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를 연결시켰다. 깜짝 놀랐고, 참신했다. ‘터’라는 곡에서는 씽투게더의 느낌을 잘 이끌었다. 아기자기하고 지루하지 않게 잘 꾸렸다.
여섯째팀은 “보리수 합창단”이다. ‘바람의 노래’와 ‘아마추어’라는 곡을 했다. ‘바람의 노래’로 관객들에게 합창의 선율선물을 잘 해주신다. 남성의 숫자가 3명이었음에도 제 역할을 잘 하신다. 마지막 남성 솔로의 자신있는 솔로 부분과 퍼포먼스는 아마도 가장 큰 환호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마추어’의 곡 중 나레이션도 특이하고 의미있었다.
일곱째팀은 “제주아트콰이어 합창단”이다. ‘도나도나-카츄사’와 ‘Eres To(에레스 투)’을 올렸다. ‘카츄사’라는 노래를 현장에서 들을 때는 남성들의 애환을 여성들이 위로하면서 불러내는 분위기였다. 완성도도 높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Eres To(에레스 투)’라는 곡은 중년들을 많이 설레게하는 곡이다. 밝고 흥겹다. 아트센터 전체에 추억의 선율이 가득하다. 가을을 맘껏 소환해내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고마웠다.
여덟째팀은 “제주여성합창단”이다. ‘가위 바위 보 게임’과 ‘오늘’이다. 지휘자이신 강문칠 선생님이 직접 작곡도 하시고, 편곡도 하시고, 지휘도 하신 팀이고 노래이다. ‘가위 바위 보 게임’은 흥겨웠다. 동요적 요소를 추가해서 추억을 불러왔다. 분위기를 젊게 만들었다. 지휘자가 작곡, 편곡하는 합창단 모델로써 부러움 뿡뿡이었다.
아홉째팀은 “아마레여성합창단”이다. ‘기억은 겨울을 써내려 간다’와 ‘달리기’라는 두 곡을 올렸다. 가장 젊은 합창단이다. 유치원생도 나레이션을 한다. 중·고등학생들도 함께했다. 아주 높은 음을 팔세토기법(가성)으로 곱게 처리한다. 대선율도 이쁜 곡을 선정했다. 일부러 추가한 듯도 하다. 화음도 좋다. 유치원생의 나래이션은 큰 박수를 유도했다.
열 번째는 “Why not! 연·노형여성합창단”이다. ‘사봉낙조’와 ‘코스모스’이다. 역시 지존이다. 합창을 음악적으로 분석하거나 화음, 곡 해석 등을 기준으로 모델을 삼는다면 제주도에서 첫번째로 꼽을 합창단이라는 생각에 변함없다. ‘사봉낙조’라는 제주의 노래를 해주었다. 가사 전달도 뚜렷하게 잘되었다. 파트별 움직임이 명확히 들린다. 균형은 물론 연결도 아주 좋다. ‘코스모스’라는 곡은 우리가 아는 선율은 아니고, 가사만 같은 노래였다. 우리가 아는 가곡의 느낌과 비교하면서 즐길 수 있는 기회였다.
열한번째, “제주남성합창단”이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와 ‘빨간 구두 아가씨 + 아빠의 청춘’이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는 남성 목소리로 곱게 부르는 고도의 기법을 동원했다. 아름다웠다. ‘빨간 구두 아가씨 + 아빠의 청춘’의 청춘은 제주합창제 커튼콜 무대를 제대로 만들어준 무대였다. ‘부라보!~~~~’를 관객들도 연신 떼창으로 응송했다. 당연 박수는 처음부터 동원되었다. 제주남성합창단을 끝 순서에 둔 것은 잘한 구성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마치면서 느끼는 점은 경쟁부문이 아니어서 좋았다는 점이다. 서로 격려하고, 박수치고,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는 분위기가 많았다. 합창단들이 서로에게 인사할 기회를 만들어주었다는 점은 크게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헤드라인제주>
